<나의 정치 50년 史>"YS는 불법감금으로 감옥보다 힘든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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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치 50년 史>"YS는 불법감금으로 감옥보다 힘든 생활하고 있다"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1.1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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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김영삼의 23일 단식투쟁-1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노병구 자유기고가)

이민우의 고민 '여름 산행 쉴 것이냐? 할 것이냐?'


1982년 5월31일 김영삼이 또다시 가택연금에 들어가게 됐다. 전두환 정권의 탄압은 날로 기승을 부리고, 7월이 되면서 날씨마저 더워졌다. 민주산악회원들은 탄압과 더위에 지치고 가정생활도 민주화운동을 하느라 어려운 가정이 많았다.

맨 몸으로 평지를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하는데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무거운 배낭까지 짊어지고 산행을 하지니 모두 지쳐 쓰러질 판이었다.

도봉산에 오른 동지들이 민주산악회 회장인 이민우에게“회장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산행이 어렵습니다. 삼복한달 만이라도 등산을 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는 제의를 했다.

고희를 넘긴 이민우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

“그렇습니까? 여러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그렇게 해야지요. 한 달 동안 등산을 쉬도록 합시다.”
그러고 나서 이민우는 비장한 모습을 보이며, “지금 상도동에서는 김영삼 총재가 불법감금으로 감옥 생활보다도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등산을 쉬겠다니 나 혼자서라도 등산을 계속하겠습니다.”

“혹시 뜻이 있는 동지가 있어서 동참한다면 함께 등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희를 넘기신 이민우의 그 단호하고 엄숙한 결의에 우리 모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복중 한 달 쉬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없었던 일이 됐다. 그해 여름 목요일만 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산행이 우선이었다.
나는 목장일로 더러 빠지는 수가 있었지만 그날부터는 목요일만 되면 모든 일을 미뤄 놓고 배낭을 지고 산행에 참가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동지들도 더욱 산행에 열의를 보였다.


이민우의 기도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은 산행 때마다 기도시간을 갖고 기도를 드렸다. 김영삼이 기도를 하지 않을 때는 정채권 목사와 심의석 장로가 민주회복의 소원을 담아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이민우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김영삼이 감금되어 산행을 못하고 정채권 목사도 심의석 장로도 나오지 못하는 날은 사회자가 기도시간을 빼고 다음 순서로 넘어 가려고 했다. 그러면 이민우는 "내가 기도를 하겠다"며 나선다. 나는 저분이 크리스천이 아닌데 어떻게 기도를 할까? 하고 생각했다.

이민우는 다 같이 기도합시다 하면서 “천지 신령님께 비나이다. 김영삼 총재를 불법감금에서 풀어 주시고, 이 나라에 민주주의 정치가 하루속히 회복되도록 도와주시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부정부패가 없어지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천지 신령님께서 간절히 비나이다.”
 

이런 식으로 기도를 했고, 군가 곡에다 가사를 붙여 임시 민주산악회가를 만들었다. 우리 모두는 오른손을 아래위로 휘두르며 힘차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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