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봄 손님이기에…(중략)
<박인희, 봄이 오는 길>
2월 13일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오는 길목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나요? 남녘에는 매화뿐 아니라 복수초도 기지개를 켜고 노란 얼굴을 내밀었다. 첫 봄소식이 당도한 지가 제법 지났다.
한차례 빗 소식에 이젠 완연한 봄인가 했더니 잠시 바람이 다시 차지기도 했다. 이 무슨 변덕이람. 그러면 그렇지 쉽게 겨울이 물러가고 봄 세상이 짜잔 하고 쉬이 될까마는.
봄 처녀처럼 설레는 가슴을 부여안고 봄 마중을 나가본다. 시골에 오니 정말 봄이 오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는 다소 더디지만 실내악이 서서히 울러 퍼지는 화음처럼 조화롭고 아름답다. 툇마루 끝에 앉아 아직 겨울 찬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봄 모양새를 보노라니 영롱하기까지 하다. 저러다 어느 듯 문지방 위로 봄이 사뿐히 내려앉겠지.
그대 봄이여 정령 내 곁에 와 벗 되주려나. 겨우내 얼었던 마음까지 녹여 주려나. 봄소식은 찬기 속에 숨어서 겨우내 얼었던 땅속을 뚫고 꽃망울을 에워싸고 슬그머니 나오리라.
이제 곧 시골 아낙네들은 달래 냉이 쑥 등 봄나물을 쫓아 신바람 나겠지.
신학기가 되면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봄나들이 가겠지.
봄기운을 타고 어화둥둥 봄이 오는 길을 따라 봄노래를 흥얼흥얼거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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