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내는 요금제만 소비자에게 강조하니… 소비자 혼란스러워
휴대폰 판매점 사장 "여기는 무서운 곳, 정신 차려야 안 당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안 사도 되니까 가격만 물어봐요."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있는 핸드폰 판매점에 발을 딛자마자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기자가 찾은 평일 오후에는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판매자의 모습만 가득했다. 단통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알뜰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자급제로 휴대폰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일명 '휴대폰 성지'라는 곳을 찾아 구매 가격 조건을 알아봤다.
현재 삼성 공식 홈페이지에서 갤럭시 S24 256GB의 출고가는 115만5000원이다. 구매 방식을 자급제로 선택하고, 신용카드 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로 결제할 때에는 108만4900원으로 할인된다.
"카드 만들면 S24가 0원"…판매자 함정과 소비자들의 혼란
안경을 끼고 백팩을 메고 간 기자가 어리숙하게 보였는지, 판매자의 먹잇감이 됐다. 기자는 가장 적극적으로 손짓을 하는 한 매장을 골라 S24 시리즈의 가격을 물었고, 판매자는 일단 기자를 앉히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뜸 "신용카드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한 달에 얼마 정도 카드를 사용하는지 묻고 특정 회사의 카드를 발급받으면 S24가 '0원'이라고 속삭였다. 한 달에 요금은 9만9000원이 나올 것이라며 실제 예상 요금 청구서를 보여줬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기값이 '0원'이 아니었다.
선택약정으로 3개월간 9만9000원의 요금제를 유지해야 했으며, 이후 낮은 요금제로 변경할 수 있지만 선택약정으로 받은 할인 금액이 기기값에 남게 되는 함정이 숨어 있었다.
예로 9만9000원에서 선택약정 25%를 받으면 2만4750원이 빠진다. 하지만 그대로 요금은 9만9000원으로 나온다. 여기서 이상함을 느낀 기자는 요금 청구서 항목을 다시 살펴봤다. 바로 기기값에 2만4750원이 남아있던 것이다. 이에 기자가 “이렇게 되면 기기값이 0원이 아닌 게 아니냐”고 하니 판매점에선 “약정 할인 2만4750원과 퉁쳐지잖아요”라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답했다.
3개월 이후 요금제를 낮추면 그나마 퉁치기도 안 된다. 만약 6만9000원으로 요금제를 낮추면 선택 약정 1만7250원이 할인돼 5만1750원이 청구돼야 한다. 하지만 기기값에 2만4750원이 남아있어 7만6500원을 내야한다. 결국 소비자는 24개월(약정 기간) 동안 매달 2만4750원씩, 59만4000원을 기기값으로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판매자는 이러한 함정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기기값을 '0원'이 아닌 한 달에 내야 하는 요금 9만9000원만 강조해 판매를 진행했다. 또한 현장에서 발급받은 카드를 2년간 매달 30만 원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점도 추가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판매점에서 만난 20대 소비자 A 씨는 "비교적 다른 곳보다 저렴할 것 같아 방문했지만 조건이 너무 많다"며 "아까 방문한 판매점에서도 카드 발급을 권유했지만, 아직 학생이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소비자 50대 B 씨는 "이것저것 (판매자의) 말이 복잡하다"며 "3개월간 높은 요금제를 쓰는 게 부담스러워 개통하지 않고 간다"고 말했다.
통신사 폰, 공시지원금 다 다르다…SKT > KT > LGU+
기자는 또 다른 판매점으로 향했다. 판매점을 지나갈 때마다 기자가 들고 있는 핸드폰 기종을 살피며 "아이폰 봐요?", "물어만 봐도 돼요"라고 말을 거는 부담스러운 눈빛이 이어졌다.
두 번째 들린 판매점 사장에게 S24 가격을 묻자 "번호 이동으로 고려할 때 현재 KT가 가장 좋다"며 17만 원의 가격을 계산기에 찍어 보여 줬다. 이어 "SK텔레콤과 KT의 공시 지원금은 2배 정도 차이 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점수(공시 지원금)가 가장 적다"며 "SK텔레콤 기기 변경을 고려한다면 현재 개통하지 않고 3월 중순에 오는 것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이 출시 한 달 주기로 공시 지원금을 올려주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 S22와 S23 시리즈에서도 한 달 뒤 공시 지원금이 상승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판매점 사장은 "삼성과 통신사 지원금이 올라온다면 10점(만 원)에도 개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매하는 통신사 폰 가격도 알아봤다. 3사 통신사의 공시 지원금이 다 다르게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공시 지원금이 29만4000원으로 가장 낮았고, 기기값 완납 시에는 81만6900원이 된다. KT는 30만 원의 공시 지원금을 제공해 기기값 완납 시 81만 원이 되고, LG유플러스는 가장 많은 32만6000원의 공시 지원금을 책정, 기기값을 완납하면 78만1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판매점 사장과의 대화 중, 기자가 처음 들른 판매점 조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카드 프로모션'에 대해 물었다. 이에 판매점 사장은 "여기 대부분의 휴대폰 판매 직원들은 카드를 사용해 구매하는 편"이라며 "다만 구매자는 조건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카드 프로모션으로 구매 시, 카드 사용 기간이 2년 또는 3년이 될 수 있는데 상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판매자는 처음에 설명할 때 흘리듯이 얘기하고 두 번은 설명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여긴 무서운 곳이라 잘 보고 다녀야 한다"면서 "정신 차리고 다녀야 안 당한다. 손님(기자) 보니 호구잡힐 것 같다"고 걱정해(?) 줬다.
기자는 두 번째 매장에서 들은 사장의 당부에, 더 이상 다른 판매점에 다가갈 수 없었다.
좌우명 : Hakuna matata
청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