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노트북 ‘넷북’, IT 지형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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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노트북 ‘넷북’, IT 지형도를 바꾼다
  • 천신응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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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나홀로 독주’… 후발 기업의 꿈으로 부각

‘올해 8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디바이스.’ ‘인텔이 유례없이 50달러라는 낮은 가격으로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대상.’ ‘리눅스 진영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주인공.’ ‘HP, 델, 삼성전자 등 기라성 같은 노트북 제조사들이 허겁지겁 뛰어들어야만 했던 품목군.’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제품군과 관련된 이야기다. 최근 절정의 인기몰이 중인 미니 노트북, 이른바 ‘넷북’이 그 주인공이다.

▲     © 운영자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천은 '넷북 혁명'이라는 보도에서 "현재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PC 15개 모델 중 13개가 넷북"이라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가트너는 뜨거운 미니노트북의 인기에 힘입어, 2008년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8,060만대로, 작년 대비 15% 성장했다고 밝히며, “미니노트북이 PC시장을 살렸다”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3분기 노트북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은 HP였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는 미니 노트북PC 판매 덕분에 대만의 PC제조업체 에이서가 처음으로 수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책 한 권 정도’라는 표현으로 그 크기가 묘사될 정도로 넷북은 우선 그 크기가 작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전통적인 노트북들의 경우 1.5~2kg 정도의 무게만으로도 ‘가볍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넷북에서는 1.5kg이면 오히려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한다. 최초의 넷북으로 평가받는 아수스 Eee PC 700 시리즈는 900g 남짓에 그칠 정도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가장 걸맞는 제품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단순히 크기만 작았다면 이 만큼의 인기를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미 이전에 1kg 이하의 초소형 노트북들은 드물게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넷북이 이들과 달리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50만원’이면 꽤나 고급형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 한 몫 했다.

기존 노트북 PC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한 셈. 또 앞으로 미니 노트북 PC 사업에 진출하는 PC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토록 가격이 낮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인텔의 역할이 크다. CPU 뿐 아니라, 메인칩셋, 그래픽칩셋까지 아울러 모두 전세계 1위의 공급량을 자랑하는 인텔이, 지난 4월 넷북에 특화된 부품들을 일제히 발표하며, 유례없이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미니 노트북 PC를 타깃으로 개발된 아톰 CPU를 PC 업체에 불과 50달러 정도에 공급하고 있다. 코어2듀오급 일반 노트북용 CPU가 100달러 전후에 가격에 공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시장 조건도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고성능 제품은 선진국, 저가형 제품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종전의 등식과 달리, 넷북은 경제력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국가 정책에 따른 교육용 수요가,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세컨PC’로 각각 그 타깃을 달리하고 있어서다.

와이브로, HSDPA로 대표되는 3G 통신 시장의 약진도 넷북에게는 호재다. 예상보다 더딘 3G 네트워크의 대중화를 위해 통신사들이 앞다퉈 ‘보조금’을 지급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KT와 SKT가 와이브로 및 티로그인 서비스와 결합해 20만원대에 넷북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고속인터넷 상품에 가입할 경우 넷북을 저가에 공급하는 이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     © 운영자

비주류 기업, 차세대 기술군 ‘넷북 편승 전략’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세계 디지털 기업들의 시선이 온통 넷북을 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간 비주류로 절치부심해온 기업이나 서비스, 그리고 대중화를 노리는 기술들은 일제히 넷북에 사활을 걸다시피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1, 2위를 다투는 선두 기업들도 자칫 기회를 내주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넷북을 ‘대중화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전략은 우선 리눅스 진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만큼, 인터넷 접속과 간단한 문서 작성, 멀티미디어 감상 등에 그 용도가 국한되는 넷북이기 때문에 리눅스의 채택이 높아질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굳이 성능을 많이 타는 윈도우 계열, 특히 윈도우 비스타 등은 넷북으로 구동시키기에 무리가 있으며 오히려 리눅스에서 가볍게 동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캐노니컬, 굿OS 등의 리눅스 업체들은 지난 여름께부터 제한된 컴퓨팅 소스, 조명, 작은 스크린 사이즈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넷북용 리눅스를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놈 파운데이션의 상무이사 스토미 피터스는 " 넷북용 리눅스들은 부족한 저장공간 및 연산 능력, 좁은 화면 등을 감안해 개발됨으로써 편의성을 한층 개선시키고 있다"라며, “"넷북 출시로 리눅스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평이 좋다면 리눅스 OS의 채택이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수스, 에이서, MSI 등 저가형 넷북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리눅스 탑재 넷북을 윈도우 버전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윈도우 버전에 비해 50~100달러 정도 더 저렴하다.

▲     © 운영자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에서 비롯된 SSD도 넷북에 크게 기대하는 양상이다.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금속 원판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SSD는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에 사용되던 플래시 드라이브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물론, 충격에 강하고 소음이 없다. 또 전력소모까지 적어 노트북과는 찰떡궁합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가격이 하드디스크에 비해 동일 용량 대비 20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SSD 업계는 그러나 넷북이 SSD 수요를 본격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넷북이니만큼 비싼 고용량 제품을 탑재하기는 어렵지만 4~16GB 정도의 저용량 제품들은 충분히 탑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벼운 무게와 배터리 성능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느린 CPU의 성능을 빠른 속도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넷북과 SSD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3종의 SSD를 출시하며 “넷북의 인기가 SSD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인텔도 지난 8월 45달러 가격의 넷북 전용 SSD를 선보이며 관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C 제조업체들의 넷북 시장 공략 움직임은 더 점입가경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동성을 강조한 넷북이 향후 PC시장 성장의 핵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업체를 막론하고 잇달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중소 PC업체의 대표격인 주연테크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넷북 시장 진출을 선언한데 이어, 9월에는 삼보컴퓨터가 인텔의 모바일용 아톰 CPU를 탑재한 넷북 신제품 '에버라텍 버디' 3종을 출시하고 나섰다. 삼보컴퓨터는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전국 500여개 대리점망 등 유통채널을 전방위로 공략할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넷북 시장에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69만원의 프리미엄 넷북 NC10을 선보이며 넷북 중에서도 고급형 시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공개햇다. LG전자는 10인치형 넷북 'X110'을 10월 일산에서 개최된 한국전자전(KES2008)에서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외에도 라온디지털 등의 국내 중소기업들과 아수스, MSI , HP, 델 등의 해외 기업들도 이미 넷북을 선보였거나 출시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 초께는 10개 이상의 업체들이 한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넷북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저렴하면서도 필수적인 기능을 갖춘 보조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분명한 만큼 다양한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능 환상은 금물, 포기할 요소도 뚜렷  

▲     © 운영자

그렇다고 넷북이 마냥 좋기만 할까? 아쉽게도 ‘가격’과 ‘이동성’, ‘성능’을 모두 해결한 꿈의 제품으로 생각해서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특히 성능에서는 큰 기대를 접는 편이 좋다. 인텔은 지난 10월 회사의 공식 기술 블로그에서 '넷북의 혼동을 정리함-기초 입문 제품'이라는 글을 통해 "아톰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넷북의 정의에 약간의 혼동이 있다"라며 "넷북은 주로 인터넷 이용을 위해 설계된 기초적, 단기능 기기”라고 분명히 했다.

인터넷, 이메일 확인, 문서 작성  등 기초적인 업무에서는 뛰어나지만, 비디오 편집, 영화 감상, 다수의 다중 작업 등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실망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텔 측은 "넷북에 사용되는 아톰 프로세서가 코어2듀오나 센트리노2 프로세서를 사용한 제품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기존의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대체한다는 보다는 어디까지나 단순 용도의 세컨PC로 활용해야 하는 셈이다.

넷북은 이 밖에도 여러 불편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우선 키보드 사용에 고충을 털어놓는 사용자가 많다. 작은 크기로 인해 키보드 공간이 넉넉치 않아 오른쪽 시프트 키 등이 생략된 경우도 있으며, 키 사이의 간격이 좁아 오타 발생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손이 큰 사용자라면 넷북 구매 시 키보드의 간격과 깊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터리도 문제가 된다. 30만원대의 기본형 넷북에는 3셀 배터리라는 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동작 시간이 두 시간 남짓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원을 연결하고 책상 위에서 사용하기보다는 늘 휴대하는 빈도가 높은 넷북이니만큼 이왕이면 4~5만원을 더 지불하고 6셀 배터리를 추가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운영체제도 고려해야한다. 최소한 ‘윈도 비스타’ 탑재 제품은 피하는 것이 낫다. 가격이 비쌀 뿐더러 성능도 꽤나 답답하게 느리다. 윈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윈도XP 버전으로 구입해 최대한 가볍게 동작할 수 있도록 튜닝해야 그나마 쓸만하다.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낯설지만 리눅스 버전도 검토해볼 만하다. 단 이 경우 용도가 한정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SSD에 대한 환상도 가급적 피하는 편이 낫다는 평가다. 그 성능은 인정하지만 SSD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 대다수 SSD 탑재 넷북의 경우 본체와 일체형으로 설계돼 있어 차후 용량 업그레이드에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일단은 하드디스크 버전을 구매하고 차차 필요에 따라 모듈형 SSD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화면 크기와 해상도도 중요하다. 7~10인치급 크기로 선보이는데, 약간의 무게를 감수하고서라도 10인치급이 낫다. 윈도를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서는 1,024 X 600 정도의 해상도가 필요하고 글자가 과도하게 작게 표현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력이 좋은 사용자라면 그 이하도 상관없겠지만 800X480 해상도의 제품은 반드시 피하는 편이 좋다. 넷북의 가장 기초적인 용도인 인터넷 사용조차도 불편해진다.

주PC인 데스크톱과의 연계성도 감안해야 한다. 데이터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동기화 소프트웨어와 그 활용법에 대해 숙지하는 편이 좋다. 무료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브 매시(Live Mesh)나 구글 독스 등을 알아두면 PC 두 대를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번거로운 과정들이 대폭 생략된다. 하드웨어 못지 않게 사용자의 업그레이드도 요구하는 것이 넷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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