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 “노동자가 죽은 기업은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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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 “노동자가 죽은 기업은 살 수 없다”
  • 방글 기자
  • 승인 2013.02.19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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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바친 대교를 위해 싸우는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돌연 칼바람이 불던 지난 15일,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재능 고공농성 현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학습지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당일에도 혜화동 성당에서 종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재능 교사들을 위한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농성이 끝난 후, 자리를 옮겨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미 몇 번의 전화 취재와 연락이 오갔던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인터뷰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재능교육 농성 현장을 찾아 집회를 열었다. 대교 노조위원장의 재능 농성 방문, 이유가 있나.

“재능과 우리는 상황이 꽤 비슷하다. 비정규직은 철폐돼야 한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학습지 업계만 유일하게 역행하고 있다. 이건 결코 재능교육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나라 1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정규직 교사가 남아있는 조직인 대교, 그리고 노조위원장인 내가 꼭 참여해야 한다.”

정규직 교사란, 계약직이 아닌 직원 교사를 말한다. 이는 김 위원장처럼 관리자(팀장, 지점장)이다가 일반 직원으로 강등된 경우다. 

-그런데, 오늘 재능교육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못 봤다. <한겨레>에서만 다녀갔다고 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고, 다른 곳에서도 노동자들의 싸움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기사가 나갈 게 딱히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도 지난 12일 <한겨레>에서 보도한 이후, 회사도 말 바꾸기를 하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수’라고 하지만, 그게 아닌 건 누구나 안다. '향후 정규직 눈높이 교사를 없애겠다'는 공문이 내려왔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 시사오늘이 확보한 대교 '사내 고충처리 처리결과 안내'. 자료는 '향후 직원교사 계층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정규직 교사를 없앨 것을 예고하고 있다. ⓒ시사오늘

-그럼 김 위원장도 비정규직 교사인가.

“아니다. 15년 간 팀장으로 있다가 현재는 정규직 교사로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유지할 경우, 정규직 전환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학습지 교사들은 10년을 넘게 일해도 만년 비정규직 노동자다.

“학습지 기업들이 하고 있는 대표적 행태 중 하나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경영에 불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조직원인 교사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없어져야할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학습지 업계는 사회적 흐름과 전혀 반대로 가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다. 회사가 고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함부로 해고를 할 수도 없고,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고용자와 공생관계인 셈이 된다. 회사는 공생이 싫은 것 같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이 수십 년 간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속될 수 있는 이유는 관례다.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와 함께 여태까지 그렇게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례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하는 게 상식 아닌가. 도대체 관습법을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앞서 상생을 언급했다. 기자가 대교의 ‘사시·사훈’을 찾아봤는데, 김 위원장이 보기에 회사가 사시·사훈과 맞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가.

“통상적으로 최근 10년 간 회사에서 사시·사훈을 외치지 않았다. 이유가 왜인지는 말 안 해도 알 거다. 건강한 인간? 기업? 그런 게 대교에 어디 있나. 부정 업무 하면서 그게 가당키나 한가. 꿈을 가꾸자? 임금 50% 삭감당하고, '아카데미' 가서 퇴출당하고, 꿈을 꿀 수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다보니 직원들끼리도 안 외친다. 그랬더니 회사가 올해는 ‘사시·사훈 무조건 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대교의 사시는 ‘건강한 인간’,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고, 사훈은 ‘바르게 살자’, ‘열심히 살자’, ‘꿈을 가꾸자’다.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은 "대교가 조직원들의 꿈을 빼앗았기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불과 30여 년 만에 한국의 대표 기업이 된 대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교가 30여 년 만에 한국의 교육대표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정규직 교사들의 헌신이 있어서 가능했다. 실제로 대교와 재능은 한 때 전국 사교육의 80%를 차지했다. 그 중 대교가 50%를 차지해 거의 독과점 양대 체재였다. 그런데 지금 왜 망해가고 있나. 재능이 왜 일본학습지 기업인 구몬에게 밀렸을까. 이유는 하나다. 조직원들로부터 꿈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대교의 눈높이 사랑은 기업내부 조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만 떠돈 얘기다.”

김 위원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말문을 다시 열었다.

“게다가 최근 대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조직에 충성하겠냐’고 물어보면, 충성하겠다고 대답하는 사람 거의 없다. 그나마 ‘내가 있는 동안은 충성하겠다’고 얘기하면 고맙다.”

-조직원 관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정리해도 되겠나. 그런데, 대교뿐 아니라 학습지 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이 더디다. 그 이유를 저출산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던데.

“거꾸로 생각해봐라. 열 명을 기를 때랑 한 명을 기를 때랑 교육에 대한 투자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겠나. 당연히 한 명 기를 때 더 투자하게 된다. 딱 하나니까 안 시키는 게 없다. 그나마도 가라 입회(가짜 입회) 빼면, 성장은 없다. 예전에 대교는 제대로 테스트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6개월씩 기다리는 회원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육회사가 영업으로 가면서 부정업무만 일삼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부모라면 이런 교육업체에 자기 자식 교육 안 맡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식은 '눈높이' 안 시키고 싶어 한다. 실적 때문에 회원 등록으로 올려놓을 뿐이다. 회사 입장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교사들이 영업 실적을 위해 가족에게, 친지에게, 친구에게 강매를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실적을 올렸을 때, 수당이 얼마나 달라지기에 자기 돈을 부담하는지 궁금하다.

“수수료(승률)테이블이라는 게 있다. 처음 신입교사로 오게 되면, 과목당 37%인가 38%의 수수료를 받는다. 거기에 신규 입회 15건 당 1%. 이런 식으로 수수료율이 올라간다. 내가 입금한 금액의 1%씩. 이건 뭐, 거의 다단계 수준이다. 교사들이 우스갯소리로 대교가 다단계 회사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 내 실적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한테 입회하라고 추천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의문이 생긴다. 한 과목당 35,000원. 그 중 1%를 위해 왜 돈을 지출하는가.

“자기 자식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면, 회사에서 과목당 50%를 지원한다. 거기에 기본 수수료 38%를 더하니 내가 지불할 건 12%밖에 안 된다. 그런데 그게 쌓이면 어떻게 될까. 그게 무서운 거다.”

-교사들의 죽음이 연관되는 게 이 부분인가.

“팀장이 자살한 것, 그게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팀장 1인당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데리고 일한다. 그러면 팀장은 영업 실적을 위해 자기 교사들한테 부탁을 한다. 내가 조금 보태줄게 너도 좀 내라.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6개월 사이에 2~3천 만원(?) 금방이다. 남들은 2~3천이 우스울지 몰라도 우리 월급이 얼만데 그걸 감당하나.”

지난해 대교에서는 울산중부 교육팀장과 아산지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재능과 구몬에서도 교사들의 자살이 있던 터라 논란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교 측은 “경찰 조사 결과 개인 문제로 판명났다”고 일관했다.

회사가 노동자를 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이런 식으로 대교를 다니는 게 의미가 있나. 그만두려면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것 때문인가.

“그런 협박은 실제로도 있었다. 이건 회사가 아니라 팀장이나 지국장들이 하는 거다. 교사의 의무 중 회비 징수의무가 있다. 회비가 회원으로부터 안 들어오면 교사들이 대납해야한다는 논리다. 징수 안 한 부분에 대해 책임져라. 고발하겠다. 이렇게 나오니 그만 둘 수가 없는 거다. 더 웃기는 건 비정규직에도 그런 관리자가 있다는 거다. 문제가 심각하다.”

-관리자에도 비정규직이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어떻게 되나.

“대교 그룹 내 정규직이 3,300명 정도 된다. 총 직원은 9,000명에서 10,000명. 30%정도가 정규직인 셈이다. 그런데 대교의 대표가 되는 눈높이만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교사 중 정규직은 고작 300명이다.”

회사와 노동자는 적 아니야…내 젊음 바친 회사와 상생했으면

-상황을 듣다 보니, 회사 내 문제가 심각하다.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어떤가.

“이렇게 가다간 대교 망한다. 지금은 대교와 노동자가 싸우고 있지만, 우린 절대 적이 아니다. 내가 평생을 바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이 어떻게 살 수 있겠나. 우리는 회사에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자고 말하고 있는 거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회사가 비웃을 거다. ‘네가 노조만 안 하면 잘 먹고 잘 산다’고 말할 거다. 그런데 회사도 노동자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해 봐야 한다. 대교를 살리기 위한 싸움이라는 걸 알고 싸워야 한다.”

“지금 우리 회장(강영중 회장)님은 대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버리고, ‘내가 오너다. 대교는 오너의 기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자기가 믿지 못하는 기업을 어떻게 노동자가 살리나”

-대교가 영업에 눈을 돌린 건 언제부터인가. 이유는 뭔가.

“내가 92년에 입사했다. 영업에 눈을 돌린 건 그때부터 10년 후 쯤이다. 이유는 구몬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몬과 웅진은 영업 조직이다. 시작이 교육인 대교와는 다르다. 그런데, 대교가 전문방판 조직인 그들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소개 제도를 만들어 당시 회사가 잠깐 성장했었다. 그러니 그게 잘 한 건줄 알았나보다. 현실은 어떤가. 가라입회 가 계속 생기다 보면, 결국 대교가 몇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게 된다.”

-오늘은 저번 전화 취재에서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을 위주로 다루고 싶다. 특판사업팀이 그 중 하난데, 기자가 미리 조사를 해봤다. 회사가 팀장에 빔 프로젝트나 전집을 강매하게 하고, 입회 두 건으로 처리해 주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던데. 이게 현실이고, 사실인가.

“별 걸 다 알고 있다. 앞서 다단계라 말하지 않았나. 이것도 그 중 하나다. 팀장한테 필요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샀다. 어떻게 처리할까. 교사에 팔아오라고 시킨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싼값에 줄게 팔아와’ 그럼 교사도 똑같이 한다. 내 자식, 내 친척, 내 친구한테 갖다 팔아야 된다. 다단계란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특판사업팀으로의 이동이 협박인가.

“이런 말이다. ‘너 임금피크제잖아. 회사에서 너 필요 없단 말인 거 알잖아. 퇴직금 줄테니까 받고 나가. 지금 안 나가면 다음엔 이런 것도 없어. 그런데 너 특판사업팀으로 간다 해도 못 견딜 건 알지?’ 협박인지 아닌지는 직접 판단해봐라.”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은 "대교의 노동자가 이런 실정인데 노동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앞서 말한 임금피크제를 퇴출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보장된다. 그런데 대교는 39세 직원교사 더러 나가라고 한다. 계약서에 딱 한줄, 그게 문제다. ‘다만, 직급정년제 해당자는 임금피크제에 포함한다.’ 회사는 이걸 전체 직원들도 90% 이상이 찬성해서 통과했다고 말한다. 대교가 사채업자인가. 협박해서 계약서에 사인하게 해놓고, 합법이라니….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 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대교 측은 지난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2009년 노사 협의 하에 도입된 제도”라며 “당시 95%가 동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회사가 이 모양인데, 노동부는 뭐하고 있나. 노동자들한테 립서비스 하지 말고 건을 접수해야한다. 요즘은 그런 생각도 한다. 내 죽음으로 근로기준법을 사수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다. 그럼 그때 가서 말할 거다. ‘아 그 때, 내가 신경 썼었는데…’ 왜 지금은 못하나. 왜 190명의 정규직 교사 중 160명이 물밀 듯 나가는데, 불합리한 조항 때문인데.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160명의 교사가 나간 게 퇴직금 때문인가. 교사 중 퇴직금을 받고 나간 사람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규직원에게는 퇴직금이 있다. 그런데 160명이 한꺼번에 나갔다. 임금피크제도는 계속 근무할 경우 임금의 30% 삭감, 그다음 해에는 40%, 50%. 내가 근무하는 조건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거다. 그 퇴직금은 누가 챙길까. 회사가 먹는 거다. 단 한줄, 그거 때문에 39세 된 사람이, 국가가 보장한 퇴직금을 회사가 먹는 거다. 그거 받으려고 다들 퇴직한 거다.”

대교는 지난해 10월 직원 190여 명에게 직급 정년이니 퇴사를 하거나 특판사업팀으로 옮기라는 업무 명령을 한 바 있다.

-위탁계약제, 휴회 홀딩, 아카데미 교육, 특판사업팀…정말 대단하다. 혹시 문제가 또 있나.

“계약직 교사에게는 위탁계약제 승률 제도라는 게 있다. 교육을 이수하고 기간이 지나면 승률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지금은 실적을 못 내는 사람에게 감률을 행하고 있다. 그걸 없애야한다. 조직원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호봉도 없애려한다. 회사에 오래도록 기여한 사람에 승률 혜택을 적용하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 결국 ‘오래 근무했어도 너희들 노후는 회사랑 상관없어’, 직원 교사들에게는 ‘정규직 있어봐야 퇴직금만 줘야 돼, 나가’ 이런 말이다. 이렇게 경비를 절약한 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있는 돈을 다 투자해서라도 조직원에 만족을 주는 게 필요하다. 내가 처음 입사할 때 대교는 주말에 출근 안 하는 유일한 회사였다. 내가 외근 나가서 늦게 들어오면 선배들이 다같이 날 기다려줬다. 여자 교사들 집 앞까지 못 데려다주는 게 미안했다. 지금은 그런 문화가 없어졌다. 밤새 토론하고, 휴일도 일하고 싶어 하던 그 조직원들…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왜 자르냐. 사람을 소중히 하고, 일년에 한 번 전 조직원과 악수하고 돌아다니던 우리 회장님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주말에도 근무하길 원한다. 예전에는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다 했던 거다. 조직원들에게 대교에 대한 충성도와 마음을 다 빼앗아 놓고, 억지로 틀을 그려봤자 결국 망하는 거다. 회사에 돈은 벌어다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조직원은 다 썩어있다. 교사고, 관리자고, 오너고 제정신인 사람이 없다. 그나마 노조가 제소리를 내고자 달려들면, 회사는 우리를 벌레라고 한다. 동료들도 그런다. 나도 만년 과장이다. ‘김 과장님, 남 위해 살지 마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 함께 다니는 동료, 그리고 나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거다. 신념도 없이 회사에서 월급 받는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지금 대교 조직원들? 회사가 무너져도 나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상관없는 강원심층수까지 팔고 있다던데.

“강원심층수, 좋은 물인 거 나도 안다. 그런데 단독사업 해야지 그걸 왜 일반교사들한테 파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판매수량까지 본부장들이 체크하고 있다. 지점에서는 선생님한테 판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교의 정규직 자르기…국가세금 탈취하기 위한 기만행위

-학습지 업계의 전반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교사가 없어서 알바를 쓰고, 관리팀장이 없어서 공석이다. 그런데 왜 사람을 내쫓는지 이해가 안 된다. 졸업도 안 한 학생들이 눈높이 교사로 있다. 회원들이 불쌍하다. 이건 고객 기만행위일 뿐 아니라, 국가 기만행위다. 국가 세금 빼내는 것 아니냐. 유령 선생님이 판을 치는데 교사자리가 없다고 내쫓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이유는 하나다. 정규직을 퇴출시켜야 회사가 돈을 아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정규직 페이가 정규직보다 많았다. 그러니까 비정규직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거다. 지금 학습지 업계는 정체기, 퇴폐기다. 그렇다고 한국이 교육 없이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이유가 교육이다. 실적을 위해 가라 입회를 인정하는 기업문화. 이 회사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바뀌어야 한다.”

“회사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눈높이 사랑’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상대에 변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한다는 말이다. 회사는 조직원의 입장이 돼 봐야 한다. 같이 살자. 조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입장, 나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정규직 교사가 남아 있는 대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은 "노동자가 죽은 기업이 살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내비쳤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정규직이 이 문제를 다뤄줘야한다. 대교는 교육기업이다. 선생님이 대우를 받아야 회사가 크는 거다. 당장 눈앞의 임금피크제, 아카데미 철폐 이런 건 과정일 뿐이다. 이거 얻었다고 입 닫지 말고, 비정규직이라는 말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겹지는 않나.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데도 모르니 답답할 뿐이다. 내 목숨을 걸고 자신 있는 이야기만 한다. 아는 얘기만 하지 모르는 얘기는 안 한다. 귀찮고 지루할 수가 없는 문제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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