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식자재 유통회사 CJ프레시웨이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며 진출한 사업이 실상은 거래처 정보만 탈취했다는 공정위 판단에서다. CJ프레시웨이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CJ프레시웨이와 프레시원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245억원을 부과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08년 지역 식자재시장 선점을 위해 각 지역에 프레시원 법인을 설립하고 2011년 말부터 12년8개월간 자사 인력 221명을 파견, 334억원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했다. 프레시원은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 유통 자회사로 지역 소상공인과 공동 설립했다.

공정위는 이를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한 행위라 판단했다. 당초 지역 중소상공인들을 퇴출,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유력한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 이 같은 계획엔 지주사인 CJ도 가담했다고 봤다. 

실제로 80%이상을 차지하던 지역 중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의 한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와 프레시원을 두고 “대기업이 저렴한 가격과 서비스를 앞세워 골목 식자재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며 “골목 식자재 시장의 붕괴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공정위는 CJ프레시웨이·프레시원이 지역상인 지분이 큰 곳에 대해서는 ‘위험 법인’으로 지정, 별도 관리해 결국 100%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주들을 모두 ‘정리대상’으로 간주하고 올 6월엔 프레시원 11개 계열사의 지분 100%를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이 영세한 중소상공인이 다수 존재하는 시장에서 상생을 가장해 진입한 뒤 영세한 중소상공인을 시장에서 배제하고 이들의 이익을 침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없는 규모의 인력 지원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는 공정위의 이같은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프레시원은 지역 중소상공인 침탈은 전혀 사실이 아닐뿐더러 상생을 위한 사업모델이 맞다는 주장이다.

CJ프레시웨이 측은 “이번 공정위 제재 결정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장점유율도 1%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측은 “프레시원의 시장 점유율은 1% 내외”라며 “시장 공정성을 훼손할 정도의 지배적 지위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프레시원은 지역 유통사업자와 당사가 ‘공동경영’을 전제로 ‘지역 식자재 유통시장 선진화’를 위해 합의계약을 통해 만든 공동사업임을 강조했다. CJ프레시웨이는 소송 과정에서도 해당 부분 소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시사오늘>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력배치는 프레시웨이와 유통업자간 계약 이행에 따른 것”이라며 “중소상공인 침탈을 위해 임의로 행한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과징금 역시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CJ프레시웨이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200억원 대 과징금은 너무 큰 액수”라며 “소송 진행을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CJ프레시웨이 영업이익은 993억원이다.

업계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 때리기’가 과하단 평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에 이어 공정위가 또 한번 기업을 때리고 있다”면서 “제지가 계속되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식자재 시장은 절대 다수가 중소상공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대형 유통업체 진출 자체가 ‘골목상권 침탈’로 비춰질거란 우려도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며 “시장 구조 자체도 워낙 복잡해 CJ프레시웨이가 과점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