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정치권과 남북관계 ‘바람 앞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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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정치권과 남북관계 ‘바람 앞의 등불’
  • 박동규 시사평론가
  • 승인 2013.03.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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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가 상실감으로 표출
‘낡은 싸움의 기술’ 의존 탈피, ‘새로운 정치 리더십’ 빨리 보여주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시사평론가)

박근혜 정부 출범이 겨우 보름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이후 지금까지 거의 3개월간 사실상 차기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내외 여론의 중심이자 실질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아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월보다 한 달 새 7.3% 하락한 52.2% 만이 ‘잘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여론조사 리서치뷰/3.1).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잘못하고 있다’(41.6%)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박근혜 정부 출범 15일 동안의 민심이 아닌 이미 12월 19일 이후 박근혜 당선인 시절부터 보여준 리더십의 결과이기에 결코 ‘짧은시간의 평가’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다시말해, 당선인 시절부터 오간 데 없이 사라진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대선공약의 변질’, 불통인사로 상징되는 ‘나홀로 인사’와 낙마, 가장 큰 목표 중의 하나로 삼은 ‘국민 대통합 실종’이 새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부정적 여론의 진앙지’가 된 셈이다.

한 술 더 떠, 민심 악화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정부조직법’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해오던 정치권이다. 더하여, 박 대통령은 취임 1주일만에 對 국민담화로 절대 타협불가, 임전무퇴, 결사항전 결의를 두 주먹 불끈 쥔 채 공표해 여야 관계까지 파국으로 몰았다. 서슬 퍼른 정권 초 집권당 대통령이 이미 타협불가를 외친 마당에 새누리당의 지도부가 야당을 만나 줄 선물을 더이상 만지작거릴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꼼짝없이 '새‘ 됐다.

물론, 박 대통령과 여당의 독선과 비타협적 행태만 욕한다고 능사는 아닐 듯싶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은 사실 전당대회를 통해 ‘집안 청소’ 말끔히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새정부에 협조하고 싶지만, 대선 때 보수언론과 종편 등 ‘편향적 언론’에 당했다는 ‘트라우마’는 최소화 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언론통제’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대의명분과 대선패배 트라우마’ 가 민주당의 발걸음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정치력 소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여론도 별로 좋지 않고, 맘에 들지도 않는 ‘박근혜식 정치’를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정말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에 ‘맛이 간 야당’이 될 테니 기싸움에서 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긴 민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그가’ 돌아온다고 한다. 안철수. 그것도 부산도 아닌 서울 노원병에 말이다. 안철수 前교수가 ‘새정치’를 한다고 공언한 이상 사실 그가 언제 어디에 나가든 무소속인 안 前교수와 그 지지세력이 결정할 문제이다. 그런데 여야에서는 온갖 정치공학적 분석과 대안들이 난무한다. 안 前교수는 그저 자신이 국민한테 선언한 그 ‘새로운 정치’를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만큼, 이젠 자신의 방식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야당과도 경쟁하고 정치권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데 역풍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된 우리 정치판에 ‘그가’ 돌아오면 정치권은 말그대로 ‘풍전등화’ 내지 ‘폭풍전야’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3월 11일 이후 국민들과 정치권은 또다시 ‘리멤버 새정치 신드롬’,‘리멤버 정치쇄신 아이콘’ 돌풍속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정치권과 더 나아가 새로운 정치력과 지도력을 기대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서, 일단 4월 재보선 정국와 민주당 5월 전당대회 전후까지 ‘새정치 열망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핵실험 등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국지전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이러한 분위기가 해소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 침탈행위 등으로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중 가장 좋지 않은 국내외적 정치 외교환경을 맞이한 국면이다.

지금 정치권과 남북관계는 말그대로 ‘바람앞의 등불’(풍전등화)이다. 그것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뭔가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새싹조차 피기도 전에 ‘싸움의 기술’부터 겨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국민들은 지난해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새로운 정치와 혁신’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공약과 함께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데, 고작 국민들한테 보여준다는 것이 낡고 낡은 ‘재래식 싸움의 기술’뿐이다. 정치권의 ‘싸움기술’이나 ‘남북 간 싸움기술’, 어느 것 하나 새롭게 변했거나 변화하고자 하는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새정부 출범에 야당이 떼를 쓴다고 백 번 지탄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 대통령 책임제, 정당정치 중심하에선 국정운영, 남북관계의 ‘최종적 정책결정자(decision-maker)'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방식이 의아스럽다. ‘국민통합’을 가장 큰 자신의 정치 지향점으로 내세워 놓고, 언제부터 실천하려는지 모르지만 ‘통합과 타협’보다 ‘단도직입적 결단’만 요구한다. 야당과 대화하자고 청와대에 초청했다고 하지만, 그 방식에 무게를 두기보단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을 임명조차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불안감을 키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달라’며 직접 호소하여 ‘야당을 여론에 굴복시키는 방식’에 더 의존하는 듯하다.

좋든 싫든 정치권 스스로가 자초한 ‘재래식 싸움의 기술’로 인한 ‘풍전등화’의 정치상황은 ‘안철수 신드롬’, ‘새정치 열망’과 충돌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존 여야 정치권은 ‘진보하든지’, ‘도태하든지 ’ 해야 한다. 남북관계 역시 북쪽의 ‘젊은 후계자’가 ‘오래된 대결 노하우’에 의존하면서 남북관계가 풍전등화이다.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지금 그리 많지 않다. 남북 양 측도 결국 북한의 대결강도에 따라 ‘새로운 관계’인가 ‘싸움’인가를 선택받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낮지만 ‘향후 5년간 직무수행’ 에 대해선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71.6%에 달한다고 나왔다(리서치뷰 3.1). 한마디로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은 생각보다 크지만, ‘잘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았으니 ‘잘해 봐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희망과 기대’에 ‘빨리 호응’ 해주길 바랄뿐이다. 혹시 3월 11일 돌아온 새정치 아이콘인 ‘그가’ 정국해법과 남북관계 해법까지 내놓고 양 측을 꾸짖고 국민이 호응한다면, 정말이지 정치권과 박근혜 새정부도 속칭 ‘유체이탈’과 ‘멘붕상태’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現 시사평론가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前 청와대 행정관(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前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부대변인
.前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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