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전원주택 지을려고 땅을 샀는데, 지을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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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전원주택 지을려고 땅을 샀는데, 지을 수 없다면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4.2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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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전원주택을 지어서 노후를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임야를 매수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임야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토지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엄 씨는 바닷가에 위치한 토지를 매수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토지매매 중개를 의뢰했다.  공인중개사 최 씨는 엄 씨에게 지번안내도를 보여주면서 그 임야는 길쭉한 모양으로 바닷가를 끼고 있고, 도로에 인접해 있는데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날 최 씨는 엄 씨와 함께 임야를 방문하여 맞은편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 임야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옆 임야를 통하여 산 위로 올라가 아래쪽을 바라보면서 매수할 임야 중 도로에 접해있는 부분은 추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엄 씨는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임야를 방문한 후 고민 끝에 그 임야를 매수하기로 결심하고, 소유권자인 이 씨에게 매매대금 3억 원을 지급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그 후 엄 씨는 매수한 임야에 대한 측량을 실시해 보았더니 그 옆에 있는 임야는 대부분이 밭으로 사용되는 경사가 전혀 없는 평평한 땅인데 반해 자신이 매수한 500평 임야는 40평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소나무가 있는 급경사지역이라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 씨는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임야를 매수했는데, 그 임야와 인접해 있는 임야까지 매수한 것으로 잘못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니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를 법률적으로 말해보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취소가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다.

우리 민법 제109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사실 법률전문가들도 이것만 가지고 각 사안마다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하기는 몹시 어렵다.

토지의 현황·경계에 관한 착오, 증여나 신용매매 등에서 사람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 목적물의 동일성에 대한 착오 등 취소를 인정한 사례들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그 사례들에 비추어 당해 사건에서 취소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는 있겠으나 그것도 정확한 경계선을 긋기는 쉽지 않다.

위 사건에서 재판부는 ①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당사자는 직접 현황을 확인해 보는 이외에도 등기부, 지적도면,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에 의하여 부동산의 위치와 상황 등을 점검하여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점, ② 엄 씨가 매수한 임야와 같이 주변 임야와 함께 산을 이루고 있는 임야의 경우 구두 설명이나 육안으로 그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 다소 어렵다 하더라도 엄 씨로서는 임야 소재지를 최초로 방문한 이후 매매계약체결일까지 수차례 더 방문한 점, ③ 가사 중개인이 임야의 위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정확한 설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야의 현황에 비추어 위와 같은 구두설명으로 매매목적물의 경계를 명확히 확정할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 매매목적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한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엄 씨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 사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법원에서는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해주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이미 끝나고 나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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