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8)>이상일 ˝박근혜, 노래방에서 랩도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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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8)>이상일 ˝박근혜, 노래방에서 랩도 구사˝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3.05.0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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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에 기인한 불통 요소 있지만 근본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시사오늘>은 정치 현실을 짚어보는 동시에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초청 정치인들의 강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악정치포럼은 정치인 초청 특강 및 토론 프로그램입니다.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여덟번째 초청 연사는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강연은 지난달 30일 국민대에서 진행됐습니다.<편집자 주>

▲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치 현안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나 상황 파악은 상당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이상일 대변인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하다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언론인 생활을 무려 28년이나 했다. 특히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줄곧 정치부 기자로 활약했다. 여당 대변인이 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는 "언론인의 눈으로 정치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비판 정신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정당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는 선거 과정에서도 나름 정도와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때로는 당에서 대변인에게 강한 수위의 논평을 요구할 때도 있으나 스스로 수위 조절을 했고, 정말로 내키지 않는 건 안 했다"고도 덧붙였다.

"정치는 언론과 함께 해야 한다"

그는 또 "정치는 언론과 함께 해야 한다"며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의 문제 제기나 상황 파악은 상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현안이 있을 때 언론인 10명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고도 장담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그 동안 국회의원 개개인의 수준은 조금씩 높아졌다"면서 "국회에 대한 언론의 감시도 과거보다 냉정해진 만큼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교도소 담장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치가 전혀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우리 정치의 승자독식 구조를 거론했다.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대 정당을 깍아내려야 하고 그러다보니 국민들에게는 정치인들이 맨날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소통 능력 부족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능력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번 정부조직법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박근혜 대통령이 발끈하며 직접 대국민 담화까지 강행한 것과 관련, "지난번 일은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성급히 나와서 화난 목소리를 냈는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걸 다른 식으로 잘 풀어갔다면 '역시 박근혜는 다르구나' 했을텐데 박 대통령이 잘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해서도 "틀림없이 불통이 있었다"면서 "당시 윤창중 대변인이 어떤 현안에 대해 '기사가 된다' '안 된다' 마음대로 평가했는데 그건 기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 첫번째 비공개 연찬회가 있었는데 보통은 인수위 방향에 관한 논의를 했었을 것이고 인수위원들이 포부를 밝히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윤창중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여러분께 발표할 게 없습니다'라고 했다"고도 개탄했다.

이 대변인은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두터운 신뢰감도 비쳤다.

그는 우선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 계기에 대해 "박 대통령이 두번이나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받아들였고, 사실 나도 올해(2012년)가 참 중요한 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그는 또 "1999년 박근혜 대통령이 초선 의원으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을 때 나는 기자로서 사무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었다"면서 "이후 다른 몇몇 기자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기회가 5번 정도 있었고 그렇게 교분을 쌓았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처음 '노래방에 한번 가자'고 박 대통령에게 제안을 하자 '시간나면 그러자'는 답이 왔는데 정말로 그 약속을 지켰다"며 "빈말은 하는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노래방에서 주로 '십오야 둥근달' '젊은 그대' 등을 불렀고 가끔 어설프지만 랩(rap)도 구사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는 본인이 살아온 과정에 기인한 불소통 측면이 있지만 진정성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이런 점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11년 12월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를 이렇게 술회했다.

"2011년 12월 박근혜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그건 사실상 징발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그때 언론인이었는데 박근혜 의원의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본다. 친박계에서는 '박근혜가 나서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대 계파에서 박근혜를 망가뜨리려는 술수'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그것(비대위원장)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당의 정강과 당명을 바꾸며 변화의 노력을 보여줬다. 쇄신을 위해 몸부림 치는 진정성이 전해졌다."

그는 2012년 4월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함께 대구에 내려갔던 얘기도 들려줬다.

"대구에 같이 가자고 해서 KTX를 타고 가는데 박 비대위원장은 잠을 안 잤다. 그 때 나는 대변인을 하고 있었기에 비대위원장과 대변인의 관계였다. 좀 어색했다. 그런데 박 비대위원장이 '혹시 우리가 제시한 국민과의 약속을 읽어 봤느냐'고 물으면서 '그걸 외우다시피 하라. 새누리당 개혁 철학이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후 대구 시장통 허름한 밥집에 이 지역 후보들이 다 모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여러분은 이 지역에서 (어차피) 국회의원이 다 될 텐데, 한 표를 더 얻기 위해서 지키지 못할 공약은 하지마라'고 했다. 그 때도 약속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는데 우리도 놀랐다. 130~140석이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박근혜가 아니면 이길 수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긴 이유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었다"며 "특히,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이 취약한 서민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후보는 15년 동안 정치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뢰 등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는 또 "(그동안 소원한 관계였던) 이재오 의원까지 직접 박 후보를 지원했고 이인제 대표의 선진당 등과 합당하면서 우파 총결집을 이뤘다"면서 "(하지만) 민주당 진영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못 끌어냈고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에너지 조차도 모두 끌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대선 당시 우리가 가장 두려워 했던 시나리오는 '안철수가 대인(大人)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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