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구, “박정희 친일파이자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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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구, “박정희 친일파이자 독재자”
  • 이해인기자
  • 승인 2010.03.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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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과 박정희’ 출간한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 격정토로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은 50여년간 정치현장을 누볐던 정치계의 산증인이다.
 
노 전 회장은 ‘이재형계’로 불리며 정치를 시작한 이래 ‘진산계’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 ‘고흥문계’와 ‘상도동계’로 활동해 왔다.
 
노 전 회장이 최근 ‘김영삼과 박정희’란 책을 출간했다. 출간이유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것.

노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이냐를 생각하게 됐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를 생각하면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이‘김영삼과 박정희’란 책을 출간했다. 출간이유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란다. 노병구 전 회장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시사오늘

-. 책 출간은 언제부터 준비하셨습니까? 출간의 동기도 함께 들려주십시오.

“3년 전에, 자서전인 ‘만세를 위하여 새벽을 열다’를 출간 했었습니다. 그 때는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써보자’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갔는데 출간하고 보니 페이지 수도 700페이지가 넘는데다 내용이 너무 무거워 보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이에 주위로부터 개인적인 것보다 정치적인 것, 특히 민주화 운동에 초점을 맞춰 다시 한 번 써볼 것을 권고 받았습니다.

또 다시 책을 쓴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 계속 미루던 중 어느 날 문득 과거 민주화 투쟁을 하며 현장에서 최루탄도 맞고 정보부에도 끌려가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때나 지금이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다시 한 번 써봐야겠다’ 라는 용기를 갖게 되었고 약 1년 반 전부터 자료를 모아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노병구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 측근 중 한 명인데 과연 객관적 시각에서 서술이 가능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이 아니며 내 자신 스스로에게 자신 있을 만큼 객관성 있게 서술했습니다.

일단 제 경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장?차관 같은 번듯한 자리도 한 번 못해본 사람입니다. 최 측근이라면 국회의원도 여러 번 하고 그런 자리도 좀 차지하고 그랬겠죠. 최 측근이라는 것은 잘 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내게는 최 측근보다는 저 밑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명이었다 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이제 내 나이도 팔순이고, 인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으로 ‘바른말을 해야 겠다’라며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저는 자신 있게 객관적으로 서술했다고 주장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을 높이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까.

“부각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아는 사실만을 기술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5세 때 정치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초지일관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가족 등 모든 것을 바쳐왔습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제 때는 친일을 했고, 해방 후 근대에 들어와서는 좌파의 의심을 받았고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또한 쿠데타를 일으켜 놓고서는 반공이 제일이라며 엄청난 탄압정치를 했었습니다.

이런데 어찌 비교가 안되겠습니까? 일부러 부각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사실을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분들은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하거나 민주주의를 말살했다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박정희는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는 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행한 일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론조사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정치가, 가장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가로 꼽지요. 이는 진실이 가려진 불행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성경에 보면 잘못된 가치 판단으로 자손들까지 고생을 시킨다는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에서는 야곱의 쌍둥이 형으로 어느 날 사냥에서 돌아와 고픈 배를 이기지 못하고 팥죽 한 그릇에 자신의 장자권을 야곱에게 주어버립니다. 바로 무엇이 중요한지 가치판단을 하지 못해 생긴 불상사지요. 이 일 때문에 에서는 자신이 받아야 했던 축복과 재산 모두를 야곱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이는 후대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는 이와 비슷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한일회담을 통해 보릿고개를 넘겼다며 경제를 살린 유능한 대통령이라 칭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마치 ‘에서의 팥죽’처럼 눈앞의 것에 급급해 무엇이 중요한 지를 판단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렇기에 경제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고려해 많은 것을 포기한 굴욕적인 협상이었다는 주장도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박정희의 정치는 계엄령 등 억압이 난무하는 군사적인 독재였습니다. 그의 정치에는 자유민주주의가 빠져있었죠.

국민들이 박정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면 아마 그는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평가 중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1990년 3당 합당입니다. 구구의 결단과 야합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연 3당 합당이 없었다면 군정을 종식시키지 못했을까요? 체육관 선거가 아닌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얼마든지 군정종식과 정권교체가 가능했을 것이란 견해도 제기 됩니다.

“저는 3당 합당이 불가피한 차선책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넘는 70%는 민주화에 목이 말라 있었고 나머지 30%만이 박정희 정권의 연장을 원했습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합심을 시도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긋나는 행보로 틀어지게 되었고, 그는 이대로 가면 민주화가 어렵겠다는 판단에 3당 합당을 강행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당시 저는 3당 합당을 반대했었습니다. 그때 합당을 하게 되면 김영삼을 지지하는 세력은 25%정도 밖에 안됩니다. 때문에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현실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람들을 불러 한 명 한 명 지구당위원장(당협위원장)들을 불러 합당의 타당성에 대해 설명했고 그는 결국 3당 합당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이 일화로 그의 정치력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노력과 의지에 하늘과 유권자들이 감동 한 것이지요.

그런데 근래에 들어 생각해보니 이 때 3당 합당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면 우리 세대에는 군정종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김영삼과 박정희’에 수록된 내용 중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으면 몇 대목만 소개해 주십시오.

“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서도 중앙정보부의 공작이 있었습니다.
 
당시 30대에 상공부 장관을 지내고 윤보선 전 대통령과 함께 손발을 맞춰 정치를 해오던 이재형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재형은 단 한번도 김대중과 어떤 인연도 맺어본 적이 없던 분인데 하루아침에 변심하여 김대중을 밀어서 2차투표에서 김대중이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학을 했습니다. 이는 목숨을 걸고 민주화투쟁을 하던 김영삼을 제거하기 위해서 박정희는 물론 중앙정보부가 혈안이 되어 저지른 공작정치였던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를 요약해 주십시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일관된 철학을 갖고 있는 정치가였습니다. 앞서 말 한바와 같이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내 놓았습니다.

또한 그는 의회 주의자로서 대통령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권력을 나누어주는 지방자치제를 실시했습니다. 저는 이로써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다져졌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그는 깨끗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부정부패가 없어지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를 끝까지 실천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모든 일을 망쳐버리곤 하죠.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 즉 그는 최고 권위자였음에도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습니다.
 
그는 그가 취임식에서 연설했던 것 그대로 청와대에 들어가면서부터 단돈 10원도 합법적인 돈이 아니면 받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저는 그를 평가할 때 이를 매우 크게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이 김 전 대통령이 희망하던 것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민주주의는 확실히 이루어 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도적인 것일 뿐 국민들은 아직까지 독재자였던 박정희를 지지 하는 등 의식이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급조치, 비상조치, 위수령, 계엄령 등 수많은 강압 조치를 취한 그가 어떻게 가장 훌륭한 정치가 일 수 있겠습니까.
 
국민을 탄압하며 독재정치를 펼쳤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바로 잡혀 군사반란과 탄압정치 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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