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욕설 난사 심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치인과 욕설 난사 심리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3.07.29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정치인 욕설에 국민, 스트레스는 증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 여야 간 정쟁의 무대가 된 안개속 국회의사당 ⓒ뉴시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자신이 엘비스인 게 지겨워서 스트레스가 엄청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니저는 엘비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 무엇이든 때려 부수는 방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엘비스는 약물과다복용으로 4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욕설이 난무한다. 정치인의 가슴에는 증오가, 머리에는 욕설이 가득 차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대편에 대한 증오가 가득 찬 ‘욕설의 성찬’이 벌어진다. 정치 품격 상실시대다.

대선이 끝난 지 8개월이 다 됐다. 청와대는 여의도를 멀리한다. 여의도는 국정원과 NLL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여름 대한민국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간 데 없고, 아전투구만 남아 있는 전쟁터일 뿐이다.

이유가 뭘까?

한국 국회의원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지역구도가 뚜렷한 한국정치현실에서 ‘공천’은 생명줄이다. 때문에 4년마다 돌아오는 ‘공천’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공천을 받아도 자당의 텃밭이 아니면 살벌한 선거판에서 이겨야만 한다. 2등은 필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산다.

이기면 다음 총선을 준비해야한다. 이것이 숙명이다. 그나마 2세 정치인들은 확실한 지역기반이 있어 좀 안심이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 난 정치인’들은 매번 선거가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다. 지역기반이 있어도 2004년 탄핵, 2008년 보수 강세와 같은 광풍이 불면 추풍낙엽 신세일 뿐이다.

국회의원도 사람이다.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어야 산다. 야당은 총선과 대선 패배이후 스트레스 누적도가 최고치다. 여당도 별 반 차이 없다. 현 집권세력은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여당내 야당으로서 갖은 친이계의 견제를 물리치고 대권을 쟁취했다. 서로에게 휴식과 힐링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전투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현 정치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든 이유다.

우리는 恨이 많은 민족이다. 조상들은 쌓인 한을 풀기 위해 각 지방마다 스트레스를 분출시킬 문화를 만들었다. 일명 ‘욕바위’가 대표적이다. 상황에 따라 나랏님도 욕할 수 있다는 한국인의 심리가 반영된 바위다. 아무도 없는 바위 벼랑에서 그동안 가슴 속 깊이 새겨두었던 증오의 대상을 향한 욕지거리를 실컷 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이밖에도 암석을 굴리는 방법, 바가지를 깨는 풍습 등 한민족만의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이어져 왔다.

여야 국회의원들을 위한 ‘욕바위’가 있어야 한다. 증오의 언어만 가득 찬 추접한 정쟁을 끝내야 한다. 정치인의 스트레스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면, 국민의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