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변호사, “남양유업, 잘못보다 너무 큰 대가 치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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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변호사, “남양유업, 잘못보다 너무 큰 대가 치른 듯”
  • 방글 기자
  • 승인 2013.09.11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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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한창호 법률사무소 한창호 변호사ⓒ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매일매일 ‘사건’을 접하는 사람들이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기자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SBS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청자들로부터 굉장한 인기를 얻었었다. 일명 너목들, 그 인기의 비결은 다양한 사건과 법조인들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현실 속 그들의 고민과 함께 다양한 사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창호 변호사를 찾았다. 25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그는 지난 2010년 변호사로 돌아왔다. 인터뷰는 21일 부천지법 앞,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부천지법은 너목들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한 변호사도 드라마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보통 집에 들어가면 밤 10시, 11시쯤 돼요. 일 끝나고 테니스 치고 들어가서 저녁 먹으려고 하면 너목들 할 시간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보게 됐어요.”

-드라마에서 법조계 3륜이 모두 등장하죠. 판사와 변호사를 모두 경험한 한 변호사님이 보기에는 어땠나요.

“저도 재밌게 봤어요. 변호인의 고민,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섬세하게 표현된 거 같아 좋았어요. 특히 국민 참여재판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는 게 마음에 듭니다. 사법 홍보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고 보니까요. 다만, 일부 법조인들은 부장판사가 희화됐다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만든 캐릭터라고 다들 이해하겠죠?”

“그런데 걱정되는 부분도 좀 있었어요. 부장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국선 변호인과 자주 대화를 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경우는 없어요. 안 만나는 게 원칙이죠. 재판장은 검사든 변호사든 간에 사적인 자리에서 진행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습니다. 판결에 영향을 줄 수가 있거든요. 만약 재판장이 변호인이 없는 자리에서 검사와 만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변호사는 불안하죠. 양형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불공평하다고 느끼겠죠. 또, 판사는 편견이 있어서는 안 돼요. 그런데 한 쪽 당사자만 만나 자꾸 그 쪽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것처럼 생각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재판장이 해당 업무와 관련, 사적으로 검사나 변호사를 만나는 걸 강력하게 금지했죠.”

-드라마 상에서 민준국(정웅인)은 유죄였는데 무죄를 받았어요.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나요.

“이런 것도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겠군요. 현실에서는 ‘유죄임에도’라는 가정을 할 수가 없죠. 가정을 진실이라고 본 게 문제에요. 지나간 사실을 정확하게, 그리고 빈틈 없이 재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합니다. 흘러간 과거이기 때문이죠. 만약 CCTV로 다 찍어놨다고 해도 유죄로 단정하기 부족합니다. CCTV는 한 쪽 면만 보여주기 때문이죠. 등을 찍을 수도 있고요. 정면을 찍었다 해도 ‘범의’(범죄 행위를 한 의사)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쉽게 이야기 하면,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 해도 살인이 될 수가 있고, 상해 치사가 될 수도 있죠. 이런 경우는 범인의 의사가 사람을 죽이려고 했느냐는 게 중요하죠. 그걸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문제예요. 드라마에서는 범인의 의도가 단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알 수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이런 점들을 증거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죠.

한창호 변호사, “에피소드? 변호사는 비밀 보장해야”

-드라마에서와 같은 흥미로운 사건들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죠. 하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네요. 변호사에게는 비밀보장의 의무라는 게 있거든요. 듣는 사람은 재밌을 수 있겠지만 사건은 항상 당사자가 있죠. 당사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손해가 될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도 매우 불쾌할 수 있죠. 너목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됐다고 하던데 이것도 아주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경찰드라마가 지나간 사건을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죠. 사건 당사자가 나라고 생각한다면, 설사 무죄를 받은 일이라 해도 굉장히 불쾌할 거예요. 다른 사람 입에 거론된다는 게 기분 좋을 리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변호사인 제가 자신이 다룬 사건으로 에피소드 처럼 이야기하기는 어렵죠.”

-에피소드를 말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철칙을 갖고 계신가요.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를 포함한 모든 법조인들이,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꼭 지켜야할 지켜야할 것 중 하나가 법치주의라고 생각해요. 법률을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거죠. 형식적으로 맞추는 게 아니예요. 살아있는 법치주의가 돼야 한다는 거죠. 법에 의한 통치, 즉 안정성을 말해요. 법치가 통한다는 건 예상 가능하다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죄가 될지 안 될지, 형량이 얼마나 될지가 모호하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언제부터 법조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처음부터 판사를 꿈꾼 건 아니에요.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부터 소위 말하는 ‘범생이’였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이과 공부를 했죠. 물리학이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색약’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데 문제가 됐어요. 이과에서 갈 수 있는 학과가 급격하게 줄었죠. 방법이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문과로 옮겼습니다. 문과로 가서도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했어요. 입시 원서 낼 때가 돼서야 고민을 했죠. 학교 선생님들이 한목소리로 서울대 법대를 권유했어요.”

-그런데도 수십년 동안 법조계에서 일을 하고 계세요.

“막상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이과 공부할 때 수학을 좋아했거든요. 수학은 틀림 없이 답이 있잖아요. 가정이나 정리, 전제가 있긴 하지만…. 법률학도 기본적으로는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이념, 정의 등이 깔려 있지만, 작게는 해석학이에요. 치밀성이 요구 되죠. 딱딱 맞춰가고 원인을 분석하고, 조합하는 게 수학과 비슷해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었죠. 자연과학에 대한 흥미는 여전해요. 그래서 지적재산권에도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죠.”

▲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 한창호 변호사는 "의뢰가 들어온 사건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변호사가 된 후에 다루는 사건은 보통 의뢰해 온 사람의 이야기가 기초가 되잖아요.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사실관계를 풀어가다보면 들은 것과 다른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 20년 이상을 법원에 있었어요. 법원이라는 게 원래 민사, 형사 구별 없이 양쪽 당사자가 있죠. 전 항상 양쪽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의뢰인들이 오면 상대방의 이야기 먼저 물어요. 제일 처음 묻는 게 ‘그러면 상대방은 뭐라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얘기합니까’예요. 그걸 지나치면 예상치 않은 곳에서 공격이 들어올 수 있죠. 내용증명이나 자료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런게 없다면 의뢰인의 생각으로라도 간접적인 확인을 하죠. 법원에 있었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 아닐까 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진실을 파헤치는 입장에서 어떤 게 사실인지 답답할 것도 같은데요.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법률이라는 이론보다도 사실관계가 더 중요해요. 그것만 드러나면 상식만 갖고도 판단이 가능하죠. 사실관계라는 건 냉정한 상태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면 파악이 가능하죠. 사실관계가 틀린다는 건 준비가 부족하다든지 애당초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주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죠.”

-최근 ‘갑을 논란’이 상당했죠. 예를 들면 남양유업의 경우에 갑을 향한 질타 역시 대단했는데요.

“남양유업의 경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큰 매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대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잘못에 대한 대가가 적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쁘게 비춰지는 경우가 많던데, 부와 빈 그 자체는 선악의 기준이 될 수 없어요. 물론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같이 있는 쪽이 더 많은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하겠지만요. 이런 걸 보면 언론과 법률 쪽도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은 높은데 객관성은 잊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답을 알고 접근하는 경우가 문제죠. 요즘은 반론권이나 정정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지만 이 조차도 객관성을 잃고 가는 경우가 많죠. ‘상대방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으나 대답을 거절했다’ 뭐 이런 거 말이에요. 이게 반론권의 실질적 보장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언론재판부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론과 관련한 법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은 듯 했다.

-남양유업과 같이 갑을 논란에 대한 사건을 맡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갑의 횡포라고 보이는 사건인데요. 대리점의 잘못을 이유로 본사가 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 약관 내용이 대리점에게는 너무 가혹한 듯 보였어요. 그래서 대리점 측에게 부당한 약정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생각까지도 해보는데, 당사자들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과 비용 때문이죠. 이럴 땐 돈 안 받고도 해주고 싶은데, 무상은 습관이 될 수도 있어서 안 했죠. 전 복지도 완전한 무상보다는  아주 저렴하게 주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보는 편이에요.”

-판사를 지낼 때와 현재, 어떻게 다른가요.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의뢰인의 말을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있죠. 지금은 법조인의 조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죠. 사실에 대한 자료의 수집, 정리나 법률적 주장을 조금만 도와줘도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를 제법 봅니다. 돕고 싶죠. 안타까워요.”

한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사건이 아닌 사람을 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있을 때는 사람에 대해 합리적인 부분이 70이고, 감성적인 부분이 30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지니 집사람과도 덜 다툰다고 웃었다.

▲ 한창호 변호사는 "소송이 걸리기 전에 미리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법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랑 마찬가지에요. 분쟁이 생기기 전에 오세요. 이미 상대방한테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거나 불리한 걸 다 드러내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 놓고 늦게 와서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하죠. 내 뜻이란 것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특히 금액이 큰 거래에서는 전문가 상담이 꼭 필요해요.”

-재판이 아니더라도 변호사의 법적 지식을 얻어가려면 비용에 대해 생각하게 될텐데요.

“소송이 걸리기 전에 오면 당연히 적죠. 간단한 건 무료상담도 많아요. 검토할 자료가 많다거나 연구할 부분이 많은 경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되니까 비용이 좀 드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걸 내버려 두다간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제발 일찍 전문가와 상담 하세요.”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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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기 2015-01-06 18:51:37
한변님!인터뷰기사 잘읽었어요... 고교시절 인연으로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게 된것이 참 잘된 일이구나 싶네요.. 계속 정진하십시요. 성공적인 2015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건강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