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라면을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인의 기호식품’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부인할 이가 있을까. 그런데 누군가 라면 가격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여년 가량 라면 담합을 주도하다 적발된 농심이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9월도 열흘이 지났다. 이달 중 예정돼 있던 재판도 수일 내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과연 농심의 손을 들어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2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심 등 라면 제조업체에 1300여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중 농심은 1080여억 원을 부담하게 됐다. 10여년 간 라면 담합을 주도해온 이유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 등 라면 제조사 4곳은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정보를 교환했다.
같은해 8월, 농심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농심 등 4개 제조업체의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한인마트는 “라면 제조사 4개 업체가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한 것이 밝혀졌다. 미국에서도 같은 피해를 입은 만큼 제조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피해 규모의 3배를 물리는 징벌적 배상제에 따라 최대 8400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한국에서의 과징금 취소 청구소송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미국의 한인마트가 요구하고 있는 액수는 공정위가 부과한 1300여억 원의 6배다.
엎친 데 덮친 격. 지난해 경쟁사인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꼬꼬면 등 하얀국물 라면이 강세를 보이면서 농심은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968억 원. 지난해 농심은 과징금 1080억 원만도 못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농심은 9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1년의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부과됐다. 그럼에도 농심이 여전히 건실한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본금이 304억 원에 지나지 않는 농심이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에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감몰아주기에 물량 밀어내기까지
농심은 그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룹의 오너인 신춘호 회장은 율촌화학이나 쓰리에스포유 등의 계열사를 통해 부를 대물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국세청도 농심을 향해 활을 겨눈 듯하다. 국세청은 신춘호 농심 회장과 자녀들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하게 부를 축적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율촌화학은 라면과 스낵제품에 사용되는 봉지와 용기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로 대주주는 (주)농심홀딩스다.
(주)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의 지분 40.3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50.68%의 주식 역시 신 회장과(13.5%), 부인 김낙양 씨(4.6%), 차남 동윤 씨(6.08%) 등 오너 일가의 몫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율촌화학의 매출이 대부분 농심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농심은 특히, 라면봉지 등을 율촌화학에서 100%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율촌은 매출 4057억 원을 기록했다. 그 중 400억 원 이상은 신라면 봉지 납품으로만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2000억 원 이상의 매출 역시 모회사인 농심이나 계열사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 회장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게 어찌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농심과 거래관계를 맺어오던 하청업체 입장에선 어떨까.
얼마 전 율촌이 농심과의 거래를 빌미로 하청업체들에 ‘원료 상납’까지 강요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대구지역 중소기업은 J제지는 율촌화학에 6억 원 상당의 골판지 원료를 무료로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골판지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율촌이 농심과의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농심 측 관계자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율촌화학은 연포장 쪽으로 이름이 나 있는 회사”라면서 “농심 이외에도 삼성과 LG 등에 납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율촌화학이 골판지를 무료로 공급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농심 측이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혐의 없음으로 인정된 사안이고, 이 사실을 보도했던 언론도 정정한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시사오늘> 확인 결과 정정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춘호 회장, 아들만 주면 섭섭하지…딸 회사에도?
신 회장의 장녀 현주 씨의 회사로 알려진 쓰리에스포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쓰리에스포유는 현주 씨(50%)와 두 딸(박혜성, 박혜정)이 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 회사다. 2005년 설립된 쓰리에스포유는 농심 내 빌딩 관리나 청소, 용역 등의 일을 맡고 있다.
특히 쓰리에스포유는 5년 사이 매출액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이 농심과 계열사에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2006년 25억6000만 원에 그쳤던 쓰리에스포유의 매출은 2007년 47억50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고, 2009년에는 100억 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농심가 3세들의 경영활동 움직임과 관련, ‘부 대물림이 손주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외에도 농심은 발암물질 검출과 밀어내기 등으로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농심 측은 모든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강력하게 어필 중이다.
이와 관련 농심 측은 “농심은 식품회사”라면서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보안과 함께 청결에도 신경쓸 게 많아 2005년 들어 청소 및 용역 관련 전문적 업체를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008년 농심은 쥐머리 새우깡으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농심은 또,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도 “이번 달 중 과징금 취소 소송과 관련 재판이 있을 예정이지만, 미국에서 제기된 문제와는 별도”라고 일축했다.
어찌됐든 국민들은 농심에 크게 실망했다. 농심은 쏟아지는 국민 사랑에 가격 담합과 부 대물림으로 화답했다. 중소업체들은 수억 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국민들은 남양유업에 이어 농심이라는 식품회사에 뒤통수를 맞았다. 어쩌면 ‘농심’도 불매운동의 쓴 맛을 피해가긴 어려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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