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부부 간의 명의신탁도 때로는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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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부부 간의 명의신탁도 때로는 조심해야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9.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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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엄태용 씨와 최여진 씨는 20년 전에 혼인한 법률상 부부다.  그런데, 이들은 2003년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을 매수해서 최 씨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두었다.  한편 엄 씨는 2008년경 주식회사 공감과 사이에 위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잔금 합계 20억 원을 최 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그러던 중 둘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지 엄 씨가 최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내용은 혼인 중인 2003년경에 최 씨의 명의로 취득한 위 부동산은 엄 씨의 자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엄 씨가 최 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니 보관해 둔 위 매매대금 20억 원을 반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은 불법으로 된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여전히 부부 사이와 종중 간의 명의신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위와 같은 소송은 일단 가능하고, 엄 씨가 승소해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 엄 씨의 자금으로 매수한 것이고, 이를 처인 최 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최 씨가 위 부동산은 친정에서 받은 돈으로 불려 취득한 것이고, 설령 부동산의 매수대금 중 일부를 엄 씨가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혼인한 이후 10년이나 지난 시점에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이는 엄 씨가 최 씨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다툰다면 엄 씨의 승소를 장담하기는 더 어렵다.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먼저 법률적으로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다른 일방이 실질적인 소유자로서 편의상 명의신탁 한 것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당해 재산의 대가를 부담하여 취득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그 부동산을 취득함에 있어서 자신의 협력이 있었다거나 혼인생활에 있어서 내조의 공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더욱이 단순히 다른 일방이 배우자가 그 매수자금의 출처라는 사정만으로는 무조건 특유재산의 추정이 번복되어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또한 부부간에 부동산 취득자금이 교부되는 경우 그 원인으로는 명의신탁을 위한 자금의 제공 이외에도 자금의 반환, 대여, 증여, 채무변제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취득자금 중 일부의 출처가 부부 중 일방 배우자 명의의 금융자산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바로 매수자금의 출처를 금융자산 명의자인 배우자로 단정하지도 않는다.

실제 위 사건에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입증되어 엄 씨가 처인 최 씨에게 실질적인 소유의 의사로 위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으로써 최 씨에게 위 매매대금의 보관을 의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엄 씨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첫째, 엄 씨 스스로도 당시 수술을 받고 있던 터라 만약의 불상사를 대비하여 최 씨 명의로 등기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둘째, 최 씨 명의의 부동산이 엄 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3자에게 매도된 점이나 그 매도대금이 전부 최 씨의 계좌에 송금되었다.  셋째, 위 매매대금 중 일부는 엄 씨의 채무변제에 사용되었다.  넷째, 위 매매대금이 그 후 엄 씨의 별다른 관여 없이 생활비 등으로 소비되었다.  다섯째, 최 씨 스스로도 위 부동산을 매수한 이후 자신이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한 후 전세를 놓아 전세보증금을 직접 받았다.

물론 엄 씨의 입장에서는 더 확실히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였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 틀에서 이미 밀린다고 보아야 한다.  일단 소유권이 어느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다른 일방이 실제와 다른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겠다.  바로 입증의 부담을 엄 씨가 안고 있기 때문이다.<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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