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콩철수 이미지´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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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콩철수 이미지´ 벗어나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9.18 09:5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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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간 콩알만 한 화법 ´이제 그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말'을 못한다. 지난 16일 오랜만에 TV출연을 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JTBC <뉴스9>는 14년 만에 앵커로 복귀한 손석희 아나운서와 안철수 의원의 단독 인터뷰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송이 나간 후 이들의 명암은 달랐다. 손석희 앵커는 변함없는 '촌철살인'의 면모를 보였다는 호평이 따라붙었다. 반면 안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은 어수룩해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날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에 대한 평가로 "실망스럽다. 여러 차례 만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손 앵커의 돌직구에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꾸준히 도마에 올랐던 '모호한 태도'도 여전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관련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보느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한 안 의원은 왜 그런지에 대한 납득이 가는 설명보다는 듣는 이로 하여금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전달이 되지 않는 우물쭈물한 뉘앙스로 답변했다.

예민한 현안인 만큼 무책임한 판단을 하기도 어렵고,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지만,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간이 콩 알만해 보이는 모습이 아닌, 좀 더 분명하고 사명감이 느껴지는 정치인 화법으로 대응을 했다면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 것 같다"는 손 앵커의 날카로운 진단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TV토론회에서도 안 의원은 책 읽는 듯 한 토론을 진행해 적지 않은 국민을 실망시킨 바 있다.

새 정치를 책임질 정치인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면, 행동은 기본이고, 그만큼 말도 잘해야 한다. 정치인이 대중 연설을 못하면 신념과 정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고, 국민을 설득시키는데도 한계가 따른다.

가뜩이나 간철수, 양비론 등의 비판을 받아 온 안 의원이다. 정체성이 분명치 못한 게 아니냐는 일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거듭말하지만, 정치인답게 말을 더욱 잘해야 한다. 때문에 화술 연습에도 신경 쓰기를 바란다. 초보 정치인 티를 하루 빨리 벗고 새 정치를 능히 해낼 깜냥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현재도 안 의원을 기대하는 국민은 많다. 이들은 안 의원 측근이 전하는 '안철수의 생각'보다 안 의원이 직접 전하는 '안철수의 시원한 한 마디'를 원한다. 측근들이 백 번 말을 잘하는 것보다 안 의원이 한 번 말을 잘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안 의원은 새 정치를 이루는 데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못해도 20년 동안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했고, 어떤 가시밭길도 헤쳐 나가겠다고 했다. 거북이 걸음일지언정 멀리 바라보고, 긴 호흡으로 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당장의 작은 장애물도 넘지 못하면 헛된 꿈으로 끝날 수 있다. '말 못하는 안철수' 가 되풀이된다면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의견도 그만큼 늘어날 게 뻔하다. 이는 곧 멀리 갈 추진력을 잃게 되는 셈이 된다. 바로 이 점이 새내기 정치인이라 시간이 많은 듯 하지만 대통령까지 바라본다면 시간은 촉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종편 출연이 안 의원에게는 소중한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안 의원은 정치적 학습능력이 상당하고, 그 속도 역시 빠르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화술 역시 달라진 면모를 보일 거라고 기대해 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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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9-19 00:42:36
오호~기사 공감가네요

최윤정 2013-09-18 17:42:17
여의도의 카타르시스적인 정치인의 내지르는 말스탈도 문제가 있지만

스킬적인 화술도 필요하다봅니다

윤진석 기자님의 따스한 독설 감사하며 안철수의원지지자로써 동감합니다

안철수 언변능력만 높이면 2013-09-18 13:16:35
하도 말만 잘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서 ...사실 그렇게 뺀질뺀질 말 잘하고 비유 잘하는 여의도식 화술은 질릴때로 질려서...안철수가 여의도식 말재주 늘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발언에 힘이 있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