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7)> 김영배, “동네 안에 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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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7)> 김영배, “동네 안에 국가 있다”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3.10.07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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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시대는 ‘참여, 소통, 공감’의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 김영배 성북구청장 ⓒ시사오늘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열일곱 번 째 초청 연사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으로 강연은 10월 1일 '동네 안에 국가 있다'란 주제로 진행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고대 정책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방행정을 전공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도시행정 전문가다. 김 구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사기획 비서관을 거쳐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을 역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북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는 친노 인사답게 ‘사람이 희망인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성북에서 마을정치를 실현코자 한다.

김 구청장은 평소 “성북구정은 시민의 정치, 참여자치, 생활정치 실현하는데 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 구민 간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아울러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구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도를 모색하고 함께 구정에 대해 의논해 나가는 것은 성공적인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고 강조한다. 이날 강연 주제도 지난 4월에 출간한 저서명인 ‘동네 안에 국가 있다’로 정했다. 그는 “참여와 화합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구청장은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나온 “정릉이 어디냐”는 대사로 드러난 성북구의 이미지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성북구라고 하면 ‘미아리, 정릉, 석관동... 등 약간 멀고... 우리 지역은 의정부로 향하는 군사도로가 위치한 통과 교통지역이다. 대학도 많고, 산도 높고, 물이 맑은 베드 타운이다.”

그는 “대학이 많아도 면세이기에 세금은 적게 내고, 인구는 많다. 좋게 말해서 활력은 넘치나 경제력이 없는 지역이다. 좋은 고등학교도 없어 경제활동 층인 40~50대가 떠나 지역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노령화 비율이 12.3%로 인구 48만 명 중 6만명의 어르신이 많은 동네다”며 성북구가 처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김 구청장은 성북구가 가진 문제점이 보편적 복지시대에 대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시대의 심각한 고민은 오히려 대도시가 갖고 있다. 사람은 많은데 세금 낼 사람이 없다. 한마디로 소 키울 사람이 없다. 시골 노인 분들은 정 먹을 것이 없으면 경로당에 가면 해결된다. 하지만 서울은 아니다. 현재 75세 이상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다. 남자 120명, 여자 40명인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할아버지가 불쌍하다. 죽음으로 내몰린다. 지난 여름 성북구내 독거노인 중선풍기 없이 지낸 분이 119명에 이른다. 패트병 껴안고 있는 노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구청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보편적 국가시대의 성북구민이, 서울시민이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의 양과 질에 대한 고민, 의무주체로서 성북구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우리 옆 집 아저씨가 행복하지 않는데, 대한민국이 행복할까? 국민소득 2만$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그는 생활과 정치가 분리된 관객 민주주의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당선 직후 길음 시장에 방문했다. 시장 상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선출직 구청장은 선거 때 표 받으러 오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더라. 장위동도 똑같았다. ‘정치인이 평소에 오는 것 처음 봤다. 나가라’고 소리쳤다."

 

▲ 김영배 성북구청장 ⓒ시사오늘

주민은 빨간 구두 주문, 지방정부는 까만 구두만 판매한다?

김 구청장은 현 상황을 △공공성의 위기△공동체의 위기△시민적 삶의 위기 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기대해봤자 자신의 삶의 위기가 해결이 안 되고, 더 열 받는다고 생각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구청장은 해결책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주민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부가 지방정부다. 주민이 열 받고, 답답하고, 무슨 일 있으면, 가장 가깝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다. 주인이 주인대접을 받는,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것, 자기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참여, 소통, 특히 공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기초가 돼야 한다. 실제 지방정부에서 작동이 되려면 참여 컨버넌스가 운용되고 구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빨간 구두, 까만 구두 이야기’를 예로 들며 지방정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 7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459:1이다. 그러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그 공장에만 들어가면 ‘우리 업무 아닌데요. 다른데서 하는 업무인데요, 검토해 보겠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고객은 빨간 구두를 원하고 있는데 까만 구두만 판매한다. 왜 이럴까? 지방정부의 실제 주인인 주민의 수요를 주문 생산서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과 정치인이 주민들의 요구를 기초로 설계하지 않고, 애초에 주문 생산서를 제대로 작성되지 않기 때문에 까만 구두만 나온다. 결국 In Put이 문제다.”

김 구청장은 ‘수요자와 과제중심의 업무체계 구축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업무체계는 ‘주민요구파악→ 주민참여 거버넌스→ 내부행정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공장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장장인 구청장이 과제 중심의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구청장은 먼저 “과학적 기법을 활용한 주민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GIS(지리정보체계)기법을 활용해 사회서비스 시설을 분석해 우선순위에 따라 필요지역부터 확충한 사례를 설명했다. 결국 이 기법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공약으로 제시돼 서울시 정책에 반영됐다.

이어 김 구청장은 “주민참여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區政에 관련된) 위원회에 전문가 및 주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 토론회를 개최해 도출된 결과를 구 정책에 반영한다. 또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주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예산과정에 직접 주민이 참여시켜 재정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에서 주문 생산서를 받은 과제 중심으로 협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에는 부서 간 칸막이 행정이었으나, 이제는 과제중심의 협업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강의 후반에 자신이 추구하는 생활정치의 실현을 위한 각종 성북구의 정책을 소개했다. 성북구는 2010년 10월에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이밖에도 성북형 공적 방과 후 돌봄체계, 공간의 재활용을 통한 공공도서관 건립, 생활임금제, 안심귀가 마을버스 운영 등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구청장은 “얼마 전 교황께서 청년을 위한 연설을 하셨다. 깜짝 놀랐다. 교황께서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다. 투표하라. 정치에 참여하라’고 말씀하셨다.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것은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분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가능성이다. 가능성은 열려있는데서 출발한다. 거기에서 상상력이 나온다. 도전을 하려면 열려있고, 현실에서 부딪히면서 미래를 바라볼 줄 알아야 기대할 수 있다”며 끝맺었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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