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산수 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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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유산수 특별전 개최
  • 최혜화 기자
  • 승인 2009.03.25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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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기에 더 보고 싶은 ‘조선 산수’
지금으로부터 1600여 년 전, 중국의 화가이자 음악가인 종병(宗炳, 375~433)은 병으로 형산(衡山)에서 강릉(江陵)으로 돌아온 후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
“아! 늙음과 병이 함께 이르렀구나. 유명한 산을 두루 유람하기 어려울까 걱정된다. 오직 마음을 깨끗이 하고 도(道)를 보며 누워서 이를 유람해야겠구나.”
종병은 병 때문에 문 밖에 나가지 못하고 산수화를 보며 부득이 “누워서 이를 유람”했는데, 후대에는 “누워서 유람하는 것[臥遊]”이 오히려 산수화 감상의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와유’의 개념을 이해하였고 산수화 감상을 ‘와유’라는 말과 동일시하여 사용하였다.
 
▲     © 시사오늘
 
산수화는 동양 특유의 오래고 긴 산수애(山水愛)와 자연관(自然觀)을 바탕으로 화가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한 또 하나의 자연이다. 그 대상이 실제의 자연풍광이든 현실 세계에는 없을 것만 같은 환상적인 풍광이든 간에, 산수화에는 그림 속 자연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무한한 자유를 실현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자연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조선시대 산수화 특별전이 현재 청계천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청계천문화관은 <자연을 담은 그림, 와유산수臥遊山水> 특별전(이하 <와유산수>展)을 오는 5월 24일까지 개최한다. Ⅰ부는 3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리며, 금강산, 묘향산, 함흥, 대동강 등 자유롭게 가보지 못하는 북녘의 풍경을 담은 그림과 조선중기와 후기의 산수화를 전시한다. Ⅱ부는 4월 22일부터 5월 24일까지 열리며, 남한강 상류 청풍과 단양 등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작품과 더불어 조선말기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그림들을 전시한다.

<와유산수>展이 주목되는 점은 우리의 산천을 담은 실경산수화를 다수 전시한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경관을 그리는 전통은 고려시대부터 있어왔지만, 조선후기인 18세기에 들어서면 그 양이 증가하고 크게 유행하게 된다. 이 시기 실경산수화의 유행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시대 경향이다. 그 배경에는 실학사조의 유입, 산수 유람의 유행과 그에 따른 기행문학의 성행, 산수판화집의 성행 등이 있었다.

평안도 지방의 명승명소를 누정을 중심으로 그린 ‘관서명승도첩’ 주목

실경산수화의 제재는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금강산이나 한양, 평양 등의 명승명소가 오랜 기간 선호되었다. 특히 금강산도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실경을 그렸다는 점뿐 아니라 하나의 대상을 몇 백 년 동안 많은 화가들이 여러 가지 화풍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매우 특징적이다. 본 전시에서는 심사정, 정수영, 조석진 등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금강산을 유람하고 남긴 금강산도 수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의 유람의 기록과 기억을 담은 실경산수화는 산수 유람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던 옛 선조들의 자취이다.
 
▲     © 시사오늘

 
<와유산수>展의 주요 작품 중 평안도 지방의 명승명소를 누정을 중심으로 그린 ≪관서명승도첩(關西名勝圖帖)≫을 주목해야 한다. 평양을 비롯한 관서지방은 단군과 기자(箕子)의 터전이며 고구려의 도읍을 거쳐 고려시대 서경이었다는 유구한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중국과 접경지대로서 군사와 외교면에서 특히 중요하였는데 사신들의 노정 인근에 분포한 명승지는 문학과 미술의 제재가 되었다. ≪관서명승도첩≫은 총 열여섯 폭으로,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의 배경인 영변 약산을 비롯한 관서 일대의 명승이 청록채색화풍으로 그려졌다. 감상자는 화첩 옆에 설치된 LCD 모니터를 통해 화첩의 모든 장면을 감상 할 수 있다.

Ⅱ부 전시에서는 보물 제528호인 청풍 한벽루를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청풍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 4년(1317) 당시 청풍현 출신 승려인 청공이 왕사(王師)가 되어 청풍현이 군(郡)으로 올려지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객사의 동쪽에 세운 누각이다. 원래 위치는 남한강 가에 있었으나, 충주댐 건설로 청풍 관아터가 물에 잠기게 되자 인근의 높은 지대인 청풍문화재단지로 옮겨졌다.
 
▲     © 시사오늘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한벽루는 옛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림 속 한벽루는 수몰되기 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벽루>를 포함하여 아름다운 강변 풍경을 사실적이면서도 간략하게 그려낸 그림들은 화폭 속의 인물들이 감상자 자신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감상자는 그림 속 인물이 되어 산수의 흥을 느끼고, 선현들의 눈길과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

그림 속을 유람하게 하는 힘은 상상이다. 상상은 시공을 초월하여 낯선 곳으로의 유쾌한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상상을 통해 정신은 육체의 제약에서 벗어나 그 본체인 무한한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렇듯 사람의 정신을 유쾌하게 하고 자연과 하나로 이끄는 산수화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가장 가까운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공을 넘어서는 산수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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