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헬기, 도심으로 날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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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헬기, 도심으로 날아간 이유?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11.17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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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와 장비 이상, 무리한 운행, 착륙지점 변경 등 각종 의혹 제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 헬기가 충돌한 사고 현장 ⓒ뉴시스

16일 LG전자의 헬기가 강남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 2명이 모두 숨졌고 아파트 벽체와 헬기는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소방방재청과 여러 목격자의 말을 종합하면 헬기는 지상에서 100m 높이인 23층~24층에서 충돌해 28층까지 급하게 수직상승을 시도했지만 결국 근처 화단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LG전자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아산 병원 유가족 빈소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에 대해 해명하면서 블랙박스 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원인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헬기는 왜 고층 아파트와 충돌했을까?

일반적으로 헬기는 강북의 비행금지구역과 강남의 고층 빌딩숲을 피해 한강 위를 따라 다닌다. 이날 탑승을 예정했던 LG전자 임직원들 역시 잠실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헬기의 기장이었던 박인규(57) 씨는 공군에서 21년 간 근무하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중이었다. 부기장 고종진(36) 씨도 공군에서 13년을 비행한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헬기가 항로를 이탈해 고층 아파트와 충돌한데 대해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역시 짙은 안개로 인한 항로 이탈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가시거리는 1.1㎞, 공군은 성남 기지 기준 800m에 불과했다. 비행 규정인 1마일(약 1.8㎞)에 한참 못미치는 시야다.

이 때문에 강을 따라 시계비행을 하던 헬기가 방향을 잃고 도심으로 향했다가 아파트와 충돌햇다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사고 당시 27층 높이에서 도로 위의 차량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기장의 친구인 헬기 조종사 출신 전모 씨는 헬기의 'E-GPWS(지상근접경보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E-GPWS는 위성항법시스템(GPS)와 군사자료 등고선을 이용해 지상에 접근하거나 건물과 충돌할 상황이 되면 경보음을 내는 장치로 고가의 여객기에는 대부분 설치가 돼 있다.

전씨는 "박 기장이 사고 헬기가 최신형이라고 했던 만큼 장비가 당연히 설치 돼 있었을 것"이라며 "E-GPWS가 정상작동 했다면 아파트와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 소방대원들이 사고 헬기 동체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

또 다른 의혹은 이륙 예정시간인 8시 35분 보다 이륙시간이 11분 늦어지자 임원진이 '재촉'하는 등 무리하게 운행했다는 의혹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안승권 LG전자 사장(CTO)과 상무 2명, 부장 1명 등 4명을 태우고 대형냉난방공조(칠러) 전주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박 기장은 오전 7시 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1시간 뒤 잠실을 경유해 전주로 내려갈 수 있겠다고 다시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 기장의 아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계속 잠실로 와서 사람을 태우고 가라고 한것 같다"고 밝혔다.

때문에 회사가 무리해서라도 운행할 것을 압박하자 박 기장도 이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탑승자들은 박 기장이 운행 하겠다고 보고한 시각 이미 잠실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사장은 잠실헬기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 떨어진 서초동에 살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제기된 의혹은 탑승장소가 잠실 헬기장이 아닌 코엑스였다는 것이다.

박 기장의 빈소를 방문한 대학원 동기 김모 씨는 사고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코엑스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VIP를 태우러 간다고 추측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항로를 벗어날 무렵에는 직진만 하면 목적지인데 무리해서 우측으로 꺾을 이유가 없다"며 "박 기장이 이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무리해서 운행할 이유 전혀 없었다."

LG전자는 헬기 사고와 관련 "무리하게 운행할 이유가 없었다"며 "박 기장이 잠실을 경유해 갈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 기장이 김포공항에서 정상적인 허가를 받아 출발했고 서울 지방항공청 발표에서도 그가 8시 58분 시정이 5마일(약 8㎞)로 좋다고 알려왔다고 한 만큼 안개로 인한 사고는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이 16일 유가족 빈소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뉴시스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아산병원 유가족 빈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가족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 드린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게도 사과의 말씀 드린다. 최대한 신속하게 수습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조사에 대해 "(이륙에서 사고가 발생한 시간)그 사이 어떤 안개의 기류가 있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블랙박스를 통해 조사를 더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방항공청은 사고 당일 오후 1시 30분 쯤 인천국제공항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사고헬기가 시계비행을 하고 있었고 별도의 관제지시 없이 운행하던 중 경로 이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고 헬기는 잠실 헬기장을 1.2㎞ 앞둔 영동대교 부근에서 기수를 오른쪽으로 틀어 삼성동 방향으로 진입한 뒤 공군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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