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잔치 유감
스크롤 이동 상태바
벚꽃 잔치 유감
  • 편집주간
  • 승인 2010.04.05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이 온통 벚꽃잔치로 봄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꽃인 무궁화는 잔치상을 받기는 커녕 초등학교 교과서나 대통령 휘장에서나 볼 수밖에 없는 박제된 꽃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하씨는 무궁화를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보라에 가까운 빨강, 게다가 대낮에 햇살을 이기지 못하여 시들어 오므라지고 보니 빛은 한결 생체를 잃어 문득 창기 같은 입술을 연상케 한다.

그러면 잎 새의 아름다움이 있나하고 들여다보면 거세고 검푸른 것이 꽃 잎 새라기보다 나무 잎 새였다.

샤론 장미라고 해서 여기 어떤 신비로운 동경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화(國花)라는 것이 이렇게 평범하고 초라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무궁화가 어째서 우리의 나라꽃이 되었을까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나 하나 뿐이 아니겠다.

문일평씨는 무궁화를 동방을 대표한 이상적 꽃으로 칭했고 유달영씨는 순화(淳花)즉 학명의 꽃말처럼 신의 얼굴처럼 아름다운 꽃이라고 무궁화를 찬미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말로 미화를 시켜 본들 무궁화는 매력이 있는 꽃도 아름다운 꽃도 아닌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각 나라에는 나라꽃이 있습니다.

요염한 영국의 장미, 청초한 프랑스의 백합, 소담한 독일의 보리, 선연한 스코틀랜드의 엉겅퀴, 가련한 희랍의 앉은뱅이, 찬란하고도 담백한 사쿠라(벚꽃)는 일본의 나라꽃입니다.

 세상에는 이름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꽃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철철이 옷을 갈아입듯이 계절도 순환 따라 꽃을 피워냅니다.

봄기운이 이 땅에 들 때쯤이면 한라산 지리산 철쭉꽃잔치가 한창이 됩니다.

꽃은 그저 아름다울 뿐입니다.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라는 것만 아니면 분명 감정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토리 키 재기 하듯이 지자체마다 벚꽃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은 못마땅합니다.

일본의 나라꽃 잔치가 봄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겨우내 뒤집어 쓴 먼지도 털지도 못하고 주눅 들고 기죽어 서 있는 우리 꽃 무궁화가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나라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밉상인 사람도 곁에 두고 자주 보면 예뻐 보이지는 않더라도 거부감은 없어집진니다.

밉다고 등 말고 돌리지 말고 다독이다 보면 미운 정이라도 들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