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퐁피두 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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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 퐁피두 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
  • 최혜화 기자
  • 승인 2009.01.05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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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마티스, 미로, 샤갈 등 천재작가들의 주옥 같은 작품 전시
지난 11월 22일,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으로 평가 받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의 특별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화가들의 천국>(이하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의 소장품전으로, 2006년의 <루브르 박물관전>(국립중앙박물관)과 2007년의 <오르세 미술관전>(예술의전당)에 이은 프랑스 3대 국립미술관 기획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시이다.

한국 국민이 좋아하는 현대 작가들의 향연

5만 6000여 점에 이르는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들은 20세기의 작품들은 물론, 현대미술의 최근 동향까지 보여주는 21세기 초까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그 기획 단계에서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접 참여하여 한국 국민들의 정서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하였는데, 피카소, 마티스, 미로, 샤갈, 브라크, 레제, 보나르 뿐만 아니라, 현재 주목 받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 총 79점을 통하여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향의 다양한 모습들을 교감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 측이 어렵게 외부 반출을 결정한 앙리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와 해외 나들이가 처음인 호안 미로의 <블루Ⅱ>를 비롯하여 파블로 피카소의 <누워있는 여인>, 페르낭 레제의 <여가-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 마르크 샤갈의 <무지개>등을 선보인다.

▲     © 시사오늘
낙원의 이미지를 통해 보는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의 부관장이자 수석 학예연구관인 디디에 오탱제가 한국 전시만을 위해 지난 2년간 ‘아르카디아-천국의 이미지’라는 주제로 연구, 기획한 것으로 전통적으로 서양의 낙원을 의미하는 ‘아르카디아’와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의 예술적 교차점을 보여준다.

즉, 이 전시는 20세기 이후 현대 예술가들이 ‘아르카디아’라는 낙원의 개념을 현대적 방식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 왔는지에 대하여 신화와 역사, 문학과의 관계를 통해 심도 있게 엮은 기획전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본 전시의 근간이 된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 목자들-아르카디아에도 내가 있다>라는 작품의 영상이 흰색 실 커튼에 전사(轉寫)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프랑스 고전주의의 대가로 알려진 푸생은 누구보다도 아르카디아의 풍경을 자주 그렸으며, 그의 그림들을 통해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낙원 풍경의 전형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아르카디아, 우리의 이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곳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화파를 중심으로 그림을 보던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10개의 소주제를 따라 작품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아르카디아-천국의 이미지’라는 큰 주제 아래, ‘황금시대’, ‘전령사’, ‘낙원’, ‘쾌락’, ‘풍요’, ‘되찾은 낙원’, ‘조화’, ‘허무’, ‘암흑’,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총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이 소주제들은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 목자들>을 세부적으로 해석하여 의미를 찾아내고 설정한 것이다.

첫 번째 소주제인 ‘황금시대’에서는 목신과 요정이 살고 있는 봄의 땅 아르카디아의 원형적인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전령사’는 아르카디아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담한 현실일수록 강해지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20세기 화가들에게 아르카디아의 땅은 존재했을까? 세 번째 소주제 ‘낙원’에서는 현대 화가들이 공간적인 아르카디아로 생각했던 장소를 그린 풍경화들을 볼 수 있다. 아르카디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쾌락’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풍요’는 과일과 음악이 충만한 정물화들을 통해 시각화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주제에서 만나게 되는 지우제페 페노네의 작품 <그늘을 들이마시다>는 벽면을 가득 메운 월계수 잎과 그 향으로 인해 시각으로만 보아오던 아르카디아를 후각과 촉각 등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관람자 자신이 실제로 아르카디아에 들어와 있음을 보다 강하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아르카디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독교의 천국과는 다르다. 착한 사람만이, 선택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닿을 수 있는 평등한 공간이다.

아르카디아는 선과 악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세속적 세상과 도덕적 세상이 구분되지 않는 즐거움의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아르카디아는 단순하게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하나의 완벽한 세상이며, 조화로운 세계의 원형적 모델로 볼 수 있다. 일곱 번째 소주제인 ‘조화’는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페르낭 레제의 <여가-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고, 샤갈의 <무지개>에서는 하늘과 땅의 만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커다란 푸른 캔버스의 작품 호안 미로의 <블루Ⅱ>를 통해 우주와 나 자신과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아르카디아는 분명 즐거움의 땅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죽음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근간이 되었던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의 부제인 ‘아르카디아에도 내가 있다’ 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낙원에도 죽음이 있다. 촛불, 죽은 생물들 등이 그려진 작품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할 필요는 없다.

이 ‘허무’와 ‘어둠’은 우리에게 평화와 안락에 대하여 다시금 일깨워 주며 미래의 희망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현대미술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한층 친절한 전시이다.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려 고민하지 않아도 위의 소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관람자는 어느덧 지난 100년간의 현대미술 끝자락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동시대의 미술을 만나게 된다. 몸도 마음도 얼어붙는 요즘, 화가들이 그려낸 낙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2009년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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