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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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0.04.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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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참여자의 불법행위책임 문제
Q. 법인의 대표가 제3자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그에 관한 의결에 찬성한 이사나 대의원도 대표자와 똑같이 불법행위책임을 질까?
 
A. 이 문제는 어떤 법인의 대표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이에 관한 법인 내부의 사원총회, 대의원회,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결한 이사 등도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 여부이다. 필자도 본업 이외에 지인의 부탁으로 다른 회사의 감사나 이사로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사실상 대표자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때 그에 관한 의결에 찬성하였다는 이유로 이사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하는 건지 궁금해 질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사례를 하나 보도록 하자. 토지구획정리조합에 체비지대장의 명의 변경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이 있었다. 그런데 조합장이 이사들과 협의하여 체비지를 매각하고 위 가처분 결정을 위반하여 그 조합이 보관하고 있는 체비지대장의 소유자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변경한 사실이 있었다.

조합의 대의원들은 대의원회에서 그와 같은 의결을 하였으나 위 의결은 위 가처분 결정 전에 이루어졌다. 또한 위 가처분 결정 후에 개최된 대의원회에서는 위 대의원들이 체비지 매각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단순히 조합장이 그때까지 실행한 체비지의 매각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전원의 동의’의 형식으로 이미 실행한 체비지 매각을 승인하고 잔여 체비지 매각문제를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집행부에게 일임하기로 하는 의결을 한 것에 불과하였다.
 
한편 이사들은 역시 위 가처분 결정전에 이사회에서 그와 같은 의결을 하고, 위 가처분 결정 후에는 위 대의원회의 의결과 비슷한 정도의 의결을 한 것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조합장은 가처분 결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가처분을 신청한 자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그런데, 대의원이나 이사들의 의결행위가 실질적으로 조합장과 공동하여 직접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거나 그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사원총회 등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내부 행위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사항의 의결에 찬성한 사람이 그 사항의 의결에 찬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결국 어떠한 요건 하에서 의결참여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가 문제된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의결참여자가 대표자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거나 이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으려면 ① 그 의결에 참여한 법인의 기관이 당해 사항에 관하여 의사결정권한이 있는지 여부 및 대표자의 집행을 견제할 위치에 있는지 여부, ② 그 사원이 의결과정에서 대표자의 불법적인 집행 행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유도하였는지 여부, ③ 그 의결이 대표자의 업무 집행에 구체적으로 미친 영향력의 정도, ④ 침해되는 권리의 내용, ⑤ 의결내용, ⑥ 의결행위의 태양을 비롯한 위법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법인 내부 행위를 벗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그 책임을 물었다.

현실적으로도 의결참여자가 대표자의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또한 어느 법인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고 가끔 의결에 참여는 하지만 대표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 비재한 것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
 
따라서 의결참여자의 권한과 지위, 행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위법한 경우에 한해 의결참여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해야 옳다. 다만 의결에 참여하는 자로서는 대표자의 행위를 감시하고 관련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는 여부에 대해 안테나를 세워 감독해야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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