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제페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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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제페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
  • 최혜화 기자
  • 승인 2009.01.05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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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호흡한다…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하는 작품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아마도 이것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명제가 아닐까?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였다 해도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도 거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끝없는 욕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삶을 쉽게 여겨서도 안 된다. 때때로 나 자신이 지나친 욕심에 빠지거나 해이해진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     © 시사오늘
자기 성찰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그러한 모습을 지키며 살지는 않는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한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자기 성찰의 태도를 의식적으로 거부한다기 보다는 그저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내고 있을 뿐이라고 하겠다.

가끔 우리는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의 예술가 지우제페 페노네의 작품이 그러하다. 지우제페 페노네는 ‘아르테 포베라’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자연의 순환에 귀를 기울였다.

‘아르테 포베라’란 시멘트, 나뭇가지, 신문지 등 대개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한 3차원적인 미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르테 포베라’의 화가들은 전통적인 미술 형식이나 도상의 사용을 거부하고, 비전통적인 재료와 형태를 사용하여 자연이나 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지우제페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는 전시실 사방을 월계수 잎으로 가득 채운 설치 작품이다. 직육면체의 월계수 잎 더미를 차곡차곡 쌓은 후 그 표면을 철망으로 덮었고, 그 한쪽 벽의 중간에는 폐 모양의 조그마한 황금색 청동 조형물이 걸려 있다.

이 작품이 처음 전시되었을 지난 2000년도에는 월계수 잎이 푸른 녹색과 강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잎이 마르고 색은 변하고 향은 엷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관람자가 고요한 전시실에 들어서게 되면 은은하게 퍼지는 월계수 향을 조그마한 청동의 폐와 함께 호흡하게 된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첫 울음과 함께 숨을 쉬기 시작하여 하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그러나 숨을 계속 쉰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노화하는 운명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시간이라는 위대한 흐름을 마주하게 되고 그 숭고함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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