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자 앞에 두고 119만 찾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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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자 앞에 두고 119만 찾는 의사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12.20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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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응급상황 설명에도 나와보지도 않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 20일 오후 119구급대가 홍대입구 전철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부상자를 구급차에 싣고 있다.

20일 오후 홍대입구 전철역 인근에서 기자 혼자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는데 도로 가운데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 발치 아래에는 한 명의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교통사고가 났구나’는 생각이 들어 사고지점으로 달려갔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은 의식이 없는 듯했다. 곧바로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숨은 쉬고 있었다.

사고 차량에 탑승했던 이들은 이미 119구급대에 신고를 한 상태였고, 길가에 있는 행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구급차가 한시라도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감기온이 영하 10도가 넘는 한 겨울 날씨로 인해 사고자의 체온저하가 우려된 순간 주변인들이 겉옷을 벗어 사고자를 덮어주었다.

그렇지만 구급차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는 30m가량 떨어진 곳에 병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료과목을 떠나 최소한 사고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지체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 간호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간호사는 진료실로 들어간 후 1분여가 지난 후 나와 “우리 병원에는 응급실이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답했다.

기자는 응급실로 이송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운 날씨로 인해 사고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니 상태만 확인해 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간호사는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119에는 신고했느냐, 경찰에는 신고했느냐를 묻더니 사정은 알겠지만 의사가 움직이기는 곤란하다고 너무도 태연하게 답했다.

어이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사고자의 상태가 더 급한 상황이라 병원 밖으로 달려 나가 사고현장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사고자를 구급차에 싣고 있었다.

길가에 서있던 행인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행이란 생각으로 다시 병원 앞을 지나는데 그 병원은 강원도민회관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민들이 잡은 도루묵을 판매하기 위해 군부대, 도내 기업들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원도산 도루묵을 홍보하고 있다.

도민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뛰는 도지사가 있는 반면, 강원도민회관에 입주해 있는 병원의 의사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나와 보지도 않았다.

최근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면서 금전 또는 편의를 제공한 제약사뿐만 아니라 이를 받은 병원과 의사에 대해서도 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병원에서는 병원 또는 의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밝힌 제약사의 의약품을 일부러 처방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괘씸죄’다.

의사협회에서는 처방거부가 협회 차원의 대응이 아닌 일부 병원과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런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들의 이런 행동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록 적군이라 할지라도 부상당한 군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의무병(관)의 행동 원칙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병이 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행하는 것의 의사의 도리라는 것은 그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가슴에 새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서가 퇴색돼 가는 듯해 아쉬울 따름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나와 보지 않던 그 병원 곳곳에는 주요 언론에 실린 소속 의사들의 기사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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