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1)>수갑차고 끌려간 건 이 나라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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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1)>수갑차고 끌려간 건 이 나라의 민주주의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1.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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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수갑차고 끌려간 것은 유 의원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주의

1986년 10월 22일 제 131회 국회 본의회에서 당시 신민당 원내 총무이던 김동영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유성환 의원 구속의 부당성을 지적한 내용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지금 본의원은 텅빈 유성환 의원의 의석을 바라보면서 영등포 교도소에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간 것은 유의원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 본산인 국회 그 자체라는 생각에 통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16일 밤 우리 당 소속 유성환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여당 단독으로 불법 처리함으로써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조종이 울렸습니다.

유 의원 사건을 처리한 우리 국회는 그 절차면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위헌과 위법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므로 유성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불법적인 것이므로 당연히 무효입니다.

▲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무시된 채 회기중에 체포되어 검찰로 송치되는 저자 (1986. 10. 17 AM3)

민정당 의원 여러분! 여러분들은 유성환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단 8분 30초만 듣고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채 모두 퇴장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유 의원이 말하고자 한 반공을 승공의 차원으로 승화시키자는 내용을 거두절미하고 왜곡 해석하는 것을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면책특권을 가진 동료 국회의원을 실정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씌워 체포하는 폭거를 자행하는 데 동참함으로써 의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2년 1월 22일 국회에서 행한 연두 국정 연설에서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사상·이념·제도의 차이에 구애됨이 없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서 사회Ⅰ에는 평화 통일이 우리의 국시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으며 고등학교 사회Ⅱ교과서에도 통일 문제가 과거와 달리 반공의 차원을 넘어 문화주체로서의 민족의 문제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통일 문제는 민족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와 똑같은 유성환 의원의 증언 때문에 1천 5백여 명이나 되는 정체 불명의 괴한들을 동원하여 신성한 국회를 유린하고 야당 의원들을 감금한 것이 국회의장이 취할 수 밖에 없는 경호권 발동이란 말입니까? 그것은 의사 진행이 아니라 의사 진행을 빙자한 폭력행위였으며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폭력으로 짓밟은 의회 쿠데타의 수법이었습니다.

본의원의 정부 여당이 똑같은 수법으로 일당 장기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화 개헌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을 짓밟고 물리적으로 의원내각제 개헌을 밀어붙이겠다고 하는 신호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 국회가 정치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여 원격 조종당하고 있음을 확연히 증명한 조종 장치의 시범 가동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본의원은 제12대 국회가 개원 이래 신한 민주당 원내 총무로 재임하면서 박찬종, 조순형 의원이 법정에 서고 김동주 의원 또한 기소당하는 독재 권력의 폭압 정치를 인내해 왔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영광스럽고 자유로운 나라를 물려주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성환 의원이 국회의 안팎서 박해를 받아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아예 국회의원 직을 사퇴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통일 문제나 국시조차 논의할 수 없는 그런 국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본의원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나오고 본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은 의원직을 던지고 편안함을 찾기보다는 민주화를 갈구하는 국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중심 직선제라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는 국회를 개헌 투쟁의 주전장으로 해서 싸우려고 등원(登院)을 결심하였습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본의원은 우리 국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를 밝혀 주는 본보기로 영국과 독일의 상반된 예를 이 자리에서 들고자 합니다.

오늘날 의회민주주의 표본국인 영국 의회에서도 1763년 하원의원 존 윌크스가 왕정을 비판하여 의원직 제명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선거구민은 그를 다시 국민 대표로 뽑아 주었고 영국 의회는 국민의 심판을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였습니다.

벌써 2백 30년 전에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선출자인 국민밖에 없다는 기본 원칙을 확립하였기 때문에 영국은 의회민주주의를 꽃피운 선진국이 되어 세계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것입니다.

반대로 나치스 독일의 경우를 보십시오. 히틀러는 정치 공작의 일환으로 국회의 방화를 한 후 공산주의자가 불을 질렀다고 왜곡 선전하여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빌미로 삼았습니다. 결국 독재자 히틀러는 세계 대전을 일으킴으로써 인류에 커다란 재앙을 안겨 주고 비참한 말로를 걷고 말았습니다.

국회는 운영하기 나름에 따라 민주주의의 산실이 될 수도 있고 독재의 들러리도 될 수 있다고 본의원은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 변칙, 날치기에 폭언 전시장 등의 오명을 씻고 이제부터는 파행에서 벗어나야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국회가 국정의 자유로운 토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화를 창출할 수 있는 정치의 본무대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여당 의원 여러분들도 정치는 국회와 정당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본의원의 소신에 찬동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이제라도 국회가 잘못하여 구속당한 유성환 의원이 다시 돌아와 저 빈 자리에 앉고 우리와 같이 국정을 논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임 정치의 구현을 위하여 파행과 변칙을 주도한 의장단에 대해서는 우리당이 이미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이의 처리에 앞서 마땅히 자진 사퇴함으로써 국회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특히 민정당 의원 여러분! 정권은 짧지만 역사는 영원합니다.

우리 모두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럼 없는 정정당당한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본 의원은 우리 모두가 구국의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국회를 이끌어나갈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서 의사 진행 발언을 끝맺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사람이 어째서 용공주의자입니까  

1986년 10월 30일 제 131회 국회 본회의에서 소위 ‘국시사건’의 본질과, 체포과정에 있어 적법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통렬히 지적한 장기욱 의원의 의사 진행 발언 내용

 장기욱 의원 : 장기욱 의원입니다.

가까운 동료 의원의 한 사람이고 또 평소 그의 사상과 성품, 그 인격을 잘 아는 가까운 의원의 한 사람이었던 본인으로서 그렇게 착하고 그렇게 나랏일을 걱정하고 그렇게 통일의 문제를 염려하던 우리 유성환 의원을 밤중에 수갑을 채워서 교도소로 보내고 난 뒤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그후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솔직히 얘기해서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살면서 이 시대의 문제가 무엇이고 이 시대의 상황을 해결할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6천만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문제인 민족의 문제, 통일의 문제가 그 첫 번째일 것이고, 그리고 그 통일을 보다 더 앞당기고 성공시키기 위해서 우리 남쪽의 4천만 민족이 모든 생활 분야에서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민주의 문제가 그 두 번째 문제일 것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모든 국민이 보다 공평하게 살 수 있는 민생의 문제가 그 세 번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대 상황을 살아가는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통일의 문제를 제일 우위에 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헌법 전문이나 기타 조문, 또 대통령의 선서 조항, 그리고 우리 의원들의 선서조항에서 통일의 문제를 최고의 과제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유성환 의원 사건에 관련해서 일련으로 보여 준 정부 여당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왜냐? 유성환 의원 문제에 있어서 정부 여당은 두 가지의 이중적인 위선과 조작을 했습니다. 그 하나는 소위 국시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책에서 우리의 국시는 평화 통일의 문제로 규정을 했고, 오늘날 통일의 문제야말로 반공의 차원을 넘어서, 다시 말해서 50·60년대의 반공을 내세우던 그 차원을 넘어서 통일의 문제를 민족 생존의 문제로, 최고의 문화 가치 지향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하는 것을 우리 아들딸들에게 가르치면서 정부 여당은 이번에 유의원이 국시를 부정했다 이렇게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어째서 50년대……1961년도 5·16당시에 좀 거론했던 반공이 국시의 제1이라고 하는 것은 그러한 전시대적인 망령이 다시 살아나느냐 이 말이오. 과연 그렇다면 정부와 민정당은 통일을 기피하는 세력인가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 정승화 장군을 모시고 (1992)

 (“말조심해!”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만일 통일을 기피하지 않는 세력이라면 어째서 통일을 국시로 주장한 유성환 의원을 잡아넣느냐 이 말이오!

(장내 소란)

다음으로 유성환 의원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두 번째로 또 조작을 한 것이 있어요. 유성환 의원은 분명 그 연설에서 반공 정책의 포기를 주장한 것이 아니올시다. 그런데 여러분! 어떻게 했습니까? 반공을 포기했다! 무슨 적화 통일도 상관없다! 월남식 통일도 좋다! 그 사람이 언제 그런 얘기를 했습니까? 그 사람의 원고 중에 언제 그런 것이 있느냐 이 말이오.

(“그게 바로 그 얘기라고……”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용공 사상이 국회로 무슨 오염이 됐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용공 조작의 문제가 국회에까지 나와 있다 이말이오.

(“다시 읽어봐” 하는 이 있음)

“다시 읽어봐”가 아니라 열 번을 읽어 보고 스무 번을 읽어봤수다. 이렇게 정부와 여당이 자기들 자신의 논리를 거부하면서 자신 있게 반공을 그렇게 계속 내세우고 통일의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4천만 국민 앞에 6천만 민족 앞에 우리는 통일을 기피한다고 선언을 하라 이 말이오?

(“그게 무슨 의사 진행 발언이오!”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의장 이재형 : 의사 진행만 해요. 장의원! 의사진행을 하세요. 토론을 하지 말고 의사 진행을 하세요!

장기욱 의원 : 그래서 그러한 유성환 의원 문제에 대해서 이중적인 조작을 했습니다. 첫째는 국시를 포기했다는 주장, 둘째는 용공식 통일도 좋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 두가지 엉터리를 조작을 해가지고 국회의장이 서명도 하지 아니한 소위 무술 경관이 들어왔어요. 국회의장이 서명하지 않은 무술 경관 들어올 수 있습니까? 무효입니다. 무효!

그러한 차원에서 그 뒤로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마치 무슨 야당이 용공 비호 세력인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어제 얘기 나온 동료 구의원과 현의원의 얘기 속에도 유성환 의원이 마치 용공주의자인 것처럼, 용공 사상을 가진 것처럼 매도하고 있어요. 그 사람이 어째서 용공주의자입니까? 정부 발표 자체도 용공주의자이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발언 내용 중에 ‘우연하게도 일부가 북괴의 주장에 결과적으로 동조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문제시 삼는다.’ 이랬는데 한술 더 떠서 같은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무슨 용공주의자고 사상이 용공 사상을 가진 사람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 이 말이에요. 결국 우리는 유성환 의원의 발언이 우리 당의 당론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그래서 만약에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있으면 이 사람을 포함해서 우리 당의 모든 국회의원을 기소하라 이 말이오.

(장내 소란)

(“네가 당수야!” 하는 이 있음)

제가 당수는 아닙니다마는 법률적 문제에 관한 한 당수를 보좌하는 보좌관이올습니다. 요컨대 유성환 의원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여당이 보여 준, 그리고 불법적으로 무술 경관을 투입시킨 그 조치는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의장께서는 그것을 그대로 묵살한 채 오늘까지 사회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의장께서는 자기가 무술 경관을 데려오라고 하는 서명을 한 일이 없다. 따라서 무효다. 라는 것을 선언해야만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앞으로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항상 그러한 어떤 사상적 매카시즘을 뒤집어씌우는 방법으로 문제를 결코 풀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야당은 40년래의 어떤 정신적 맥락을 같이하는 정당이지만 민정당은 솔직히 얘기해서 정당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정치 집단이에요. 다만 민정당이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해요, 조건이! 어떻게 해서 할아버지와 다름없는 정당에 대해서 용공성을 의심하느냐 이 말이야! 같은 시대를 살자고 하는 같은 파트너로서의 정당을 의심해서야 되느냐 이말이예요. 앞으로는 통일과 반공의 문제를 양자택일적으로 하는 그러한 정책을 버려 줄 것을 충고합니다. 결코 통일과 반공을 양자택일적으로 할 수 없어요. 통일은 목적이고 반공은 하나의 그 수단인 것입니다. 어째서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고 그것을 목표로 삼느냐 이 말이에요. 반공은 소극적 개념이에요. 거기에는 적극적인 국가 목표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 둬!” 하는 이 있음)

들어요 들어!

(“듣기는 무엇을 들어!”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따라서 의장께서는 지난 번 무술 경관을 데려오지……결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 무효 선언을 해 주시고 그 다음에 구의원과 현의원이 마치 신민당이 용공 비호 세력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하여 해명하는 조치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론이라는 것하고……” 하는 이 있음)

당론이올시다.

(장내 소란) 

▲ 중국군 조남기 상장(한국출신), 저자,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 황병태 주중 대사 (베이징에서 한중 민간 친선 교류) (1994)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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