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비싼 초코파이…오리온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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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비싼 초코파이…오리온은 안녕하십니까?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4.01.2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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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6개월 사이 무려 50% 인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초코파이 가격 올린 오리온은 안녕하십니까?

십 수 년 전 학술 세미나 참석을 위해 러시아에 다녀온 대학 은사님이 러시아 대학교수들에게 초코파이를 줬더니 무척 고마워하며 초코파이를 안주 삼아 보드카를 밤 새워 마셨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당시 러시아인들에게 초코파이는 최고의 선물로 인식되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보따리상들이 가져다 판 초코파이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오리온은 러시아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수출을 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민 음식’이 된 초코파이는 국내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간식거리였다. 더욱이 군인들에게는 ‘단맛’을 제공하는 최고의 워너비 식품이었다.

최근 일본의 도쿄신문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지난 1974년 출시 당시 긴 줄을 서면서 구매하고, 영화 JSA의 소재로도 활용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초코파이를 한국의 글로벌 대표 식품으로 만들겠다”는 담철곤 회장의 포부도 소개했다.

해외 언론에서도 소개될 만큼 인정받는 초코파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손길이 머뭇거리고 있다. 국민 간식거리라고 하기에는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전 아이들과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오리온 초코파이를 사려다 다른 회사의 초코파이를 집어 들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상자에 표시된 재료들을 살펴봤지만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아무리 ‘원조’라고 하지만 그동안 가격 차이만큼 맛의 월등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말 초코파이 12개 들이 한 상자 가격을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 인상했다. 오리온이 원가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로서는 이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미 2012년 9월에 3200원에서 4000원으로 25%가량 인상했기 때문에 16개월 사이에 무려 50%가 오른 것이다.

다른 제과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중량을 늘리면서 가격도 함께 올려 소비자들의 저항을 덜 받았다. 아니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난 제품도 있다.

원가 압박은 다른 제과업체들도 있었지만 유독 오리온 초코파이에 대한 저항감이 컸다. 그만큼 초코파이를 애용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가격 인상이 매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집계되지는 않아 2월에 발표할 1월 매출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과대 포장’ 제과기업 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국내 4대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 20종의 포장 비율을 직접 측정 조사한 결과 과대 포장 상위 10위 중 오리온의 과자 4종이 포함되었다.

한마디로 포장은 그럴싸해서 과자를 샀지만 막상 뜯어보니 내용물은 몇 개 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심에 크게 상처가 날 판이다. 부모에게는 부담이다. 하나 사면 될 것을 양이 적어 두서너 개를 사야 하니 말이다.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서민들로서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어차피 비슷한 성분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면 타사 제품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기업들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의 가격을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50%를 인상하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은 초코파이를 ‘정(情)’으로 기억한다. 따뜻한 내용의 광고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자 포장에서도, 가격에서도 ‘情’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리온이 소비자들의 이런 불만을 들으면서 ‘안녕하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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