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허와 실②> 정부와 구직자 사이 ‘동네북’된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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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허와 실②> 정부와 구직자 사이 ‘동네북’된 재계
  • 방글 기자
  • 승인 2014.01.2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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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알지만 기업 입장에선 부담…대책 마련 시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첫 출발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최근 시행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재계도 개념부터 모호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가 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사이에 놓인 기업이 희생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 많았다.

<시사오늘>은 우선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참여하겠다는 그룹의 담당자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를 연발하며 막막함을 드러냈다. 정부 시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욱’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말을 아끼기도 했다. 해당 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는 척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눈치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재계는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수정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꼽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문제점은 동일했다.

제일 먼저 효율성 문제를 꼽았다.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해야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두 개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일자리 문제인데, 새로운 형태의 고용을 시도해야 한다는 데서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 ⓒ뉴시스

실제로 재계는 앞다퉈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올 상반기까지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고, 롯데와 신세계, LG, 한진 등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CJ는 이미 15000여 명의 아르바이트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대한 틀을 마련했고, 이번 상반기에도 리턴십 150명, 시니어리턴십 50명 등 5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이렇게 주장한 재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업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공약 이행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뽑는 기업에 근로자 한 명당 월 80만 원, 연간 총 96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단, 2년 계약직으로 뽑는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기존 파트타임 근로자를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하는 기업에도 적용되지 않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고, 기업들이 알아서 뽑으라는 얘기”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사실상 손해”라며 “전체 고용 인력이 늘기 때문에 관리나 부대비용 등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짧은 시간 근무하는 근로자의 몰입도가 낮을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부담해야할 건 재정적 부분만은 아니었다. 각종 비난을 정부와 함께 기업을 향했다.

지난해 11월, 채용박람회에 다녀온 구직자들은 하나같이 “양질의 일자리는 하나도 없고, 단순보조직이 대부분”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2000명을 채용하기로 한 롯데 측은 “유통이나 서비스의 일자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알맞은 직군을 정해 뽑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채용 분야를 확장시키는 등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기업들은 홍보나 마케팅, 간호, 디자인 등 전문 분야에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승진이나 경력 등에 대한 방침도 마련했다.

CJ와 스타벅스 등 몇몇 기업은 해당 제도에 대한 보수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정규직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기업이 충분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들은 다시 채용의 기회를 얻는 경력단절 여성과 함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경력단절 여성들이 입사함으로써 미혼 여성 직원들에 동기부여가 되는 점을 높게 판단했다. 경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우려보다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과거 스타벅스에 몸 담았던 경력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고용에 나섰다. 이 같은 제도는 기업 충성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유통이나 단순 사무직이 아니고서는 경력단절 여성 혹은 장년층 구직자들이 해당 업무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정규직에 비해 소통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통 문제는 상대적 우월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제 3의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뉴시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정부를 향한 원망은 여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일자리를 만들려다 보니 시간제 일자리라는 편법이 나온 것”이라면서 “억지로 끼워맞추려다 보니 정규직 같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양산이 비정규직 사이의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그룹 관계자는 “시급제 근로자와 계약직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동등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요구할 경우 노동시장에 전반적으로 큰 파장이 일 수 있고, 이는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간을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일자리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새로운 노사 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과 장년층, 경력단절 여성 간에 다툼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봤다.

어찌됐든 재계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정부의 시간선택제 관련 법안은 기존 기간제 보호법처럼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며 “제도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60세 정년연장, 통상임금 논란에 이어 기업들엔 또 다른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반 공채와도 다르고, 아르바이트와도 다른 새로운 방식이 채용이 될 것”이라며 “그 나름대로의 체계를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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