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재계의 문젯거리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득'이 된 기업도 있다. 신세계 그룹의 스타벅스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스타벅스에 잘 맞는 옷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새 옷을 어떻게 입었을까. <시사오늘>이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리턴맘을 직접 만나봤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12월의 어느날, 서울 광진구의 한 지점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리턴맘으로 재입사한 정은숙(36) 부점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는 올해 7살이 된 아들과 4살난 딸아이를 둔 엄마다.
2002년에 입사해 2012년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그녀는 퇴직한 지 일년여 만에 재입사했다. ‘리턴맘’ 제도로 육아와 일을 함께할 기회가 마련된 덕이다.
스타벅스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퇴직한 직원을 중심으로 채용했다. 교육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재입사한 근로자의 충성심도 기업의 발전에 한 몫했다. 자연스레 기업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육아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퇴직 직원들이 자신에 잘 맞는 조건으로 다시 불러주니 충성심이 대단하다"며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니 내부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근로자 사이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도 계속해서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정감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스타벅스는 모든 지점을 직영점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며 “개인사업자가 체인점을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리턴맘들이 원하는 근무시간이 10시에서 3시 사이인 경우가 많은 것도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이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은 점심시간대가 가장 바쁘다”며 “러시 타임에 잠깐 와서 도와주고 가니 얼마나 좋느냐"고 말했다.
직영점 내부에서 정 부점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했다.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는 지점장 이효정 씨(32)는 "이미 점장을 지내본 분이라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결혼 이야기도 듣고 하니 함께 일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없다보니 '점장'이었던 그녀의 직급은 '부점장'으로 강등됐다. 하지만 그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조건에 직급에 대한 마음은 내려놓았다고 했다. 4시간 일하는 만큼 모든 걸 똑같이 대우 받기는 욕심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쨌든 그녀는 일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턴맘', '워킹맘'이라는 호칭은 불편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만큼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해보였다.
"리턴맘, 워킹맘, 그런 단어가 어색해요. 고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니던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새롭게 생긴 단어로 나를 지칭한다고 생각하니 불편하죠. 남들 눈에도 특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끔 그런 얘길 들어요. 네 시간 일해서 얼마나 번다고 그걸 하냐고. 돈이 많이 부족한가 보다고. 그런 시선이 싫어요. 난 내 나름대로의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싶은 건데…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나 혼자만을 위한 일은 아니잖아요. 저출산이 문제인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냥 똑같이 봐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