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허와 실 ④> '시간제 일자리=불량 일자리'…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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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허와 실 ④> '시간제 일자리=불량 일자리'…해법은?
  • 박상길 기자
  • 승인 2014.01.26 0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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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단위 계약 방식 '점오' 근무형태로 휴식 시간 줄이고 일 더 시켜
고용 안정성과 적정임금 보장 등의 조건에서 정규직과의 차별 없애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 한 대형마트에서 캐셔들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고용률 70%'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추진 중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제도가 '불량'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이 마트 캐셔를 포함한 유통 분야 단순 노동직에 국한되고 있으며, 기존 파트타임 일자리를 쪼개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간제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졌지만,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의무고용제와 병합,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숫자 끼워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 방향이 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고용 안정성과 적정임금 보장 등 근무조건 면에서 정규직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차별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고용이나 임금 등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게 되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구성원들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기회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당초 (시간제 일자리의) 초점을 청년이 아닌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층에게 맞추기로 했다. 청년고용정책은 반듯한 전일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2017년까지 여성 일자리 확대, 공공기관 파트타임 근무 확대 등을 통해 9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고용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고 판단했다.

전체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치(238만 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제 일자리를 계획한 만큼 만들지 못할 경우 대선 공약 이행 실패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 로드맵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의 청년의무고용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0일 예결위 회의록을 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의무고용제와 시간제 정책을 병합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은 정원의 3%를 의무적으로 청년을 뽑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청년을 시간제 일자리로 뽑게 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정책·예산 '엇박자'에 책임 회피하려는 정부…기업 압박은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브레이크 걸게 돼 

정부-여야-기업이 한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 '질'이 아닌 '양'에 목을 맨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9월 68만5000명 이후 1년 2개월 만에 60만 명에 육박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시간선택제 박람회에서 일부 기업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5210원)의 채용조건을 제시했다. 시간선택제가 최저임금의 1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정부의 기준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당초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되도록 선도해 나가겠다. 예산과 세제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소기업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면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보험료 등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 10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국회 쪽지 예산에 밀려 15억 원가량이 삭감되면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삐걱거리고만 있다. 당초 3만7000명으로 추산됐던 혜택 인원은 5000명이 줄어든 3만2000명으로 정해졌다. 정책과 예산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제일자리 박람회 참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기획재정부와 고용정보원 등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한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2만2000명 늘어 6.9%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2.4%(58만8000명), 36시간 취업자가 1.7%(35만6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의 증가 폭은 3∼4배 더 컸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단순노무 종사자는 전년 동월보다 12만5000명이나 늘어 절반이 넘는 56.3%를 차지했다.이들의 대부분(11만3000명)은 17시간 미만의 노동자였다.

이 밖에 서비스 종사자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각각 1만3000명이었다.이들은 주로 고졸 이하의 학력, 여성,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이었다. 고졸 이하는 전년 동월보다 14만2000명, 여성은 11만4000명, 55세 이상 고령층은 14만8000명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교(새누리)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환경 조성해줘야"
한정애(민주당) "강제적 환경 조성은 제 2비정규직 창출하는 꼴 될 것"
고용노동부 "기업과 근로자 수요에 부합하는 일자리 조성에 힘쓰겠다"


이와 관련해 서영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은 “고용 창출력이 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 쪽에서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일자리가 마트 캐셔 등 유통 분야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일하게 시간을 자르는 개념으로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정부에 맞춰 일자리를 창출하다 보니 아직 적당한 분야와 직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제와 정규직 노동자 간 승진이나 임금, 복지 등에서도 차별이 없도록 하는 비례 복리(정규직 노동자가 8시간 일하면 10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4시간 일하는 사람은 50만 원을 받는다는 법칙)를 도입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정부가 전환 청구를 인정해 줄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의무적으로 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정애 의원(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에서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시행했지만, 비핵심적 업종의 단순 업무에 치중해 있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현재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는 현재 월 15~30시간 일하며 월 65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월 65만 원은 가구주로서는 생활하기 힘든 금액으로 가구 생계의 책임이 없는 근로자가 겨우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4대 보험도 되고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보다는 높은 방향으로 지원된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를 보면 기업들은 계약직으로 고용하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발굴된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에 적합 업종을 창출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상태로 가게 되면 제2의 비정규직이 창출되는 꼴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는 아직 우리 국민에게 생소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고 생각한다. 개념은 상대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 하나로 봤으면 좋겠다. 정부는 여야의 입장을 수용해서 근로자와 기업이 윈윈하는 일자리를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신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근로자의 근로생애주기(육아 휴직과 퇴직 등)을 고려한 탄력적인 근무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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