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3)>재판 진행자가 된 방청객…˝X같은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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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3)>재판 진행자가 된 방청객…˝X같은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해˝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2.0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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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재판 진행자가 된 방청객

각종 시국 사안이 빈발하면서 재판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높은 법대(法臺) 위에 자리한 재판부가 법정을 압도하고 방청석은 물을 끼얹은 듯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그런 장면을 연상하고 법정에 들어섰다간 깜짝 놀라기 십상이다. 이 재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변호인의 발언 때는 비교적 조용하다가도 검찰관이 변호인단을 반박하거나 피고인에게 신문을 할 때면 ‘우’하는 야유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민정당의 앞잡이”, “〇같은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해” 같은 욕설도 튀어나왔다.

재판장이 좀 낮은 소리로 말하면 “안들립니다” 하고 ‘점잖은’ 목소리로 받기도 했다. 방청객은 단순한 재판 방청자가 아니라 하나의 재판 진행자가 된 것 같았다.

3차 공판의 주제는 면책특권이었다. 2월 23일 오후 2시. 박부장판사를 위시한 재판부가 법대 뒤의 전용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고 정리가 방청석을 향해 “일어서십시오” 하고 구령을 붙였다. 방청객들이 일어서려는 순간, 곳곳에서 “일어나지 맙시다”, “그냥 앉아있어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다수의 방청객들은 엉거주춤하게 있다가 그냥 앉아 버렸다. 재판부가 완전히 좌정할 때까지 서 있던 사람들은 맨 앞줄과 둘째 줄에 있던 교도관들뿐이었다. 목요상 변호사가 일어섰다.

목요상 변호사 : 첫째로 유 의원이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원고를 사전 배부한 행위는 헌법 81조에서 말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에 당연히 속하는 것이라고 본 변호인은 확신합니다.

원고를 미리 배포해 주는 행위는 보도 편의를 위한 것으로 헌정 이래 국회의원과 출입 기자단 간의 굳어진 관례입니다. 원고 배부 행위는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조건부로 한 원고 전달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행위는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발언의 준비행위, 또는 계획 행위인 것입니다. 미국의 연방 법원에서는 이러한 행위도 발언 준비 과정으로 봐서 면책특권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유 의원의 구속 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 1000여명의 경찰이 나이 연립주택을 포위하고 있다. 나는 격려하는 시민들께 손을 들어 인사했다.(1986. 10. 16)

국회의장은 본 회의를 개의하기 전에 개의 일시, 부의 안건 및 그 순서를 기재한 의사 일정을 작성해서 국회의원에게 미리 통지를 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긴급한 경우에도 최소한 개의 일시만큼은 반드시 국회의원에게 통지하도록 국회법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 헌법과 국회법에 보면 모든 회의는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회의장이 의사 일정을 변경하려고 할 경우에는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해야 하고, 변경된 의사 일정도 일시와 장소는 반드시 국회의원에게 통지를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국회법의 기본 정신이라고 본 변호인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민당 의원들은 유 의원 체포동의 절차가 어디서 이뤄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의사 일정으로 상정되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경위권 발동도 없이, 정체불명의 괴청년들을 국회 본 회의장에 끌여들여서 구 참의원 회의장을 포위한 채, 민정당 의원들만이 전격적으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했습니다.

이것은 헌법과 국회법에 비쳐 볼 때 당연 무효한 절차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법을 합법으로 유도한 검찰의 공소 제기는 부적법하므로 공소 기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셋째는 뭐니뭐니해도 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고, 사법이나 행정권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 배심원의 판례 동향이라든가, 또는 많은 외국 학자들의 통계적인 자료를 보더라도 정치 사안에는 사법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해서는, 사법부가 입법부를 존중해서 재판을 못하겠노라고 공소 기각을 해주셔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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