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보다 줄 잘타는게 중요"…'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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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보다 줄 잘타는게 중요"…'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된 사연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2.1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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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파벌 싸움'에 희생양이 된 선수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한국 선수를 제치는 안현수 선수 ⓒ 뉴시스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이었다. '쇼트트랙 포텐'이 터지던 순간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이었다.

토리노 올림픽 당시 중심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안, 29세)선수가 있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안 선수는 1000m, 1500m 경기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손에 쥐었고 대한민국이 취약한 500m 경기에서도 동메달을 따는 성과를 올렸다.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한 것은 5000m 단체 계주다.

5명이 45바퀴를 뛰는 단체전 계주에서 2~3위를 전전하던 대한민국 순위를 마지막 바퀴를 남겨놓고 캐나다 선수를 순식간에 제쳐 금메달을 땄다. '안현수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금메달 따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현수는 그렇게 전무후무한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이제 안현수는 안현수가 아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 '빅토르 안'이 되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한국 쇼트트랙계는 '파벌 싸움'이 심하다고 알려졌다. 2006년 동계올림픽 당시 비(非)한국체육대학교 선수들을 송재근 코치가, 한국체육대학교 선수들은 박세우 코치가 지도해 둘 간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안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비(非)한체대 선수들이 경기에서 안 선수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외국 선수들은 "왜 한국 쇼트트랙 선수는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본인 나라 선수를 견제하느냐"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전했다.

겉으론 금 빛 쇼트트랙이지만 속은 알 수 없는 색깔이었던 것. 안 선수는 운동을 하는 사이에도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매번 했다고 한다.

안 선수가 금메달을 휩쓸고 돌아오는 입국장에서 파벌 싸움으로 인해 화가 난 안기원씨와 빙상연맹 부회장 사이에 욕설이 오가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고스란히 메스컴을 타기도 했다.

그 후 2008년 1월, 2010년 벤쿠버올림픽을 준비하던 안 선수는 훈련 도중 왼쪽 무릎 뼈를 다쳤다. 안기원씨에 따르면 빙상연맹은 안 선수가 부상을 입은 사이, 안 선수를 국가대표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룰을 바꿔서 선발전을 치뤘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안기원씨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도 현수가, 우리 아들이 다쳤을 때, 두 번 하던 걸 한 번으로 바꿔버렸다. 선발전 이런 것도 수시로 자기네들이 마음먹고 바꿨다"고 언급했다.

'룰을 막 바꾸냐'는 앵커의 질문에, "룰을 바꾼다. 연맹 때문에 안현수 선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했다. 선발전 방식도 여러 번 바뀌고 이러는 바람에 우리 아들이 적응을 많이 못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마음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러시아로 가게 된 것"이라고 러시아 귀화 이유를 설명했다.

안 선수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 당시, 안 선수는 "쇼트트랙을 계속 하고 싶어 귀화했다"는 말을 전했다. 쇼트트랙 파벌 싸움이 하나의 '천재'를 보낸 것이다.

안 선수가 없었다고 해서 쇼트트랙 파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당시, 1500m 결승에서 반 바퀴를 남겨두고 1위엔 이정수 선수가, 2위엔 성시백 선수가, 3위엔 이호석 선수가 나란히 금 은 동메달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호석 선수는 성시백 선수를 제치려고 끼어들었다. 무리하게 끼어들어 결국 이호석 선수와 성시백 선수의 날이 부딪히면서 미끄러졌다. 욕심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한국선수들끼리하는 견제가 불러온 '재앙'이었다.

금메달을 딴 이정수 선수는 13일 JTBC에 출연, 전재목 코치가 "2010 세계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1000m 출전을 포기하고, 곽윤기 선수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코치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고, '발목 부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출전하지 않았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어느덧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찾아왔다. 안 선수는 러시아에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안 선수의 여전한 실력은 러시아 쇼트트랙 팀을 이끌고 있다. 금메달 예상 0순위다.

반면 한국은 예전만큼 기량을 발휘하고 못한다. 여자 쇼트트랙 500m 경기에서 박승희 선수가 동메달을 따긴 했으나 적수가 없던 예전 대한민국의 명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파벌 싸움'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13일 경기도 안산의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전했다.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선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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