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6)>˝유도 신문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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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6)>˝유도 신문하지 마시오˝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3.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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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대한민국 주도 통일’ 발언 했다

정 검사는 이어 발언 원고 작성에 참고했던 ① 삼민이념을 옹호하는 내용의 원고 입수 경위, ② 우리나라의 통일 정책, 독립기념관 화재, 김포 공항 폭발 테러, 서진 룸살롱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에 언급되어 있는 원고 입수 경위 등을 물었다. 유 의원은 삼민이념에 관해서는 7월 말경 민통련 서울지부 부의장인 이재오 씨로부터 학생 운동의 기본 지식에 대해 서술된 타자 원고를 받았으며, 그 내용이 함축성 있고 순수하다고 판단되어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답했다.

또 1986년의 주요 사건 관계 원고는 박용만 의원의 비서로 있던 임대윤 씨로부터 교부받았으나 자신이 국회 내무위원으로 있어 세밀한 정보를 갖고 있는데다 원고가 학문적 내용으로 되어 있어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검사 : 임대윤의 진술에 의하면 완성된 원고를 피고인에게 전달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통일을 국시로 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된 부분에 까만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 드리면서 이 부분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언급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켜 드렸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었나요?

유 의원 : 그런 것은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기억이 있고 없고 간에, 저는 그날 국회에서 마이크가 꺼진 줄도 모르고 계속 발언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의 통일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정 검사 : 피고인은 ‘이 나라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라는 말은 통일을 위해서라면 반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할 것입니까?

유 의원 : 검사께서 그런 문장으로 논리를 유도해서 묻는데, 저는 대단히 괴롭습니다. 제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말 바로 앞에 “반공정책은 오히려 지금 보다 더 발전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하는 발언을 했는데, 논리적으로, 이치상으로 봐서 그것이 어떻게 공산주의 통일이 되고 용공통일이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까?

정 검사 : ‘통일이나 민족주의라는 용어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보다 그 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열에 놓고, 통일을 그 상위 개념으로 설정함으로써 통일과의 연관 속에서 공산주의가 부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관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다시 말해서 통일만 된다면 설령 공산주의에 입각한 통일이 되어도 무방하다는 의미 아닌가요?

이 말에 변호인단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방청석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 “앞잡이들” “그게 민정당이 하는 소리지” 하는 고함이 마구 터져 나왔다. 장기욱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결국은 검찰이 사실에 없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저러고 있습니다. 요컨대, 통일을 위해서라면 공산화 통일도 용인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몰아가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반공 투사적 경험, 혹은 자유민주주의적 철학, 시장 경제에 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우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갖는 정치적 성격, 다시 말해서 이 정권이 출구로 삼고 있는 용공 좌경 조작의 상태를 국회에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을 먼저 설정한 다음에, 그 목적에 비추어서 유의원이 공산화 통일도 용인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렇게 선전했습니다. 그래서 공소장에 그렇게 적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발언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검사의 신문은 유도 신문에 해당됩니다. 재판장께서는 더 이상의 유도 신문이 진행되지 않도록 정회 좀 해주시고, 검찰에서는 신문 요지서를 복사해서 저희들로 하여금 피고인과 합의, 개개 신문에 답변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즉시 답변하겠다고 했다. 할 말이 있다는 듯한 어조였다.

“답변하기 전에 검사한테 피고인으로서 요청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 이렇게 물어야지, 2단계 3단계 비약시켜서 물어보시면 답변하기 참 어렵습니다. 제가 한 말을 그대로 물으시기 바랍니다.”

유 의원이 신문에 답하려고 자세를 약간 다시 잡는 순간 재판장이 질문 요지를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유 의원은 ‘이러이러한 뜻 아닙니까’ 하고 말하고는 답변에 들어갔다. 자신은 20세 전후에 건국 과정을 겪었으며, 6·25때 공산군과 직접 총을 들고 싸운 경험이 있어 공산주의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유도 신문하지 마시오

“제가 쓴 민족이라는 말은 상해 임시 정부 때, 해방 후 정국이 혼란했을 때, 1966년 박정희 씨가 ‘김일성 도당은 물러가고 이북에 민족주의 세력이 나오면 통일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을 때의 민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더구나 공산당 선언에 보면 공산당의 제1의 적은 자본주의이고, 제2의 적은 민족주의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 7·4 공동성명에도 사상과 이념과 체제를 초월해서 민족의 대동당결을 도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겠습니다. 1562년 프랑스는 종교적인 문제로 민족이 사분오열되어 있어 국기가 흔들릴 정도로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카스텔리옹이라는 사람이 나와 ‘프랑스 민족이라는 것,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이 종교보다 상위의 개념이다’라고 설파해서 프랑스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용희 전 통일원 장관의 연설 요지입니다. 제가 민족을 말한 의도는 바로 앞서 든 예라든가 카스텔리옹과 같은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반공정책을 더 강화하자고 논리적으로 먼저 전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것이 용공 공산 통일이라는 해석이 나오는지, 내 3~4개월동안 한 평 반밖에 안되는 교도소 시멘트 방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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