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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좋은 서울 만들기 나섰는데…산 너머 산
<2014 주목할 정치인(38)>"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2014년 03월 23일 (일) 윤명철 기자 tdc007@nate.com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뉴시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심장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MB 정권에서 가장 잘한 일이 '김황식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던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7년 체제 이후 최장수 총리의 기록도 갖고 있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쳐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인 재상까지 올랐던 김 전 총리가 이제 정치권마저 접수하고자 한다.

김 전 총리의 등장으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Hot 이슈를 선점했다. 국민들과 정치권은 김 전 총리가 정몽준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해 박원순 현 시장의 철옹성을 깨뜨릴 수 있을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

김 전 총리는 1948년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났다. 김 전 총리의 집안에는 인물이 많다.  김 전 총리의 부친 故 김원만 옹은 장성향교의 전교를 지낸 한학자였다. 큰 형은 의사였고, 둘째 형은 한국육류수출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셋째형은 제3기 장성군수를 지냈다. 누나들도 만만치 않다. 둘째누나는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부인인 김향식 씨다. 셋째누나는 김필식 동신대학교 총장이다.

김 전 총리는 호남의 최고 명문 광주일고 시절 농구선수였다. 선배들은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스타 플레이어도 아닌데 팀의 포워드로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가 나서면 선수들 사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다툼도 조용해졌다. 김 전 총리는 당시를 “뛰어난 개인의 단독 플레이를 팀워크가 이긴다는 걸 일깨워준 농구부의 경험이 내 삶의 바탕이 됐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황식 전 총리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법관 출신이다. 그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해 사법부의 각종 요직을 거쳐 대법관, 감사원장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밝았다.
 
2010년 MB가 그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2010년 당시 MB는 자신이 야심차게 내세운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각종 논란거리로 자진사퇴해 위기에 빠졌다.

이 때 주목받은 인물이 김황식이다. 김황식은 헌정 사상 최초의 전남출신 총리로서의 상징성과 이미 2번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청렴인물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앞서 총리 인선에 실패한 MB로선 놓칠 수 없는 후보자였다. MB 스스로도 퇴임 직전 여러 인터뷰에서 김황식의 발탁을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인사(人事)’라고까지 자부할 정도였다.

야당이 호남출신 여당 총리 후보자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야당은 김황식의 병역면제를 문제 삼았다. 1972년 면제 당시 부동시(양 눈 도수의 차이가 '2디옵터'가 넘는 눈의 상태)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김 후보자는 당시 진단서 등을 제출하지 못했다. 야당은 면제사유가 불분명하다고 반대했으나 결국 69.26%의 찬성률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김황식은 취임 한 달 만에 맞이한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피하지 않는 카리스마 있는 답변으로 ‘대정부질문 스타’가 됐다. 아랍에미리트 파병논란에 대해 “원전 수주와 파병을 직접 연계시켜서 업무가 진행됐다고 하면 그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뜻밖의 행보로 국민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됐다. 그는 연평도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경호원의 우산을 물리쳤다. 40분 간 진행된 추모식 내내 전사자의 희생을 눈물로 추모했다. 김 전 총리는 옷이 젖은 채로 전사자들의 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비석을 어루만졌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내리는데도 그는 "그날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해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많은 국민들이 김 전 총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 중도저파(中道低派)를 자처했다. 다수의 언론은 퇴임을 앞둔 그에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한 탁월한 국정운영,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대타가 홈런을 쳤다'며 모처럼 명총리가 났다”고 호평했다. 2년 5개월간 총리직 수행으로 1987년 체제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 서울시장 경선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후보ⓒ뉴시스

좋은 서울 만들겠다

야인이 된 김황식이 정치인으로 돌아왔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탈환에 나선 여권은 지난해부터 김황식 전 총리를 주목했다. 여권 핵심부는 그가 호남출신이자 명총리 출신이라는 점이 박원순 현 시장을 무너뜨릴 빅카드로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퇴임 후 지난해 5월 독일로 떠나 베를린 자유대에서 6개월간 연수한 뒤 그해 11월 1일 귀국했다. 그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가모델연구모임(대표 남경필)’에 초청 강연자로 참석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자 “공직생활 경험을 살려 국가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겠지만 선출직을 통해서 할 것인지 등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불출마할 거냐”는 질문에는 침묵해 여지를 남겼다.

새누리당에는 김황식 전 총리를 영입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다. 황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사이다. 청년 판사시절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에 같이 유학생활을 했다. 가족끼리도 친하다. MB 정권시절 고위당정협의회 등 지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두 사람은 오랜 知己의 모습을 보였다.

2월이 되자 새누리당이 김 전 총리에게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만약 당에서 김 전 총리에게 출마를 제안할 일이 생기면 제안의 적임자는 황 대표가 아니겠느냐”라고 추측했다. 김 전 총리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2월 중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친박·친이를 막론하고 여권의 여러 사람으로부터 '역할을 해 달라'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서울시장 출마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이 되자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3월 15일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저 김황식이 서울시장이 돼 시민을 행복하게 하고 서울을 새롭게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저의 피할 수 없는 책무이자 시대적 소명이라고 확신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에선 후발자인 김 전 총리가 7선 경력을 자랑하는 관록의 정치인 정몽준 의원과의 빅매치가 선거의 흥행을 일으킬 최고의 호재로 여긴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현재 열세다. 이제 진용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24일 오전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다. 캠프의 총괄은 대선 당시 국민소통본부를 이끌던 이성헌 전 의원이 맡았다. 대표적인 친박 핵심인사다. 비서실장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시절 초대 국회 대변인을 지낸 허용범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대변인은 유성식 전 총리실 공보실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 실무진들도 캠프에 대거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황식 전 총리는 안팎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당내에선 '朴心'논란이 발생했다. 최근 김 전 총리는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회동설'을 흘렸다. 당내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은 연일 소위 '朴心' 론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야당은 그에게 MB실정의 책임자라며, '4대강 실패'를 인정하라고 공격하고있다. 하지만 그는 "4대강은 타당한 사업이었다"고 맞대응했다.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황식은 가슴에 늘 시(詩) 한 수 품고 다닌다. 유치환의 ‘바위’다. 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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