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7)>강대국들은 분단의 고착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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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7)>강대국들은 분단의 고착화를 원한다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3.2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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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구체적 이데올로기 표징 없었다

유 의원은 답변을 마치자 물을 청했다. 이 진술은 꽤 길었고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목청이 상당이 올라가 있었다. 재판장은 교도관을 시켜 물을 갖다 주라고 했다. 부인 남영자씨가 뛰어나와 요쿠르트를 갖다 주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10분의 휴정이 있은 뒤 검사는 삼민이념, 인천 사태 등에 대한 질문으로 들어갔다. “대학가 지하 유인물인 <광주민중항쟁의 민중운동사적 조명>, <이화언론>이 삼민이념의 내용을 최초로 밝힌 인쇄물인 줄 아는가”, “삼민이념이 확정 판결에 의하여 용공 이념으로 판명되었으며, 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된 사실을 아는가” 하는 신문에 유 의원은 모두 모른다고 대답했다. 신문을 일일이 다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검사 : 인천 소요는 ‘인천을 해방구’로, ‘철천지 원수 미제와 그 앞잡이인 깡패적 반동 정권의 심장부에 해방의 칼을 꽂자’ 등 극렬한 용공 구호가 난무하고 대규모의 난동이 자행된 중대한 소요 사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유 의원 : 내무위에 인천 문제가 상정되었기 때문에 대충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하나 밝히고 싶은 것은 누가 그 인쇄물을 만들어서 뿌렸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또 인쇄물의 내용이 미국과 모든 기성 단체에 대해 이성을 잃은 비판으로 가득 차 있기는 했지만 김일성을 찬양하거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주장하는 구체적인 이데올로기 표징이 없었음은 특징이라고 기억합니다

정 검사 : 인천 사태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 경제 체제를 민중 수탈 체제로 파악한 이유는 뭡니까?

유 의원 : 근로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민중수탈’로 표현한 것이지 ‘수탈체제’라고 한 적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우리 경제는 재벌 위주의 경제입니다. 대기업에는 많은 금융 특혜를 줍니다. 그러나 근로자 박영진 씨는 하루 14시간 40분씩 일하고서 일당 3천 2백 80원, 월 9만 8천 4백원을 받다가 아름다운 이 강산을 떠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민중 수탈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강대국은 분단 고착화 원해

▲ 신민당 기관지 민주전선을 가두관매하는 저자(1969)

유 의원은 인천 사태를 민중들의 자발적·자주적 통일 투쟁이라고 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천 사태에서 미국과 현 정권, 신민당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욕이 터져 나온 것을 보고는 단지 한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이것은 분단 40여 년 동안 가려져 있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제문제점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입니다. 한국의 지성인들과 청년 학생들은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해 준 우방국들에 대해 감사해 합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만을 요구하는 데 반해 학생들은 통일까지 원한다, 그래서 4대국에 대한 통일의 몸부림으로 인천 사태를 파악한 것입니다.

정 검사가 UN 동시 가입안은 북괴의 전쟁 도발 억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이고, 북괴는 이를 한반도 분단 고착화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유 의원은 세 교수의 저서를 인용, 강대국들의 한반도 고착화 정책을 설명했다.

“송건호·강만길 두 교수가 펴낸 ≪한국민족주의 2≫에 보면 조순승 교수가 쓴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란 논문이 있습니다. 조 교수는 ‘소련, 중공은 그 지역적 접근성을 고려, 한반도가 공산화로 통일되지 않는 통일은 원치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통일된 한국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이 통일되면 경제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고, 미국은 한국의 통일이 아시아로부터의 완전 철수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 교수를 지낸 김학준 교수도≪반외세의 통일논리≫라는 저서에서 미·소·중·일이 분단 지향적이지 통일 지향적이 아님은 그들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학자들의 논문으로써 명백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의 이호재 교수 역시 ≪북방외교의 길≫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은 현재 통일 한국 같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있다. 두 개의 한국에 만족하고 있으며, 현상 정책 이상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트루먼에서 레이건까지, 소련은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통일 문제를 위해 단 한 번도 국제회의를 소집한 일이 없다는 것은 강대국들의 고착 정책을 명백히 입증해주는 것입니다.”

 ‘지하철’은 ‘통일철’ 이어야 한다

3월 10일 오후 2시에 개정된 제5회 공판은 무려 5시간이나 끌었다. 장기욱 변호사가 주 신문을 하고, 목요상, 홍영기 변호사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검찰 측 보충 신문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변호인 신문의 요지는 ‘반공 투쟁 경력을 지닌 심정적 민족주의자가 거시적인 국익 차원, 국정 비판 차원에서 통일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다 확고한 정책 인식을 촉구하며, 학원문제·노사 문제 등을 거론해 정부로 하여금 심도 있는 대책을 마련토록 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러한 취지의 대정부 질의 원고를 작성하는데 있어 전혀 이적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정부의 용공 조작에 말려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장기욱 변호사는 유 의원이 6·25 발발 직후 고향 성주에서 학도 의용경찰대에 지원 입대해 7~8개월 간 가야산·수도산 등지에서 싸웠던 일, 1960년 혁신 사회대중당에 입당했다가 3~4개월만에 온건 통사당으로 옮긴 일, 16년 전 대구 중앙로에서 ‘국제적 적십자를 통해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라’는 2인 시위를 벌인 일, 지하철의 ‘지하’는 어두운 의미가 있는데 다 통일의지를 다진다는 뜻에서 통일철로 개칭하는 것이 어떠냐고 국회에서 질의한 일이 있었던 사실 등을 물었다. 질문은 장변호사가 미리 내용을 다 말한 뒤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하는 형식이었다. 유 의원이 달리 긴 진술을 할 필요가 없었다.

변호인들의 신문 내용은 그대로 유 의원 발언의 용공성 부인 과정처럼 되었다.

“원고 내용을 수정하게 된 동기는 본래 원고 내용의 이적성을 인정한 때문이 아니라 여당 측에서 본건 이후에 나오는 집권층 정부 여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부분의 발언을 저지키 위해, 본건 문제된 부분에서 그 내용이 용공적이라는 구실로 발언 저지를 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예”

“피고인은 5·16 군사 혁명시 반공을 국시라고 했다가, 유신 정권 때의 김종필 총리가 자유민주주의가 국시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이 기회에 우리의 국시를 정리해 둘 필요를 느껴 거론하게 된 것이라는데 맞습니까?”

“예”

“피고인은 남 비서를 통해 전화로 국무총리실에다 우리 정부가 공식 확인한 국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확실히는 모른다며 내무부에 물어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죠. 그런데 내무부는 국시를 운위할 처지가 못 된다 생각되어 국무총리에게 직접 묻고자 한 것이라는데 맞습니까?”

“예”

“피고인은 인천 사태에 관한 의미 규정 부분 중 초고의 ‘정통성이 없는……’을 ‘정통성이 문제되고 있는’으로 고치고 ‘민중들의 처절한 생존권 투쟁’에서 ‘처절한’을 삭제해 실제 발언하는 원고 내용을 순화시켰다는데 사실입니까?”

“예”

“적어도 본인이 한 행위가 범죄가 되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오히려 문제가 되는 나라의 잘못을 국정을 비판하는 의원으로서 지적하려는 것입니까?”

“예”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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