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국력이다④>문화 콘텐츠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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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국력이다④>문화 콘텐츠 ‘쩐의 전쟁’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3.3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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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한류 콘텐츠가 버는 수익 어디로?…‘놓친 돈’을 찾아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경제효과는 5조6170억 원, 자산가치는 94조7900억 원, 2013년 수출액은 약 1조6천억 원. 쏘나타 6만 4천 대를 살 수 있고, 강남 3구 32평 아파트로 약 천 600가구를 얻을 수 있는 액수다. 이것은 한류 콘텐츠가 연간 버는 수익이다.

여기에 숨어있는 부가가치와 잠재가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알려졌다. 중국에서 한류부흥기를 다시 이끈 드라마 주인공 김수현은 중국 예능 방송 출연료만 5억 원이고, 그것을 보기 위한 녹화장 입장권이 최대 520만 원 이상을 호가하며 암거래도 횡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류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확한 파급력과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큰 가치와 파급력을 가진 한류의 수익이 정당한 대가가 되어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유통사로 쏠린 이익 구조 탓에 불가능한 ‘합리적 배분’

‘한류 콘텐츠’가 기록하는 매출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한류로 인기몰이 중인 한 배우는 25일 <시사오늘>과 만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고 언급했다. 드라마를 만드는데 참여했던 연기자들, 스태프들은 드라마가 성공해서 얻는 이익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연기자뿐만 아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자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외국에 수출할 때 생기는 이익은 대부분 투자사나 배급 유통사인 방송사나 이동통신사 등으로 돌아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드라마 같은 경우 한국 방송사와 일본 방송사 간 계약으로 해외로 수출된다. 때문에 이익은 철저하게 유통업계로 흘러가게 된다.

한류 콘텐츠 수출이 유통사 위주로 이뤄지는 이유는 콘텐츠 거래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서다.

현재 한국은 문화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틀을 형성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수익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합리적 배분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스태프와 보조 연기자 처우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KBS 드라마 <감격시대>에 출연 중인 김현중 씨는 “드라마가 히트하면 무조건 배우가 이익을 본다”면서 “그에 비해 스태프는 다른 보상이 없다. 이 드라마를 내가 참여했다는 자기만족일 뿐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환경 자체가 개선이 안되고 있는 와중에도 많은 스태프들이 드라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대책 없는 ‘불법 유통’

인프라 구축이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류미래전략연구소 포럼은 한류의 자산가치를 2012년 6월 94조7900억 원이라고 측정했다.

한류가 미치는 파급효과와 잠재적 가치는 그 이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처럼 한류콘텐츠로 벌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익은 그야말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돈’이다. 한류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고 있는 국가가 많기 때문에 잠재적 가치만 따질 수 있다. 직접적으로 벌 수 있는 수익을 인프라 기반이 형성되지 않아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저작권 개념이 부족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불법유통 정품가격 대비 5~50% 수준으로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DVD나 화보집 등 부가가치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재 역시 이뤄지고 있지 않는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상대했던 파트너들과는 체질부터 다르다”며 “사회주의적 원칙이 굳건한 만큼 조건도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게 한국이 규정한 제재를 가하면 열기가 올라간 한류가 주춤거릴 수 있다. 저작권 인식도 강하지 않은데다 이제까지 교류했던 국가와는 다른 거대 사회주의 국가에 맞는 규제를 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짝퉁’이 판을 쳐도 우리나라로선 섣부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다.

박정숙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는 2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규제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틀을 갖춰야 한다”면서 “현재 한류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그것을 관리·담당하는 부서도 중구난방인데다가 일정한 규칙이 없다”고 언급했다.

▲ 최지우를 앞세운 수상한 가정부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을 듣는다 ⓒ 뉴시스

돈벌이 좋은 일본, 과도한 타겟팅이 불러온 ‘반한류’

한류 콘텐츠가 일본 시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한류는 일본에서 열기가 식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고, K-POP 가수들이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는 등 일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을 목표로 삼아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저작권 틀이 까다로워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저작권료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재제를 가한다. 때문에 불법 유통되는 사례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 일본에선 콘텐츠의 인기에 비례해 돈을 벌기 때문에 한류가 일본에 치우친다.

하지만 과도하게 일본을 겨냥한 타겟팅은 좀처럼 잘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드라마 같은 경우 지난해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를, <여왕의 교실>엔 고현정을, <수상한 가정부>엔 ‘지우 히메’ 최지우를 각각 전면에 내세웠지만 호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수상한 가정부> 경우엔 일본에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분당 시청률 50%를 넘은 작품이라고 알려졌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10%만 넘어도 ‘대박 작품’이라고 분류돼 수상한 가정부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년 11월 수상한 가정부는 일본으로 역수출됐지만 ‘히메 파워’도 일본에서 예전만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 그렇다 할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고, 일본에서 한류의 열기가 점점 시들해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박 교수는 “일본이든 다른나라든, 수출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나라를 겨냥해서 만들어진 리메이크 드라마들은 한국 드라마 창작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드라마 질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도 수출을 위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너무 상업적으로 치우쳐 예술적인 요소가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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