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취업을 못하는가②>그래도 우리는 대기업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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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취업을 못하는가②>그래도 우리는 대기업에 간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4.0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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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주변시선 등 대기업 선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4000~5000명 수준으로 채용 한다고 밝혔다. 지원자는 10만 명이다. CJ그룹은 9개 주요 계열사에서 2014년 신입사원으로 600명을 채용하지만 지원규모가 9만여 명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채용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 채용에 1만6천 명이 몰렸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해 하반기 1200명을 뽑는데 10만 건의 서류가 접수됐다. LG전자는 1000명 채용에 3만 명이 몰려 서버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 8만 명, 대한항공 2만5천 명, 한화그룹 4만5천 명, 우리은행 1만8천 명 등이 신입 채용에 몰리며 경쟁률이 80대 1부터 125대 1까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취업 준비생(취준생)이 서류를 제출하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일반적으로 서류전형에 통과하는 인원이 채용의 10배 수준임을 고려하면 10명 중 1명만 다음 전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취준생은 왜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 지난 25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이랜드 그룹에는 4만여 명이 지원했다. 이랜드 그룹은 2014년 신입·경력직원 15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9일 이랜드 직무적성검사 시험장 모습 ⓒ뉴시스

대기업보다 나은 일자리 찾기 힘들어

가장 큰 이유로 모든 취업준비생(취준생)이 연봉을 꼽았다. 지난 1월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2014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4년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707만 원으로 집계됐다. 공기업은 3005만 원, 외국계기업은 2980만 원, 중소기업은 2580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직원은 중소기업 직원보다 한 달 평균 100만 원씩 더 받아가는 것이다.

복리후생도 대기업이 월등히 뛰어나다. 6년째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복지금인 학자금 지원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우선 근속년수에 관계없이 1년 간 유치원비 20만 원을 매달 지원받는다. 3년을 일했다면 고등학교 자녀를 둔 직원에게 연간 300만 원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대학생 자녀에 대해서는 7년 근속 직원에 한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학자금 외에도 △휴양지 사용 △사내 예식장 지원 △경조금, 상조 등 경조사 지원, △정기 건강검진 및 의료 지원 △운동 시설 이용, 도서 구입 등 자기계발 지원과 같은 혜택을 직원에 제공한다.

취업 준비생의 고 스펙 경향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스펙을 많이 쌓은 취준생 일수록 살인적인 경쟁률을 넘으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는 우월감과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에 대기업 지원을 놓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경험이 있는 390만 명 중 절반이 넘는 195만 명은 3개월 미만 준비했다. 하지만 1년~2년 준비한 사람도 42만 명, 3년 이상도 36만 명이나 됐다. 

주변의 시선이나 조언도 무시할 수 없다.

취직 했다고 말하면 일반적으로 근무 조건이나 근무 환경보다 어느 회사에 다니냐고 먼저 물어보게 된다.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국내 정서 상 대기업에 다닌다고 말했을 때와 중소기업에 다닐 때의 시선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더 대기업에 치우친다. 사회적 인식도 대기업에 다녀야만 제대로 된 일을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 취업준비생들은 휴일도 없이 공부에 열중한다. ⓒ뉴시스

학교 선배나 부모님 조언도 참고사항이다. 대부분 금전적인 이유로 늦더라도 대기업에 취업하라고 추천하지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직을 준비할 때 대기업 근무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 요인이라는 식의 얘기다.

어려운 현실 알아도 일말 가능성에 도전

취준생도 대기업 입사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취업난에 막힐지언정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고용정보원이 지난 달 20일 발표한 ‘청년층 구직자의 취업 희망 직업’자료는 이 같은 취준생의 취업 지원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5~29세 취준생의 21.4%는 대기업을 희망했다. 반면 30~33세 취준생은 대기업 취업 희망자가 14.5%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연령대의 중소기업 희망자는 20.1%인데 더 이상 취업을 유예할 수 없어 내린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3일 개최한 채용간담회에서 주요 그룹 인사담당 임원이 발표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10대 대기업 그룹은 올해 8만9100명의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선다. 지난해 9만여 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 중 상반기에 2만2천 명 정도가 채용될 예정이다.

올해 초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을 조사한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은 경기 회복세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채용 규모를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83개 4년제 대학이 매년 배출하는 졸업생은 29만여 명. 대기업 채용에 낙방하고 취업재수생으로 밀려난 청년 실업자는 갈수록 누적돼 올 2월에는 2000년 1월(11%) 이후 10.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에 신규 채용 규모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불필요한 스펙과 관행적으로 요구해 온 사진,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의 항목을 없애줄 것을 당부했다.

또 채용과 관련한 기업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면서 국내 100대 기업이 입사지원서에서 요구하는 불필요한 스펙을 조사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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