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단⑧> 기차마을 곡성에 핀 노란리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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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단⑧> 기차마을 곡성에 핀 노란리본 물결
  • 최치선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5.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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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4일째 남원~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순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치선 자유기고가)

 이른 아침 남원 광한루에서 여수를 향해 출발 했다. 이도령과 성춘향의 무대가 된 남원 광한루는 어린이날을 맞아 일찍부터 가족 나들이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남원에서 가장 유명한 5월 축제 춘향제는 세월호 참사로 취소 됐다고 한다. 

시간이 되면 안에 들어가서 산책을 하고 싶었으나 갈길이 멀었다. 오늘은 무조건 순천까지 가야 내일 목적지 여수에 도착해서 국토종단을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추어탕 전문점을 찾아 보았다.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하기때문에 서로 원조라는 간판이 붙어 있지만 맛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주방장의 비법에 따라 추어탕 맛에 차이가 나는 걸 인정해야 한다. 3년전 남원에 사는 친구와 함께 먹었던 기억을 더듬어 현식당을 찾아갔다.

현식당의 메뉴는 달랑 추어탕 한가지이고 그것도 아침 8시부터 영업을 하다가 오늘 팔 분량만 팔고 문을 닫는다. 그만큼 자신이 있고 한가지로 승부하겠다는 영업전략이다. 주인은 "현재 점내 판매도 있지만 전화주문과 방문해서 사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한다.

8천 원 하는 추어탕 맛은 주인장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린내 없이 담백하고 뒷맛은 깔끔했다. 한 그릇을 다 비우자 배가 불렀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심호흡을 크게 했다. 시골의 상큼한 공기가 몸 속으로 들어가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자전거에 올라타고 힘껏 페달을 밟았다. 이제부터 곡성 기차마을을 향해 질주를 해야 한다. 네이버에서는 곡성역까지 20.16km의 거리에 시간은 약 1시간 23분이 소요된다고 나온다. 자전거 속도는 18~20km로 기준이다.

테일지T6로 달리면 곡성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어제와 달리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라이딩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남원 시내를 벗어나자 도로 양 옆으로 논이 가르마처럼 펼쳐지는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나타났다.

전기 자전거는 역시 오르막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지리산 줄기 탓인지 곡성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 오르막이었다. 페달을 밟긴 했으나 전기모터의 힘이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린 덕에 약 2시간 남짓 걸려 곡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 구 곡성역 풍경.ⓒ최치선
▲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인기 있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최치선

섬진강 기차마을로 유명한 곡성은 레일바이크로 유명하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국내 관광지 중 지명도가 꽤 높은 곳이다. 증기기관차 역시 옛 향수에 젖을 수 있는 테마 상품이다. 시속 30km내외로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 체험은 타임머신을 타고 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가는 느낌을 받는다. 

▲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소녀의 모습.ⓒ최치선

곡성역에서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굳이 레일바이크를 탈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4일 동안 페달을 밟은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역 내에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아이들과 어른들로 꽉 차 있었다.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괜히 안으로 들어왔구나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한 참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적어지는 틈을 타서 빠져 나왔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순천을 향해 걸어갔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옆으로 노란 리본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리고 있었다. 리본들은 군청 앞에서 하나로 모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을 위해 군무를 췄다. 세월호 참사로 매일 저녁 7시 반부터 이곳 군청 앞 사거리에서는 촛불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도 노란 촛불은 켜질 것이다.

세월호가 할퀴고 간 슬픔은 이곳 곡성의 웃음소리도 함께 잠재웠는지 작은 시골 마을은 너무나 조용했다.

울적해진 기분을 떨치려고 페달을 힘주어 밟았다. 12시를 조금 지나 다시 이곳 곡성에서 순천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곡성에서 순천까지 거리는 약 60.23km에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곡성까지 오는 동안 오르막을 전기동력으로 사용하다보니 더 이상 남아 있는 전기가 없었다. 밧데리 잔량을 표시하는 LCD창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완전 방전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순전히 내 몸의 에너지만으로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러면 잘해야 10km의 속도로 달리게 되고 시간은 약 6시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것도 별도의 휴식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시간이다. 저녁 늦게 도착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순천에서 1박을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섬진강변을 따라 자전거와 한 몸이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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