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실체 규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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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실체 규명 가능할까
  • 시사오늘
  • 승인 2010.04.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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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위 27일 본격 활동...검찰 개혁 단초될지 주목
'스폰서 검사'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의 활동이 이번주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이 얼마나 '진실'에 접근하게 될지 주목된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성낙인 위원장 등 민간 위원 7명과 채동욱 진상조사단장(대전고검장) 등 검찰 간부 2명으로 꾸려진 진상규명위원회는 27일 첫 전체회의를 갖는다.

채 단장이 이끄는 조사단도 이번주부터 이른바 '스폰서 검사' 문건에 거론된 전·현직 검사들은 물론, 제보자인 건설업자 정모씨, 업소 관계자 등을 순차적으로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채 단장은 22일 이성윤 팀장(서부지검 형사5부장·23기)이 이끄는 조사팀과 함께 부산을 방문, 정씨가 접대를 했다는 업소를 현장조사하고 카드전표 등을 확보하는 등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위원회와 조사단이 의욕적인 행보를 시작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함이 가득하다. 국민적 의혹은 크지만 여러 부분에서 이번 '진상조사 과정'에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실질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게 될 조사단이 검찰 내부 인사로만 꾸려졌다는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간위원이 대다수인 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대변되는 검찰문화를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사단은 내부 관계를 철저히 배제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을 천명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진상조사 무용론', '특검도입론' 등을 거론하며 조사단을 압박하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조사단의 조사가 착실히 이뤄져 '범죄 및 징계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적절한 형사처벌과 징계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주요 사건 발생 시점이 길게는 20년 전이라 사실관계 확인도 장담할 수 없다.

현행법상 검사들이 정씨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실제로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 혐의로 당연히 기소된다.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보통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뇌물수수 의혹이 집중된 1999년과 2003년에 금품을 받은 검사들은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검사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건냈다는 정씨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고, 술집 종업원 등 참고인 조사도 예상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높아 여러모로 사실관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조사단이 문제 검사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처벌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검사들은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행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비위검사들은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나 검사 징계 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1980~90년대·2000년 초기 사건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징계가 불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여론의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 검찰이 조사단의 결과를 받아 들여 향후 인사조치에 반영할 수는 있다.

이외에도 검사징계법이 검사에게 고도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점을 근거로, 시점과 상관없이 금품수수 및 향응 사실만 확인되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깎는 행위'로 간주해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이 것은 어디까지나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경우'에나 나올만한 시나리오다.

진상규명을 위해 이같은 난제를 풀어야하는 조사단과 위원회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가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물론 검찰개혁의 단초도 제공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떡값', '스폰서' 등의 단어는 '검찰'이라는 조직명 앞에 수차례 등장했다.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지인 박모씨와 불분명한 금전거래로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과 함께 낙마했으며, 2008년에는 민유태 전 지검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직했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관리 대상인 이른바 '떡값 검사' 리스트를 공개해 삼성특검의 조사가 진행됐으며, 2006년에는 법조 브로커 '김홍수 게이트'가 터져 금품수수 검사가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05년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가 검찰과 경찰 고위 간부에게 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됐고,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판ㆍ검사 30여명이 무더기 사표를 낸 전례도 있다.

때문에 이번 조사를 통해 끊이지 않는 검찰의 '스폰서'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모 법조계 인사는 "이번 기회에도 검찰의 뿌리깊은 '스폰서' 문화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검찰의 도덕성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며 "수사결과보다 오히려 스폰서 문화 자체를 근절시킬 획기적 방안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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