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변호사 “韓,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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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 변호사 “韓,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 높아졌다”
  • 방글 기자·정민지 기자
  • 승인 2014.07.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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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테러 사건 공소시효 정지, 국민 관심의 결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정민지 기자)

최근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15년 전 사건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것을 우려한 국민들이 마음을 모은 탓이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이 다시 화제가 됐다. ‘개구리 소년 사건’, ‘이형호 납치사건(영화 그놈목소리)’, ‘화성 연쇄살인 사건’ 등이다. 일각에서는 공소시효 폐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공소시효 폐지가 가능할지, 법조계는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여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8일, 장마를 앞두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오후 중앙 법률사무소 김기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 김기윤 변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시사오늘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이 공소시효 폐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유가 뭘까.

“국민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가 높아진 것 같다. 옛날에는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약자, 특히 아이들에 대한 범죄 처벌에 대한 강화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다. 황산테러 사건도 남자 아이를 상대로 한 미제 사건이지 않는가.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 때문에 해결 못한 사건을 변호한 경험이 있나.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있었다. 사정상 외국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외국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 폭행이나 상해 등의 공소시효는 3~5년 정도로 흉악범죄의 공소시효보다 짧다.”

▲ 김기윤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오늘

지난 2012년 법무부는 ‘살인범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공소시효가 없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흉악범죄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소시효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 그래서 폐지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

물론 국민들이 원한다면 특정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법이 국민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비춰봤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공소시효 폐지가 모든 범죄에 해당하진 않을 것 같다. 흉악범 같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특정 범죄에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동범죄 얘기를 하다보니 모든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조두순 사건이 생각났다. 12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너무 적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민법감정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여론이 많다고 해서 형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감안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법에 위배되는 형량을 선고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건 이후 국민 여론 등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아졌다. 흉악범에 대한 형량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는 인식이 많았고,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법 자체를 바꿔버린 거다. 국민들이 법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변화한 예라고 생각한다.”

-피의자를 변호한 적이 있나.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도 만난다. 확실할 땐 유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죄는 인정하되 형량을 낮춘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당시 알코올수치도 높았고 음주운전을 4번이나 걸려 구속될 것 같던 사람을 결국 집행유예로 했던 적이 있다. 아들과 단 둘이 살고 빚도 많아 만약 구속된다면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판사에게 구체적으로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

김기윤 “배운 만큼 베풀어야…법적 지식 이용해 무료법률상담 하는 이유”

▲ 김기윤 변호사는 "배운 만큼 베풀어야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시사오늘

-자신이 변호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지난 2009년 보은에 농가 소득 증대를 목표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관리·운영하고 농민들이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는 유통 회사가 설립됐다. 2000여 명 정ㄷ의 사람들이 농협보다 많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솔깃해 투자를 했는데 회사 경영 경험 부족 등으로 망했다. 보은은 무변촌이기 때문에 도와주는 사람도 많지 않아 농민들은 속수무책 당할 위기에 놓였었다.

그때 농민들 450여 명 데리고 소송 제기했다. 원금 보장되고 농협 이자보다 많이 준다고 해놓고 왜 한 푼도 못 준다고 하느냐.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농민 원금의 15% 정도 밖에 돌려받지 못 했지만 이들을 변호하고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결국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에 남는다.”

김기윤 변호사는 충북 보은 출신이다. 그래서 인지 보은에서 일어나는 억울한 사건들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일마다 충북 보은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시작했다. 보은은 무변촌 지역이라 변호사를 접하기가 어렵다. 주민들이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역 특성상 농가가 많아서 농업 관련 문제를 많이 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농로를 가로막고 통행을 갖고 싸우는 등 듣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들에겐 심각한 문제다.”

김기윤 변호사는 인터뷰 중 “많이 배웠어도 남에게 베풀지 못하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보은에서의 무료 법률상담 이 외에 하고 있는 사회적 활동이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봉사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시골 주민들이 법률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보은에는 매월 200kg의 쌀을 기증하고 있다.

서울 신월동 신월종합복지센터에서는 아는 분 소개로 지난달부터 무료 법률상담을 시작했다. 그래서 한 달에 5건 정도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주로 가정폭력 문제가 많다. 정말 간단한 팁 하나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 많은데 상담 받을 기회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무료상담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서 법률 관련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모인 해피빈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불치병 걸린 여자아이를 도왔다.”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말해 달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내가 가진 재능, 법률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도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적 혜택을 누리는 사회에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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