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 갈라져도 軍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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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 갈라져도 軍은 하나”
  • 환타임스=김영민 기자
  • 승인 2010.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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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구심점으로 당에 맞선 고구려
선배 장군의 군기잡기와 군번줄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고구려에 간첩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나 고구려의 안보는 철통이었다.  모조리 체포되고 말았다. 

이세민은 궁리 끝에 삼불제(三佛齊)라는 나라의 임금에게 거금을 보냈다.  고구려의 군사 숫자, 군대 배치, 부대 위치 등을 자세히 정탐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삼불제는 남해에 있는 작은 나라였다.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는 우호적인 나라였다.  삼불제의 사신은 덕분에 고구려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돈에 넘어간 삼불제 임금은 사신을 빙자한 간첩을 파견했다. 

삼불제의 간첩은 임무를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며 배를 타더니 뱃머리를 당나라 쪽으로 돌렸다.  고구려의 정보망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고구려의 하급장교인 해라장(海邏長)이 간첩을 곧바로 체포했다.   

해라장은 삼불제의 간첩을 가두고 나라에 보고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아니다.  대적(大敵)을 보고도 치지 못하는 나라에 무슨 조정이 있겠는가." 

해라장은 간첩에게서 압수한 기밀 문서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간첩의 얼굴에 먹물로 경고문을 새겼다. 

"내 아들 이세민에게 몇 마디 보낸다.  만약 금년에 나에게 와서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내년에는 마땅히 죄를 묻는 군사를 일으킬 것이다(寄語我兒李世民, 今年若不來進貢, 明年當起問罪兵)." 

해라장은 이렇게 새기고 나서 "고구려 태대대로 연개소문의 부하 아무개 씀(某書)"이라고 덧붙였다.  해라장은 연개소문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었던 것이다.   

간첩의 얼굴은 그 바람에 온통 글자 범벅이 되었다.  좁은 얼굴에 많은 글자를 새기는 바람에 잘 알아보지 못할 염려가 있었다.  해라장은 똑같은 경고문을 백지에 다시 써서 간첩에게 준 뒤 쫓아버렸다. 

고구려의 하급장교 따위에게 조롱당한 이세민은 화가 상투 끝까지 치솟았다.  당장 고구려를 치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신하들이 만류했다.  당나라는 대국이지만 고구려 역시 대국이었다.  사건의 진상부터 알아보자고 건의했다.  이세민은 항의 사신을 고구려로 보냈다. 

항의 사신을 맞은 고구려 영류왕은 해라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잡혀온 해라장은 자기가 저지른 짓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당시 고구려는 당나라와의 승부를 놓고 국론이 조각나고 있었다.  개전론과 화평론이 맞서고 있었다.  국론은 갈라져 있었지만 군은 하나였다.  연개소문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라장의 사례처럼 군은 연개소문을 따르고 있었다.  당나라는 그런 고구려를 깰 재간이 없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론은 사사건건 갈라지고 있다.  천안암 사건이 일어나면서 또 갈라지고 있다.  군마저 똘똘 뭉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장군들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이 국회에서 "경례를 절도 있게 하는 장군이 한 명도 없다.  군인의 기본자세를 다시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현역 복무할 때 군번줄을 매지 않은 적이 없다"며  장군들이 군번줄 빠뜨린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직접 경례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후배 장군들의 군기를 잡은 셈이었다. 

장군들이 군기를 잡히면 부하 장병들에게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따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구심점을 잃은 군은 약해질 수 있다.     

네티즌은 군번줄을 놓고 또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간과되는 것도 있었다.  현대 최첨단무기는 군번줄을 단 군인도, 빠뜨린 군인도 한꺼번에 싹쓸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이라고 그 대상에서 열외일 수도 없을 것이다.  [김영인 편집인]
원본 기사 보기: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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