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28)>항소 이유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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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28)>항소 이유서(上)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8.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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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피고 유성환의 항소이유서

(피고 유성환이 교도소 안에서 직접 작성 제출한 것임)

본 피고인은 1987년 4월 13일 서울형사지방법원 제14부 합의부에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 항소하였기에 아래와 같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나이다.

 내용

국회에서 행한 피고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의결은 당연 무효의 의결(변호인 주장 참조)이라 할 것이며, 따라서 구속 절차도 위법(헌법 80조, 국회법 71조, 72조)한 것이 되며, 공소 제기도 역시 위법이 되므로, 법원은 당연히 공소 기각 판결을 해야 함에도 의사 절차에 관한 국회의 행위는 국회의 자율권에 속한 행위로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국회라 할지라도, 의견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을 시에는 마땅히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됨이 당연하므로 항소심에서의 재심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피고인이 1986년 10월 13일 하오 2시에 개의될 국회 본회의에서 신민당을 대표하여 정치 분야 대정부 질의를 하기 위하여 개의 직전, 국회의 관례에 따라 연설 원고를 국회 본회의장 옆 기자실에서 비서를 통해서 출입 기자들에게만 배포한 행위는 국회에서의 연설을 위한 준비 행위이며, 의원의 직무상 행한 언론 활동에 부수하여 행하게 되는 일체 불가분의 행위이며, 의원의 발언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이므로 당연히 헌법 81조의 의원 면책특권에 해당되는 행위가 되어 공소는 기각되어야 함에도, 1심 법원은 이를 묵살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 그 자체와, 이와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까지 면책특권에 포함된다고 인정하였으면서, 오직 피고가 행한 행위 즉 원내 발언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행한 원고 배포 행위는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으니, 이는 모순되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법원이 부득이 피고의 원고 배포 행위를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할 양이면, 연설 전의 원고 배포 행위가 의원의 원내 발언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행하게 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증명이 선재(先在)되어야 합당할 것입니다.

법원인들 의원의 원내 발언 전에 원고 내용을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것이 의원의 원내 발원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행하게 되는 행위가 아니라고는 감히 못할 것입니다. 이는 이 나라 헌정사 40년 간에 확립된 부동의 관례이며 세계입헌국 공통의 불문율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컨대 의원의 국회 발언 직전에, 국회에서 기자에 대한 원고 배포 행위는 의원의 특권의 대상으로 되는 행위를 하는 데 당연히 그 수단, 전제가 되는 행위이며, 국회 내지 의원 본래의 직분을 수행하기 위한 필요 불가결의 행위인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 배포 행위는 헌법 81조의 의원 면책특권에 해당되는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항소심의 재심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으로 국회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의사 절차에 관한 국회의 행위는 국회 자율권에 속한 행위로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의 정신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것은 사법상의 심사 대상이 아님이 명확하며, 또 피고의 원고 배포 행위 그 자체는 국회의 관례에 따라 일상의 의원 직무를 수행하였을 뿐, 하등의 위법성(고의, 과실)이 없었음을 감안할 때 그 가벌성(可罰性)을 발견할 수가 없으므로, 법원은 마땅히 공소 기각 결정을 함이 가하다고 생각되므로 재심을 요청합니다.

 삼민이념의 문제

법원은 피고가 용공 이적 이념이 명백한 삼민이념을 정당한 민주투쟁인 양 미화하여 삼민이념에 관한 북괴의 주장에 동조하였다고 규정,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삼민 문제를 국정질의로 택하게 된 동기는 피고가 당시 신민당 학원 문제 특별 위원이었기 때문이며, 목적은 제5공화정 수립 후 경찰과 학원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의 학원가의 근본 문제와 학생 운동의 근본 철학이 무엇인가를 밝혀보고자 했으며, 생각 끝에 학원 문제에 관한 저서까지 있는 이재오 씨를 방문, 학생 운동의 본질에 대해서 문의하게 되었으며 김세진, 이재호 등이 릴레이식 자살까지 감행하는데 대해 크나큰 충격을 받고, 고귀한 청년 학생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정부 당국에 국정 질의를 통하여 그 대안을 얻고자 한 것이지, 결코 한 기성 정치인으로서 또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오늘의 학생들의 정치 구호인 소위 삼민 이념을 대변, 미화하고자 한 의도는 없었으며, 더구나 북괴의 주장에 동조하였다 함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피고는 평소, 삼민이념이란 것은 학생들의 단순한 반정부 구호로만 짐작하였을 뿐 그것이 용공 이적 이념이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신문조서 595,600, 640).

피고의 원고 ‘오늘의 학생 운동의 본질은 반외세 민족 자주·반독재 민주화·민중생존권 투쟁으로 집약된다. 이것을 줄여 삼민이념이라고 하는데 수사당국은 삼민이념을 용공 좌경이라고 몰아붙여 용공 조작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문장 구성이 뜻하는 의미는, 피고가 삼민이념이 용공 이적 이념이라는 인식은 전연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원고를 작성한 것이라는 정황의 설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증인 이재오 씨는 법정에서, 피고에게 써 준 삼민이념 원고는 용공 이적 이념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증언하였으며, 다만 1876년 개항 이래 민족 자주 민주화 민중 생존권 등이 민족적, 역사적 과제이며, 오늘의 학생 운동의 본질도 이 세 가지 문제들에 대한 고민의 표시라고 했으며, 피고는 사계 전문인의 의견에 공감을 갖고 원고에 인용하게 된 것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삼민이념을 용공 이적 이념으로 확정 판결한 것을 알고 있었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검사 신문 조서에서도 밝혔듯이 분망한 의정 생활 탓으로 부끄러운 일이오나 전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또 북괴가 소위 삼민이념을 선전 옹호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 않느냐 하지만, 그들이 한국 내의 각계각층을 모략 선동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삼민 이념이란 것을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신문 조서 596, 601, 603, 642)

 북괴 주장 동조 운운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학원 문제에 대한 국정질의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작성된 원고를 당국이 아무런 증거 제시도 없이 북괴의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규정, 국가보안법에 회부, 재판을 한다는 것은 실로 언어도단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일상의 윤리를 무시하고 우리가 의지하는 태산 같은 상식의 가치를 유린한 채, 조리와 경위와 법리를 초월하는 공소와 재판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어떠한 시대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용공 이념이나 확정 판결의 내용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용공 이념을 고무 찬양하거나 재판에 간섭하지 않는 한 입법 자료를 위하여 국회의원의 국정질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 될 것이며, 더구나 피고는 삼민이념이 용공 이적 이념이란 인식이 전연 없었으며, 또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원고를 작성한 것인데, 이러한 경우를 당국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하는 것은 입법부에 대한 검찰권(행정권력)의 월권적 간섭이 된다고 봅니다.

전염병에 걸린 아이를 의사는 격리 치료하지만 어머니 품 안에 안고 간병하듯이, 법을 집행하는 당국이 수천 명의 학생들을 투옥·격리 차별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선도와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품안에 안는 것은 정치인이 담당할 영역이 될 것입니다. 소위 삼민이념을 국정 질의로 택한 피고의 진의를 밝히고자 한 것입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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