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의 農飛漁天歌>˝홍 의원님, 식(食)자 때문에 오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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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의 農飛漁天歌>˝홍 의원님, 식(食)자 때문에 오신 거죠?˝
  • 글 홍문표 국회의원/정리 윤진석·박근홍 기자
  • 승인 2014.09.01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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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농민 위한 정책개발-①>
이명박 정부 당시 농림수산부에 ´식품´추가
박근혜 정부 당시 농림축산부에 ´식품´추가
산지에서 밥상까지 일원화된 정책 추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글 홍문표 국회의원/정리 윤진석·박근홍 기자 )

개중에 홍문표하면 '식품'자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게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농어업 농축산업의 외연 확대"를 꾀했던 나는 해당 부처에 식품자를 추가하도록 설파한 장본인으로 유명했다.

농림부의 명칭을 거슬러 올라가면 8·15 해방 이후 농상국, 농무국, 농무부 순으로 시작해 농림부로 개편된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후부터다. 이후 농림부는 1973년 농수산부, 1987년 농림수산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해양수산부가 창설되면서 농림부와 수산업무가 분리됐고 다시 농림부로 개편됐다. 그러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 당시 정부조직법이 바뀌면서 YS때 새로 생겨 유지됐던 해양수산부가 폐지됐고, 농림부와 수산부는 다시 합치게 된다.

▲ 2012년 7월 25일 국회에서 개최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업무보고 당시.ⓒ시사오늘(사진=홍문표 의원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나는 경제2분과 위원을 역임했고, 농림부가 농림수산부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식품'자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농어촌이 먹는 것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식품의 관리까지 맡도록 해야 산지에서 밥상까지의 일원화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의 골자였다. 사실상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농어촌이 식품과 함께 가면 1차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2~4차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농어촌의 미래가 바뀐다. 특히 농업 분야는 그렇다. 소위 농업의 미래를 본다는 학자들은 전부 식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이유에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동료 인수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식품을 따로 두면 됐지, 무슨 농수산부에 넣느냐며 나와는 상충된 견해차를 보인 거였다. 그렇지만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동료 위원들이 고개를 내저을수록 왜 식품 자가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더욱 열띠게 설명했다.

"예를 들면, 지금 농촌에서는 알곡만 생산하잖아요? 보리나 감자 같은 건 1차 산업이지만, 그것을 빻은 후 분쇄해 전분 가루를 만들고 빵이나 떡을 만든다든지 비스킷을 만든다든지 하면 식품이 되는 거잖아요? 또 그것을 가공한 뒤 포장해서 팔면 감자 한 알에 100원이던 것이 떡이나 비스킷으로 되팔면 1000원이 된단 말입니다…."

이처럼 목에 힘을 줘 설파할 때였는데, 어느 틈에 가만히 지켜보시던 이 대통령이 나를 부르시며 말했다. "아니, 홍 의원. 그거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 하자는 거 아니요? 그게 핵심인 거구만."

이 대통령은 실물 경제에 밝은 분이어서 그런지 금세 이해하셨다. 이 대통령이 알아주시자 나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만 같았다. 힘이 나서인지 곧이어 하는 설명 역시 탄력이 붙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농촌을 예로 들면, 충남 예산에서 감자를 생산할 경우 그곳이 단순히 감자를 작물 하는 지역이 아니라, 그 부근에 식품으로 가공하는 공장을 만드는 겁니다. 중소도시에만 식품 공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식품 공장이 생기는 것이지요. 현재 선진국의 식품부는 모두 1차 산업에서 2차, 3차, 4차 산업까지 갈 수 있도록 기반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림부에서 식품까지 관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기반 조성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농업이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농업의 외연 확대가 절실합니다."

처음에는 식품을 추가하는 게 어려웠지만, 종국에 가서는 이 대통령의 지원 아래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2008년 2월 정부조직이 개편될 때 농림수산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로 명칭이 바뀐 것이다.

농림부와 식품을 연계한 시너지효과는 얼마 안 가 가시화되었다. 식품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아래 2008년 6월 식품산업진흥법이 제정됐고, 그해 11월 식품산업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식품산업을 육성해 농업을 견인하겠다는 농정목표는 농축산업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시기 축산과는 축산을 관장하는 부처 밑에 있는 것이 아닌 조그마한 농림부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였는데, 농업과 식품을 연계한 이후 2007년 38억 달러에 불과했던 농축식품 수출액은 2012년 8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 거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면서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013년 1월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식품 자를 빼고, 농림축산부로 개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시기는 불량 식품 문제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부각되던 때였다. 그래서 총리실 산하에 식품안전처를 만들어 불량 식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의지였다.

또한 수산업무는 해양수산부로 이관되게끔 하고, 그 대신 축산 자를 추가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농촌에서는 축산이 현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례로 닭이 매일매일 알을 낳고, 이 알 자체를 내다 팔면 즉시 현금이 생긴다. 때문에 축산 자가 부처 명칭에 포함되는 것은 축산 육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었다.

문제는 농림축산부 명칭에 식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는 곧장 농축산업계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식품산업이 타 부처로 이관되면 농축산업의 고부가가치를 꾀할 수 있는 사업의 불씨는 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농축산업계의 의욕을 저하하는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19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식품 자를 추가하도록 한 사람이 바로 나였던지라 농축산업계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을 강 넘어 불구경 하듯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때문에 그 즉시 앞장서 농림축산부에 식품 자를 추가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와 상임위 위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2월 임시국회 개회 직후 나는 “농어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1차, 2차, 3차 산업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런데 식품을 빼버리면 농어업을 체계적으로 관리 발전 확장할 수 없습니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줘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상임위 의원들과 관계 공무원들로부터 공감을 샀고, 농축산업계의 적극적인 환영으로 이어졌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도 수차례 찾아갔다. 세 번가량 찾아가 끈질기게 말씀드리고 난 뒤 한 번은 다른 현안으로 박 대통령을 찾아뵈었을 때였다. 그런데 나를 본 박 대통령께서 "홍 의원님, '식'자 때문에 오신 거죠?"라고 물으시는 거였다. 대통령이 보실 때도 홍문표하면 식품 자가 자연스레 떠오르신 모양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으로 확산된 요구에 따라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드디어 2013년 3월 23일 정부조직법은 농림축산부가 아닌 식품 자가 추가된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됐다. 

농업의 미래를 지킨 것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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