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시대①>소비자 기만 극치, 생필품 과대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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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시대①>소비자 기만 극치, 생필품 과대포장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09.2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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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만 극치 생필품 과대포장…명절 선물세트·편의점 즉석식품 과대포장 심각 수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소비자 기만의 정점으로 불리는 과대포장.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내 기업의 과대포장은 실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포장 수준은 소비자 기만을 넘어서 배신감을 들게 할 정도이다. 소비자 울리는 기업의 과대포장 꼼수. <시사오늘>이 파헤쳤다.

브라우니 단 4조각에 3000원?…포장비용이 더 비싸

▲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SNS 이미지

위 사진은 국내 굴지 제과기업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제과제품들이다. 언뜻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제품의 겉포장 부피만 넓히고 내부는 한없이 적은 내용물로 채웠다.

내용물 1/3에 나머지는 질소로 메웠고, 종이상자로 포장된 제품의 경우 내용물을 일일이 개별 포장해 마치 상자 속 과자가 가득 채워진 듯 꼼수를 부린 것.

대표적인 예로 오리온 ‘포카칩’과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가 있다.

먼저 포카칩은 앞서 언급했듯 풍성해 보이는 비닐 포장형태로 구성돼 있지만, 내용물은 절반도 채 안될 정도로 부실하다. 나머지 부피는 질소로 채워졌다.

과대포장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스낵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불만을 제기됐던 과자로,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질소과자’로 소개된 바 있다.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질소 햠유량은 80%에 달한다. 또한 육안으로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리얼 브라우니의 풍성한 겉포장 속에는 개별 포장된 브라우니가 달랑 4조각 들어있다. 게다가 브라우니 좌우에도 범퍼와 같은 종이 포장이 거듭 돼 있어 질소과자의 오명을 높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오리온은 현재 리얼 브라우니의 2차 종이포장을 없앴다. 이밖에 롯데제과의 ‘칙촉’은 10개입 상자 속 절반을 질소와 빈 종이박스로 메웠으며,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해태제과의 ‘계란과자’ 등이 질소함량 10위권 안에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처럼 국내 제과업체들은 ‘속 빈 강정’과 같은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용 과자량, 내수용 2배 가격은 절반…자국민만 ‘호구’?

그러나 질소 외에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수출용 과자는 내수용 과자와 같은 부피임에도 내용물의 차이가 현저했다.

수출용 과자들은 대부분 내수용보다 약 1.5~2배가량 많은 양의 내용물이 첨가돼 있었다.

예로 롯데의 내수용 ‘아몬드 초코볼’은 속포장재에 작은 홈을 만들어 아몬드 12개입을 넣었지만, 수출용은 속포장을 따로 만들지 않고 같은 크기의 상자에 초코볼로만 채워 12개입 이상도 수용할 수 있게 구성돼있다.

두 제품은 부피도 크게 차이가 났는데, 내수용과 수출용의 무게 차이는 각각 61g, 123g으로 2배에 달했다. 또 내수용 제품의 경우, 수출용에 있는 카카오버터도 함유돼 있지 않았다.

해태 맛동산도 마찬가지다. 내수용 맛동산의 가격은 3840원(325g)으로 수출용 2048원(429g)보다 약 2000원 가까이 비싼 반면 양은 100g이나 적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자국민을 역차별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두고 ‘자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라며 온라인서 불매운동 전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제과업체 측은 이 같은 과대포장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법규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감자칩 등 과자들이 생산과정에서는 가득 차있지만, 유통되는 과정에서 중력의 힘에 의해 밑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종이 트레이(포장)를 안 쓰면 과자 본연의 모습이 파손될 수 있어 안 쓸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자 뿐 아니라 포장비용도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반적인 판매가가 높아졌을 뿐, 소비자를 기만하려 눈속임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법령에 따르면 과자 포장공간 비율이 봉지 과자는 35%, 박스 과자는 20% 이상일 경우, 법의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현 국내 제과업체 제품들은 육안으로 봐도 포장공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과의 포장공간 비율이 10:8이 돼야 하는데, 1차 포장과 2차 포장을 합친 게 포장비율에 포함된다”며 “또 포장 내용물이 30㎖, 30g 이하인 경우 포장공간 비율 산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현재 국내 제과업체들의 포장방식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용기만 화려한 화장품…겉만 ‘번지르르’ 내용물은 ‘한심’

▲ 화장품 용기 내부 단면 ⓒ KBS1 생생정보통 캡쳐 이미지

과대포장은 비단 질소과자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외 화장품 업계나 식품 업계들도 과대포장 및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화장품의 경우 내용물에 비해 무겁고 큰 용기로 과대 포장돼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끌어올렸다. 예쁜 디자인도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데 한 몫 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싼 에센스와 영양·비비크림이 과대포장의 주요 제품으로 꼽혔다.

수입 유명 브랜드인 ‘랑콤’ ‘SK-Ⅱ’ 등과 국내 화장품 ‘숨’ ‘수려한’ 등 수많은 브랜드 제품들이 용기에 비해 극소량의 원료로 구성돼 여성 소비자들의 원성을 드높게 만들었다. 이들 중에는 용기 중 2/3가 뚜껑인 제품도 있었다.

모 방송매체의 취재에 따르면 국산 모 화장품 업체는 50㎖ 용량 제품의 용기 무게만 256g으로 드러났으며, 용기 값에만 1만 원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제품 고급화를 위해 화장품 용기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수입 화장품 가격 못지않게 비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상술을 부린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이나 대형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과 여성용품인 생리대도 예외는 아니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거는 그동안 편의점·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즉석식품의 실제 내용물을 공개하며 과대포장의 폐혜를 고발했다.

모 대형마트의 PB상품인 ‘주꾸미 삼겹살’은 그야말로 겉모습만 번지르르할 뿐 내용물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해당 블로거에 따르면 가격은 6800원 대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내용물은 겉포장의 약 1/4 남짓이었던 것이다. 주 재료인 주꾸미는 단 3마리에 불과했으며 삼겹살 역시 작은 토막으로 썰린 돼지고기일 뿐이었다.

이 외에 갈비탕·육개장 등 타 브랜드 업체의 즉석식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갈비탕 속 갈비는 한 개 뿐 나머지는 국물로 채워져 있었고, 미니족발도 단 두 족으로 구성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불고기덮밥에는 단 6조각의 불고기가 들어있었으며, 닭구이 즉석식품 속에는 콩고기가 닭고기로 둔갑해 소비자를 눈속임하고 있었다.

▲ 선물포장 과대포장 ⓒSNS 이미지

명절 선물세트나 여성용품인 생리대도 과대포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겉포장 속에 종이박스를 덧대는 방식으로 제품의 빈 공간을 채웠다.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플라스틱 포장이 겹겹이 돼있어 정작 제품의 실제 용량은 매우 적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전국 각 지역당국에서는 과대포장에 대한 집중단속을 나섰지만, 시중에서 판매된 일부 선물세트에서 과대포장이 목격되자 일각에서는 당국의 결단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소비자 유모 씨는 “좋은 날, 좋은 의도로 주고받는 선물에도 이 같은 과대포장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들의 상술이 도가 지나치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포장상품 국제기준 맞춰 제도개선 추진 중

화려하고 큰 부피의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킨 뒤 부실한 내용물로 뒤통수를 치는 국내 기업들. 또 수출용과 내수용 제품 간 양과 가격에 차별을 둬 자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기업들의 만행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과대포장이 판을 치자 당국도 과대포장 집중단속에 적극 나서는 등 제도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국제법정계량기구(OIML) 정량표시상품 기술위원회 총회를 열어 △포장상품 양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상품의 양을 포장상품에 표시하는 방법 △포장상품 관리제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총회를 통해 국내 수출입업계가 포장상품 관련 해외 규제정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포장상품의 정량관리에 국제기준을 적용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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