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or 광역단체장…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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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or 광역단체장…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은?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9.27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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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끗발' 떨어지던 광역단체장? 달라진 '위상'
광역단체장, 상승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막대한 예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경남도지사로 출마하는 게 어떻겠소?”

“국회의원에게 도지사로 가라니요…, 그것만은 안 됩니다.”

김봉조는 김영삼(YS)앞에서 얼굴을 붉혔다. YS가 도지사 자리로 갈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YS 고향 경상남도 거제에서 내리 ‘3선’한 김봉조(제12,13,14대 국회의원)다. 당시 대통령이던 YS가 15대 총선에서 경남 거제 국회의원 공천을 김현철에게 주기 위해 김봉조를 경남도지사 자리 보내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김봉조는 발끈하며 YS 제안을 면전에 대고 거절했다.

YS는 싫다고 고집 부리는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경남도지사 자리에 김혁규를 공천했다. 김혁규는 YS 공천을 받아 민선 초대 경남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렇다면 15대 총선에서 김현철과 김봉조 중 누가 공천 받았을까? 안타깝게도 둘 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5대 총선 경남 거제 공천은 김기춘이 가져갔다.

이 사건을 보면 당시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소위 광역단체장은 국회의원에 비해 ‘끗발’이 떨어지는 자리로 여겼다.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자. 김봉조의 선택은 옳았을까? 김현철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 교수는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 책을 통해 “그 때 김봉조 전 의원의 선택은 우매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광역단체장 자리는 국회의원과 ‘맞먹는’, 아니 그보다 더 각광받는 자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사이를 넘나드는 정치인

국회는 국가권력 최고기관이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대표한다.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구에서 당선이 된다 하더라도 국가 전체를 돌봐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이 가진 본연의 자세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성격이 다르다. 광역단체장은 지역에서 행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만 활동한다.

광역단체장에겐 차관급 예우를 한다. 서울특별시장의 경우엔 ‘특별시’라는 특수적인 성격이 있어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보다 한 단계 높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정치인들은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김문수, 원희룡, 남경필 그리고 대통령까지 한 MB(이명박 전 대통령) 등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모두 역임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의 ‘명예’는 서로 비슷해졌다.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이 되기도 하고, 광역단체장이 국회의원으로 다시 복귀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둘 사이의 권력 간극이 커 보이지 않는다.

명예는 얼추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예산’면에서는 광역단체장이 압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보다 더 큰 자리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엔 ‘예산’이 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선6기 광역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서울 시장 직, 이미 장관 직 넘어 섰다?

광역단체장 자리가 급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막강한 ‘예산’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선거가 민선으로 바뀐 후 정부의 눈치를 덜 보고 광역단체장은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서울시장에게 연간 주어진 예산은 약 24조다. 서울시장의 경우 장관급 예우를 받지만 막대한 예산을 쓸 수 있는 권한으로 이미 장관직을 넘어섰다. 공권력만 없는 대통령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연간 약 16조 예산을 주무른다. 인천은 7조 8천 억 원을, 부산은 7조 7천 억 원, 경남의 경우 6조 6천 억 원을 배정 받는다. 광역단체장이 연간 예산을 합치면 150조 원이다. 4년 임기 동안 600조 원의 예산을 행사할 수 있다.

매년 10월 예산철만 되면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광역단체장을 찾는다는 후문이다. 지역 민원 예산을 따내기 위해 광역단체장을 찾는다는 소문도 나온다.

광역단체장에게 인사권은 ‘+a’다. 30만 명에 달하는 지자체 공무원 인사권도 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이뤄진다.

국회의원 or 광역단체장…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은?

때문에 광역단체장 역임은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광역단체장을 원만하게 수행했다면 어김없이 대권 주자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특히 다른 광역단체장에 비해 한 단계 높은 대우를 받는 서울시장은 언제나 대권과 근접한 위치에 있었다.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 0순위로 지목된다.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점과 대한민국의 수도를 관리한 경험이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역대 서울시장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 늘 거론돼 왔다.

지방선거가 민선으로 바뀐 후 당선된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현 시장은 빠짐없이 대권 주자였다. 이명박 전 시장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다른 광역 단체장도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4대, 5대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차기 대권 주자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꼭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중 무엇이 필요할까?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답은 없다. 하지만 한 노정객은 27일 <시사오늘>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이 대통령 주자로 많이 거론되곤 한다. 그들이 진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정치인’ 기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광역단체장은 ‘행정가’이기 때문에 정치인 기질이 부족하다. 승부를 걸 때 확실히 거는 정치인 기질이 있어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고건, 조순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행정가형은 대권 주자에 이름만 오르는 데만 그친 반면, 정치인은 ‘바람’을 타고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에 비해 당내 입지가 약한 만큼 대권을 고려한다면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광역단체장이 큰 그림(대권)을 그리기 위해선 행정가에서 그칠 게 아니라 정치인 기질도 보여야 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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