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의사업계 보호·외국 수의사자본 무분별한 진출 억제 위해
기업형 수의사업계 국내 진출시 시도지사 허가받도록 하는 등
진출 요건 강화해, 무분별한 외국자본 국내 진출 막는 효과 관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글 홍문표 국회의원/정리 윤진석·박근홍 기자)
2013년 7월 2일은 FTA에 따른 국내 수의사업계 피해를 막아낸 날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리동물병원 개설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대표발의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날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은 그해 7월 30일 공포됐다.
맨 처음 개정안을 발의한 2012년 9월 22일 시점으로 따져보면, 법이 공포되기까지 1년여 가까운 기간 동안 여러 고비를 거쳐 이룩한 성과였다.
날짜로 계산하면 312일 만에 공포된 것이며, 굽이굽이 난관을 돌이켜 생각하면 수많은 이들의 동의가 모아진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내가 수의사법 개정에 앞장선 이유는 전국 3600개에 달하는 동네 동물병원들의 안정적인 영업권 보장 때문이었다.
그 시기는 전국의 동네동물병원들이 대기업 동물병원과 FTA체결에 따른 외국 영리법인의 진출로부터 존립을 위협받고 있을 때였다.
특히 외국 자본의 수의사들이 들어올 경우 국내 수의사업계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불 보듯 뻔했다.
정부가 슈퍼기업을 상대로 사회적 기업 정신과 경제민주화 실천의 책무를 강조하며 골목상권 보호에 나섰듯 나 역시 을(乙)에 해당하는 동네동물병원의 안정적인 영업권을 일정정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내 생각으로는 국내 수의사업계를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외국 수의사자본의 무분별한 진출을 억제해야 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형 수의사업계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해당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진출 요건을 강화토록 해 무분별한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을 막는 효과적인 법안을 만드는 거였다.
또한 동물진료법인은 동물 진료 외의 부대사업으로 수의학 조사연구, 동물진료정보시스템 개발 운영, 부설주차장 등의 운영만 할 수 있는 제한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한편으로는 대형 영리동물병원으로 인한 진료비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와야 했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법안이 바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안을 관철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2012년 11월 개정안 의결을 놓고 농해수위법률안심사소위원회 치열한 토론이 거듭된 동안에도 원안 가결은 순항을 타지 못했다.
내 경우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으로서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당시 오정규 농식품부 제2차관은 정부 차원의 검토와 수의사간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안 유보의 뜻을 밝히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팽팽한 의견대립 속 개정안은 법률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옳다고 여기는 신념 앞에 무릎 꿇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개정안 관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수의사회와 힘을 합해 1200여명의 수의사 및 수의대학생이 참여한 공청회를 개최해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대대적인 설문조사도 실시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은 계속됐다. 2013년 2월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지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간 대립이 최고조로 치달아 파행되는 통에 개정안 안건은 논의될 기회마저 박탈되고 말았다.
그나마 겨우겨우 재개된 4월 임시국회에는 개정안 의견 조율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부칙을 놓고 갑론을박만 벌이다 끝이 났다.
6월 임시국회가 열렸을 때 나는 중대 결심을 했다. 이 시기 내 목표는 하나였다. 가장 중요한 당초 취지였던 국내수의사업계 보호를 위해서는 개정안 통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해서 눈에 칼이 들어와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핵심 사항이 아니면 일부는 양보하자는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영리법인 동물병원이 개설주체를 변경하는 것 관련, 3년이 아닌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인 거였고, 그 덕분에 7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그러니 나는 아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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