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35)>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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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35)>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삶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11.0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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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신상발언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삶

1987년 8월 8일, 석방 후 국회 본회의에서의 신상 발언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서 이 사람으로 하여금 9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게 한 바로 여러분을 이 자리에서 대하고 보니 실로 그 감회가 착잡합니다.

그러나 한 평 반의 콘크리트 독방에서 제가 깊이 느낀 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마음에도 없이 찬성해야 하는 그런 비극은 다시는 이 땅에서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이 사람이 수감 중 많은 염려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이 사람이 옥중에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던 몇 가지 문제를 지적코자 합니다.

나의 본회의 발언이 중도에서 강제 중단 되었으나 속개된 회의에서 나머지 발언권을 당연히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최후에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나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습니다. 나는 나의 본회의 발언 시간 30분 중 8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22분을 다시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나의 연설 원고 나머지 부분을 의사록에 기록시켜 주시기를 의장에게 요청을 합니다.

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특권이며 국회 존재와 존립의 생명선입니다.

의원의 발언 전 원고 배포 행위는 의원의 연설을 위한 준비 행위로서 필요불가결한 행위이므로 명백한 면책특권인 것입니다.

공법학자들의 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 대한 행정부의 체포동의안 요청에 대해서 국회가 그것을 가결한 것은 행정부에 의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부정이기 전에 국회 스스로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부정 내지 포기한 자살 행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이번에 헌법 개정시에는 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한 보다 명백하고 확고한 규정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장!

나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국회의 자율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동료의원을 사직당국에 맡긴 의장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탄압을 저지할 최후의 책임자는 적어도 국회에 있어서는 의장이 아니십니까?

동료 의원 여러분!

이 모든 역리(逆理)의 역사가 7월 1일 전두환 대통령의 특별 성명 이전에 일어난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이 조그마한 희생이 조국의 민주화에 고독한 한 톨의 썩는 밀알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분에 넘친 의의를 찾고자 합니다.

다만 내가 2백 70일 만에 옥문을 나올 때 나는 내 자신이 한 정치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나의 사랑하는 노모와 처자와 손자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철창문을 통해서 나를 전송하는 소리를 뜻있게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어머님 품을 그리워할 젊고 어린 학생들이 “유 의원 아저씨, 안녕히……” 이렇게 외칠 때 차마 이 가슴이 메어서 나의 발걸음이 천금같이 무거웠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한 번 더 이부영 씨를 위시한 양심수 석방, 수배자 해제, 강제 징집 중지, 문익환 선생을 비롯한 사면 복권을 민족의 대화해의 차원에서 재검토하여 하루 속히 실천되기를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이제 민주화란 이 명제는 여야 정치인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되면 삼각산의 암벽이 금벽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된 정치, 민주화된 경제, 민주화된 사회, 문화 속에서 사는 것 그것이 옳은 생활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지금도 작년 10월 소위 국시 발언 파동으로 체포 구속될 때의 소신에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조국의 민주화와 조국의 자유민주통일을 위해서 선배 여러분과 같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서 영원히 죽는 길을 결코 택하지 않을 것이며,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정치와 삶을 가질 것입니다.

그것은 한 정치인이 살아서 하는 정치는 물론 죽어서도 계속된다는 정치일 것입니다.

동료의원 여러분!

배전의 지도 편달을 바랍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캄보디아 방문(1993)(어렵게 사는 소년단원을 방문)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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