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박근혜에 고개숙인 이유…차기대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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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박근혜에 고개숙인 이유…차기대권 때문?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1.2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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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김무성, 연일 '송구하다'…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좀처럼 숙여지지 않던 그의 허리와 고개가 숙여졌다.

높은 사람을 만나도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인사했다. “버릇없다”는 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지적에도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화운동 때 허리를 다쳐서 굽힐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자주 허리와 고개를 굽히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좀처럼 굽혀지지 않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허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자 굽혀졌다. 그의 무의식 속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예의’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한 김무성이 당권을 잡았다. 이전까진 청와대 입맛에 맞춘 당이었다면, 이젠 청와대를 견제할 만큼 당의 권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도 김 대표와 비박계로 포진된 새누리당 지도부에 긴장모드로 들어갔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청와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데, 여당이 청와대를 비판하면 힘들어진다”고 언급했다.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만큼 청와대를 긴장케 한 김무성호(號)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끝난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김 대표가 청와대에 ‘한 말’은 대부분 ‘죄송하다’는 사과다. 가시 돋친 ‘할 말’이 아닌 청와대 입맛에 맞추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 뿐이다.

지난 20일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 의장을 만난 박 대통령은 FTA와 민생법안, 공무원연금 제도가 조속히 통과될 것을 당부했다.

이에 김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통해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 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서 성과와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대권 주자 빼 달라던 김무성…진심은?

전당대회 분위기로 보면 청와대에 각을 세워야 마땅할 김 대표지만, 박 대통령에게 먼저 숙이고 들어간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두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김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손사래친다. “대권 선호도 조사 할 때 내 이름을 빼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권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큰 그림’을 꾸게 되기 마련이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차기 대선에 대해 가장 많은 발언을 하는 사람도 김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자신의 생일 자리에서 “천하의 인재들이 당에 다 들어와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여기서 부상하는 사람이 대선에 나가야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9월 30일 비공개 회의에선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100% 진다”라며 “야당이 지금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환골탈태(換骨奪胎)해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틈만 나면 보수 정당이 재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민주연맹당수회의 주제발표에서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9월 29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위원장 김문수) 위원들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우리 국민의 행복을 위해 보수우파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찬 차기 대선 언급으로 미뤄봐도 김 대표가 대권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것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기 대선 생각이라면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는 필수?

당대표와 지도부가 비박계로 포진됐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에서 최고 권력은 박 대통령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린다면 당대표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만일 김 대표가 당대표로서 휘청거린다면 차기 대선은 물 건너 간 것과 다름없다.

지난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번복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김 최고위원에 이어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줄줄이 사퇴를 했다면 김 대표 또한 사퇴를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1년 유승민 원희룡 나경원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로 당시 당대표였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 리얼미터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 리얼미터

또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를 보일 때 김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임기 2년차지만 여전히 50%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를 김 대표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 대표의 10월 첫째 주 지지율은 18.5%로 차기 대선 주자들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10월 16일 상하이발 ‘개헌 봇물’ 발언 이후 10월 셋째 주 15.7%를 기록했고, 넷째 주엔 12.8%로 떨어졌다.

11월 첫째주 소폭 상승해 15.7%를 기록했지만, 야권의 문재인 의원에게 추월당해 대권 주자로 3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10월 셋째주 김 대표의 지지율이 15% 밑으로 떨어진 것은 7·30 재보선 이후 처음”이라며 “개헌 논란에 따른 당청 갈등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권 내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선 박근혜 지지자들의 지지도 중요하다"며 "또 당내 기반도 탄탄히 만들기 위해선 박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가 필수다. 오죽하면 저렇게 당대표인데도 굽히겠나. 이해가 된다"고 언급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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