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憲門①>헌법의 시곗바늘 30년만에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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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改憲門①>헌법의 시곗바늘 30년만에 ´꿈틀´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1.28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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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개헌(改憲) 파도가 밀려왔다. 유난히 파고(波高)가 높아 보였던 이번 개헌 논의다. 그러나 다시 스르르 물러가는 물결처럼, 다시 다른 이슈들 뒤로 물러날 조짐이 보인다. 생소한 광경은 아니다. 지난 30여 년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새로운 국회의장이 선출될 때마다 개헌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모양새도 비슷했다. 국회는 물론,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는 패턴이다.

그렇다고 개헌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불씨도 꺼지지 않았다. 2015년, 흔치 않은 무(無)선거 기간을 두고 개헌의 ‘골든타임’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적극적 개헌론자들은 ‘이번에야말로’라고 벼르고 있으며, 물밑에선 제2,제3의 ‘개헌 봇물’이 준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과연 개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시사오늘>이 지금까지의 개헌 논의를 돌아보고 현재 개헌론의 큰 흐름을 살펴봤다.

▲ ⓒ시사오늘

제헌과 아홉 번의 개정…초점은 권력구조

1948년 7월 17일 건국헌법이 제정되며 한국의 헌정사(憲政史)가 시작된다. 이후 총 9차례의 개헌을 거치게 되는데, 매번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한 가지였다. 바로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과 관련된 권력구조다.

첫 개헌은 1952년에 이뤄졌다. 일명 ‘발췌개헌’이라고도 불리는 제1차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가 골자다. 1950년 5월 3일,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돌아가며 이승만 대통령의 재선이 어려워지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부안과 국회안에서 일부 발췌한 안으로 개헌을 단행한다. 1954년 제2차 개헌은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이라고 불리며 결국 4·19 혁명을 불러왔다. 2차 개헌의 핵심이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폐지, 종신집권으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60년의 제3차 개헌은 내각책임제라는 한국 초유의 권력구조를 채택한다. 같은 해 제4차 개헌이 이뤄지지만 이는 권력구조와는 무관했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키며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헌법안을 확정(제5차 개헌)하는데, 국민투표제가 헌법 개정 절차에 들어간다. 이후 1967년 제6차 개헌은 이른바 ‘3선 개헌’으로 박 대통령의 3선을 가능케 했으며, 제7차 개헌은 1972년 박 대통령의 사실상 종신집권을 보장한다. 이 제7차 개헌 헌법이 바로 군부독재의 상징과도 같은 ‘유신헌법’의 선포다. 다음 개정은 전두환 정권서 이뤄진다. 1980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전 전 대통령은 제8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7년으로 연장한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벌어지며 최초로 여야 합의 하에서 제9차 개정이 이뤄졌다. 대통령은 임기 5년, 그리고 직선제로 선출된다.

민주화와 함께 헌법의 시간은 멈췄다

군정이 종식되면서 민주화의 시대가 시작됐다. 동시에 헌법의 시간은 멈췄다. 1987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헌법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왔다. ‘87년 체제’라고 부르기도 하는 현 헌법이 완벽해서 지금까지 개헌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민주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헌법이 상대적으로 간단히 개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개헌이 독재정권하에서 빠르고 기습적으로 행해졌다. 권력구조를 바꿔 정권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제9차 개정헌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5년 단임제를 담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차치하고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할 때 제 9차 개정 헌법의 권력구조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어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무리한 정책 운영을 시도하게 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점이 장점보다 부각되면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민정부 출범 이전의 내각제 각서 파동, DJP 연합의 내각제 개헌 약속, 대통령제만 중임제로 바꾸자는 참여정부에서의 ‘원 포인트 개헌’시도에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에서의 개헌 제안까지. 종국엔 모두 무산되긴 했지만 계속해서 헌법 개정 논의는 도마 위에 올라왔다.

무엇을, 어떻게?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의 변화는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부분이다. 우선 임기다. 5년 단임제의 폐해가 지적된다. 정계 일각에선 초반 2년은 대선 후유증으로, 후반 2년은 레임덕 현상으로 ‘사실상 임기는 1년’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년 단임이)유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길다”고 평하기도 했다. 4년 중임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음으론 권력 분산이다. 현행 대통령제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행정부의 거의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몰려 있는 상태인 탓이다. 개헌전도사를 자임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권력이 너무 많이(대통령에게)주어져 오히려 아무 것도 못 하는 자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권력을 분산시키는 형태로 개헌이 주장되는 배경이다. 그 방법으로 분권형(分權形)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제시된다.

▲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담회에서 악수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 ⓒ뉴시스

개헌을 꿈꾸는 이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

현재 국회 내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155명이다. 절반을 넘는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각각 여야간사를 맡고 있다. 개헌 찬성파로 유명한 정의화 국회의장도 소속돼있다. 가 지난 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249명 중 92.77%인 231명이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개헌 반대 의견은 18명(7.23%)에 그쳤다. 정치권에서 개헌 자체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개헌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주판알을 튀길 수 밖에 없다. 찬성을 기준으로 크게는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우선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다. 대통령제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선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박성원 논설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차기 대권 주자들은 대통령의 권력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자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를, 박원순 서울시장은 4년 중임제를 지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아예 개헌 반대론자다. 다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일종인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한다.

김 대표를 비롯해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가장 많이 ‘밀고 있다’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 등에 분산하는 것이 요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중간 형태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이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당내 입지나 원내 입지는 비교적 탄탄하지만, 대중적 입지가 부족한 인물들이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정계의 원로들을 중심으로 의원내각제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을 없애거나 권한을 대폭 축소하자는 이야기다. 여당 총리가 국정을 이끌게 된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해 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우리도 의원내각제로 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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