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쟁점법안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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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쟁점법안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2.1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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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의 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경제살리기’란 목표를 내걸고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과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을 지난 1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려 했으나 민주당 등 야권의 저항에 부딪쳐 끝내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2월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172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첩첩산중’이다.
김무성 의원의 행자부 장관 입각설이 ‘설’로 그치면서 친박계 내부는 겉으로 쟁점법안 처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론이 뒷받침될 때까지 책임을 지도부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핵심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설’까지 나돌고 있어 당 내부는 그야말로 어수선한 상태다.
난적한 당 내부를 수습하고 쟁점법안들을 2월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표실은 시간상의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때문에 박 대표에게 직접 ‘시사오늘’ 인터뷰에 나와 줄 것을 청(請)할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요구에 박 대표는 거절할 수 없었던지 허락했다. 지난 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6층 대표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박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부산고검 검사장을 끝으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간판을 달고 고향인 남해에서 출마한 후 내리 5선의 기록을 세운 관록의 정치인이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하는 통해 6선고지에 실패했다. 18대 국회에 민정당 출신으로 원내에 남아있는 정치인은 이상득 의원이 유일할 정도로 그는 원로 정치임에 틀림없다.

▲박희태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미디어 관련 법안은 경제 살리기 법”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7개 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해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합의처리 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논의를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상당부분 서로 이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한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한다면 합의할 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서 다수결로 처리해야 됩니다. 그 전처럼 폭력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짓밟는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됩니다.”

-다수결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강행처리’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법안이고, 통신과 방송이 합쳐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로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꼭 처리돼야 합니다.”

-한쪽은 ‘강행’, 다른 한쪽은 ‘결사저지’로 나온다면 또다시 국회가 파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법안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이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매체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또 여기서 창출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엄청난 일자리와 부가 창출될 겁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휴대폰이라든지 반도체를 가지고 먹고살지 않습니까? 이렇게 된 것은 우리가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지금 방송통신융합시대에도 우리가 미리 준비하고 앞서 나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미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상당히 앞서 나가다가 지금 주춤하고 있는 바람에 핀란드라든지 이런 나라들이 앞서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 시가 급합니다. 지금 분초를 다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1월 파행국회 때, 미디어 관련 법안은 여야가 시한도 못박지 않은 채 “이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며 넘어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력한다’에 의미를 두고 있고 야당은 ‘합의처리’에 무게를 둔 해석을 하고 있다. 때문에 2월국회에서 합의대로 노력하다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략인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합의처리’를 내세워 결사저지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처리가 잘 될 것으로 보입니까.
“잘 처리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을 처리할 생각입니다. 민주당도 이 법을 잘 검토하면 경제 살리기를 위한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생각을 고쳐먹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이번에는 강력 반대하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한나라당은 계파 없다”

▲박 대표는  재보선 출마는 2월 이후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법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꼽고 있는 것이 금산분리 완화 법안입니다. 당위성을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의 금산분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과잉규제입니다. 미국, 일본, EU 등 주요국 모두 대자본이 10~20%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불과 4%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은행에 돈이 모자라 대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유사시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 위기를 조기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지금 은행에 돈이 없어서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은행창구에 돈이 말랐다고 아우성입니다. 은행에 돈이 들어오면 ‘은행 대출여력 확대 → 기업 대출 활성화 → 기업 투자 확대 → 내수 진작’의 경기회복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금산분리 완화로 기업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반론도 높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행 지분 10% 가지고는 은행을 소유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을 소유한다는 것은 임원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주요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10% 지분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판단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금산분리의 원조가 미국인데요, 미국도 최근 금융위기를 겪은 후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은행 지분 한도를 10%에서 15%로 늘렸습니다….”

-국회에 초선의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회가 파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초선의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초선의원이 많아서 국회가 파행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같이 배석했던 윤상현 대변인에게 “초선 의원 때문에 국회가 파행된다는 것에 동의 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윤 대변인은 이 같은 질문에 그냥 웃기만 했다.
윤 대변인은 18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게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한나라당에 계파는 없습니다. 당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친분관계에 따라서 좀 더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자주 보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무슨 계파가 있는 게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한나라당은 잘 뭉쳐 있습니다.”

“친박이란게 ‘박희태 박’자 아닙니까?”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민생을 위한 법안과 정책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며 한나라당의 법안 강행처리 방침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할 때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밀어붙이지 말고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서 국회의원들 간에도 좀 더 이해기반을 넓히고, 국민들도 문제점을 알도록 한 뒤에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압니다.”

-박 대표는 친박쪽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친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본박’입니다. ‘친박’이란 게 ‘박희태 박’자 아닙니까? ‘친이’니 ‘친박’이니 그런 거 잊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경선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는 절친하지요. 
“20년 지기 친구지요.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학번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국회 들어오기 전부터도 알고 있었습니다.”
박 대표와 이 의원은 지난 88년 민정당에서 정치를 함께 시작해 5선의 국회의원 생활을 같이 했다. 이 때문일까. ‘친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던 박 대표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간의 친분관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요. ‘김무성 행자부 장관 기용설’도 결국에는 ‘설’로 끝났습니다. 이런 식이면 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란 말들이 나옵니다.
“지금도 관계 좋습니다.”

-친박측 인사들은 지금의 상황을 3당 합당 당시와 비교합니다. 자신들을 당시 ‘민주계’로 묘사하고 결국 차기 집권을 YS가 잡았듯이 박근혜가 잡을 것이란 얘기들을 합니다. 3당 합당 당시를 되돌아 봤을 때 친박과 민주계가 비슷한 상황입니까.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해 당의 구심점이 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오 의원의 행보에 대해 직접 들은 바 없습니다. 귀국을 하느냐 마느냐, 언제 어떻게 하느냐, 언제 정치를 재개하느냐는 이 전 의원이 결정하는 겁니다. 남들이 옆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재오 전 의원이 3월 11일 귀국한다는 풍문이 돕니다.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친박쪽 인사들은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려운 난국입니다.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모든 정치 인사들이 경제 살리기에 다 합심 동참해야 합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나이차가 무려 16년입니다. 호흡은 잘 맞습니까.
“호흡이 잘 맞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는 검사 시절 같이 근무한 검사 후배입니다. 홍 대표는 항상 저를 잘 보좌하고 있고, 저 역시 홍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바랍니다.”
80년대 박 대표가 부산지검장을 할 때 홍준표 원내대표는 부하검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서로 삐걱거린다는 말 들이 돕니다.
“나하고 홍 대표하고 삐걱거린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재보선 출마는 2월 후 결정”

-원외 때문에 당 대표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원외라는 느낌을 잘 못 받습니다. 우리 의원들이 더 신경쓰고 잘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회의원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 정치사에 원외 대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우리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 조순 총재가 원외였고, 민주당에도 정동영, 손학규씨가 원외로서 대표직을 수행했습니다.”

-‘4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돕니다. 인천 부평을에 출마가 확정됐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출마설이 설로 끝날 런지 실질이 있을 런지는 현재로선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번 2월달 지나보고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재판이 끝나지 않고, 현역 의원이 건재한 곳은 출마지역으로 거론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해당 의원이 얼마나 곤혹스럽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내가 비열한 사람이 됩니다. 나를 비열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개헌에는 찬성하십니까. 찬성하신다면 어떤 권력구조가 좋다고 보십니까.
“개헌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입장이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개헌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당론은 아닙니다. 경제가 살아나고, 국정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상태에서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선 경제 후 개헌논의’여야 합니다.”

-당 대표로서 ‘꼭 이것만은 하고 싶다’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경제입니다. 경제 살리기에 힘쓸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우리 정치권이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2월 국회에서는 국민들의 바람에 어긋나지 않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 법안들을 반드시 이번에 통과시킬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서 경제를 살리고, 오늘의 경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역사적인 과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박 대표에게 ‘물어보지 못해 하지 못한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야당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달라지자, 변하자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맨날 구태나 보이고 폭력의 관행에 젖어 있으면 정치권이 공멸합니다. 이제부터는 참신한 정치를 합시다. 국회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국회법에 따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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