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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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0.05.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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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부도나면 채권회수가 불가능하다?
 Q 김 모씨는 A회사에 물품을 납품하고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물품대금을 청구하려고 봤더니 A회사의 대표인 이 모씨는 A회사를 부도내고 A회사의 기업형태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B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렇다면 김 모씨는 A회사가 부도로 폐업해 버렸으니 영원히 물품대금을 받을 방법이 없는 걸까? 아니면 A회사의 대표인 이 모씨나 B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할 수는 없는 걸까?
 
A 만약 김 모씨가 이 모씨나 B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하면 이 모씨의 경우에는 아마도 “당신은 A회사와 계약한 것이지 개인인 나와 계약한 것이 아니니 나에게 청구할 권리가 없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리고 B회사는 “당신의 채권은 A회사에 관한 것이고 우리 회사는 A회사와는 별개의 회사이니 우리 회사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버틸게다.

B회사와 이 모씨의 항변은 기본적인 법리상 일응 타당한 이야기다. 우리 상법이 각각의 회사는 본점소재지에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별도의 법인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과 회사를 분리해 물적회사에 있어서 단체의 재산과 그 구성원의 재산을 분리하고 있다.
 
그래서 A회사의 채권자인 김 모씨는 B회사와 A회사의 구성원인 이 모씨에 대하여 A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김 모씨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도 하거니와 누가 보더라도 부당해 보인다. 그래서 법학자들은 회사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한 본래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회사의 법인격이 남용되는 경우에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를 강학상으로 “법인격부인의 법리”라고 하는데, 이는 회사의 법인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되 회사의 특별한 법률관계에 한해 법인격을 부인함으로써 그 법인의 배후에 있는 실체인 개인이나 모회사 등 다른 회사를 기준으로 하여 법률적인 취급을 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판례도 이런 법리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고 판단되면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보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것이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거나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사용되었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개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위 사례의 경우를 적용해 봤을 때 물론 법인격부인의 법리가 인정되더라도 B회사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우리의 판례를 조합해서 그 요건들을 정리해 보면 그 여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① 두 회사가 상호, 영업목적, 주소 등이 동일하거나 비슷한지 ② 두 회사의 주요 이사진이나 주주 대부분이 기존 회사의 지배주주로서 대표이사인 자와 친인척이거나 직원인지 ③ 신설회사가 대외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기존 회사와 동일한 회사인 양 홍보하는지 ④ 기존 회사의 대표이사가 신설회사에서도 직책대로 활동하는지 ⑤ 외부에서도 두 회사가 동일한 회사로 인식되고 있는지 등을 보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모씨에 대해서도 ①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②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 ③ 회사 자본의 부실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 개인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 되어 있는지 ④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이 모씨에게 물품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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