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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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 사라진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10.05.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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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 They just fade away.)"
맥아더(Douglas MacArthur)장군이 미 의회에서 행한 마지막 연설 내용 중에 한 마디로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이다.
 
그는 “나는 이제 군인생활을 그만 두고, 신의 계시에 따라 자기 임무를 완수하려고 노력해 온 한 사람의 노병(old soldiers)으로서 사라져 갑니다.”며 평생을 바쳐왔던 군문(軍門)을 떠났다.

맥아더 장군이 지칭한 노병(老兵)은 나이든 늙은 군인이라는 의미 보다는 베테랑(veteran)이라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이다. 베테랑(프랑스어.veteran)은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숙련가’, ‘전문가’, ‘전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랫동안 근무해 온 고령의 근로자들은 근무태도가 좋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 높으며,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고령 인력의 활용은 분야에 따라 노동력의 질이나 생산력이 젊은 인력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데 비해서 비용은 크게 절감할 수 있어서 기업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나이 60세도 채 되기 전에 조기 은퇴와 정년을 이유로 사회의 베테랑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령화 추세와 조기 정년으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베테랑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면서도 이와 상반되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55세에서 57세를 전후로 정년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조기 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퇴직 쓰나미”는 엄청난 사회적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47년~1949년 사이에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일본의 ‘단카이 세대(?鬼世代)’를 그 한 예로 든다. 일본 경제에 있어서 10년의 침체 원인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 실례로 든다. 1950~1960년대 경제활동을 시작한 ‘단카이 세대’가 90년대 초 은퇴와 실직으로 자신의 소비를 줄인 것이 일본 내수시장의 위축과 투자 감소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단카이 세대’의 정년퇴직(60세)이 “2007년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분야는 컴퓨터업계였다. 시스템 개발 및 보수를 담당해 온 ‘단카이 세대’의 베테랑 기술자가 2007년부터 대거 정년퇴직을 함으로써 시스템의 유지관리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졌기 때문이다.
 
2007년 문제는 기술 전승문제와 ‘단카이 세대’를 포함한 2007년~2011년 5년 동안 퇴직자에게 지불해야하는 퇴직금(약 50조엔)으로 인한 경영압박과 2007년~2009년에 발생하는 고용자 감소(약 105만 명)가 대표적이다.

단카이 세대의 대거 정년퇴직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뿐 아니라 연금, 개호보험(간병보험) 등에 주는 영향도 크며 퇴직 후의 생활 스타일에 따라 예금의 붕괴로 개인 저축이 감소하여 소비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6년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OECD국가들의 평균수명인 78.9세보다 높은 79.1세인데 반해, 기업 정년은 대부분 55세 전후에 그치고 있는 등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와 같은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 출산, 고령화 추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출산률 하락 및 고령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그에 따른 사회적 충격도 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2023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며, 2050년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총인구의 34.4%로 예상되며, 2050년 고령화지수는 OECD 최고수준이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여 노동력 공급문제가 대두될 것이며, 노인 인구의 증가로 노인부양 부담 문제 또한 국가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고령화속도는 경쟁 상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매우 빠르며 장래의 국가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우려도 있다.

고령화 사회의 기준이 되는 연령인 65세 이전에 현역에서 은퇴하는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층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55세에서 65세 까지의 노인 인력들이 점차 증가되어 국가 경제적 손실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추세에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 타개는 물론, 전문적이고 숙련된 경험을 갖춘 노인 인력을 사장(死葬)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국가 차원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금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는 전체의 1/3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다.
 
또한 노인가구들은 적자지출이 계속되는 가구가 다수이고, 그 소득은 이전소득이 대부분이다. 설령 직업을 가지고 임금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 양은 충분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농·어·축산업 및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지금의 노인 취업구조도 바꾸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령차별금지법’(1967)을 제정,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혔다. ‘연령차별금지법’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고용 창출을 의도하기보다는 기업 채용 및 인사 관행 시에 연령에 의한 차별을 억제하는 소극적인 장치로 작용되고 있다.

미국은 고령자의 취업에 있어서 그들의 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어 노인들의 보람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5세 이상의 실직자나 저소득층 노령 근로자에게 일부 생활비를 지급하고 직업훈련을 시킨 후 적당한 직장에 배치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 「직업훈련협력법」(Job Training Partnership Act, JTPA)이 실시되고 있다.

또한 빈곤선(육체적 능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생활수준)의 125% 이하의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직업훈련과 현장훈련을 시켜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방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 이상을 받으며 이외에도 건강진단, 개인상담, 기술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는 「고령자 지역사회 서비스 고용 프로그램」(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이 실시되고 있다.

일본이 60세 이상의 정년제도를 정착시킴으로써 계속 고용의 기반을 조성했고, 공공직업안정소와 근로자파견사업, 실버인재센터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 및 취업 기회를 확보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중고령자의 취업의욕을 높이고 청년시절 업무와 계속 고용 시의 업무와의 연계성을 확보, 재고용 또는 계속 고용이 가능한 업무의 선정 및 개발 필요, 종업원 능력개발, 재고용시의 보상처우 기준 마련 등이 일본기업의 주요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2003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거의 모든 나라가 정년연장 방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일차적으로 현역을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해 고용의 안정성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노동력이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제약으로 인해 경제력을 잃게 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된다.
 
저 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부족한 노동력 보완은 물론 노인들에게 일자리 제공과 경제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준다는 의미에서 정부 차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일각에서 채택하고 있는 ‘임금 피크제(salary peak system)'을 65세 까지 적용해 사회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 재정이 필요하겠지만, 60세 까지 되어 있는 임금 피크제 보전수당제도를 65세까지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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